"정몽준 의원이 이사장인 대학에서 이래도 되는가?"

울산과학대 여성노동자들 탄압에 지역노동자들 연대 결의

현직 국회의원인 정몽준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에서 해고된 울산과학대 여성노동자들은 해고된 이후부터 농성장으로 사용하던 본관 지하 탈의실에서 7일 아침 이 학교 직원 40-50여명에게 강제로 끌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울산과학대지부 조합원은 옷을 벗고 '건드리지 말라'며 저항했지만 직원들은 알몸인 상태 그대로 밖으로 끌어내기에 이르렀다. 또한 여성해고자 한명은 직원들에 의해 머리채가 잡힌 상태에서 끌려나와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끌려나온 이후 본관입구에서 침낭을 깔고 노숙농성에 들어갔으며, 학생들을 상대로 선전전과 서명운동을 벌여 나갔다.

농성장에서 쫒겨난 김순자 지부장은 "딸들아...아들들아...7년동안 청소하고 고작 67만원 쥐어주고는 해고해 버렸다"며 가슴을 쥐어짜기도 했다.

이때 울산과학대 측은 "한영 소속 미화원과 외부인들이 본관 지하를 불법 점거하고 있어 허위사실을 학생들에게 유포해 금일 10시경 지하에서 내보냈으니 학생들은 현혹되지 말고 학업에 열중하기 바란다"라는 교내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울산과학대 총학생회, '당신들때문에 시끄러워 수업을 못하겠다...나가달라'

그러던 중 이 학교 총학생회 회장과 간부 학생들 30여명이 본관앞에 몰려와 "시끄러워 수업을 못하겠다...왜 우리가 이 문제로 피해를 봐야 하나"라며 "학생들이 수업을 못하면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어 "지금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자리에 앉아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인가...왜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한테 서명을 받고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여성해고자들이 "학교에 가서 얘기해야지, 왜 억울한 우리한테 와서 이라노...우리는 지하실에서 그냥 있는데 자기네들이 와서 끌어낸 걸 어쩌라는 거냐"고 얘기했지만 몰려온 학생들은 막무가내였다.

또한 이들은 서명을 하는 학생들에게 '서명하면 짤린다'라고 위협하기까지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몰려온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항의하러 온것인가? 아주머니들이 왜 저러고 있는지 아는가?'라는 기자의 물음에는 딴청만 부리며 아예 대답을 회피해 버렸다.

이들이 돌아간 이후 서명을 하고 돌아서는 한 여학생에게 "무엇때문에 서명을 하는지 알고 있는가"라고 물어보자 "알고있다...비정규직이 해고돼서 그러는 거 아닌가...우리는 약자편이다"라고 대답했다.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서명용지에는 이미 이 학교 수백명의 학생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그런데 총학생회 간부들은 수백명의 학생들이 '뭘 몰라서' 서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울산본부, 울산과학대 규탄집회 개최
'사활을 걸고 연대투쟁에 나서겠다'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알몸저항에도 농성장이 침탈당한 가운데, 같은 날 오후 5시 30분 울산과학대 정문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울산과학대 규탄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시작 전부터 노동자들이 다양한 사업장에서 삼삼오오 울산과학대에 모여들기 시작해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전 농성장 침탈 소식을 전해 들어서인지, 이날 진행된 집회는 근래 진행된 어떤 집회보다 참여자들의 분노가 들끓는 분위기였다.


하부영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울산과학대 청소용역노동자의 투쟁은 더 이상 울산과학대만의 투쟁이 아니다. 지역 전체의 투쟁으로 확대되었다. 울산과학대측이 오늘 집회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농성장을 침탈한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울산본부는 사활을 걸고 이 투쟁을 기필코 승리로 마무리할 것이다"라며 강력한 투쟁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교직원들의 농성장 침탈에 옷을 벗고 온몸으로 저항한 김순자 울산과학대 지부장은 "그 동안 교직원들에게 수많은 수모를 당했지만,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도 못했다. 법을 만드는 정몽준 국회의원이 이사장인 학교가 법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우리를 탄압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동지들의 많은 연대를 부탁한다"며 눈물과 함께 이야기했다.

김순자 지부장이 발언을 하는동안 일부 참여자는 눈물을 보이는 등 다수의 노동자들이 울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정문집회를 마친 이후 집회 참석자들이 본관 입구에 임시로 만든 농성장으로 이동하자 경찰들이 막아서며 한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몸싸움 끝에 집회참여자들 전원이 농성장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으나 이들은 집회가 끝난 이후에도 여전히 자리를 뜨지 못하며 농성자들에게 연대의 뜻을 전했다.

울산과학대에서 해고된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그동안 사용하던 본관 지하 농성장에서 쫒겨나 오늘부터 본관앞에서 침낭을 깔고 노숙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3월 8일 집행위 회의를 통해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투쟁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울산 동구지역 대표자회의는 7일 오후 논의를 통해 시민선전전 및 서명운동 등을 강화할 것을 결정했다. (정기애, 정문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