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 얻어 갈까? 지금 선에서 마무리 할까?

[인터뷰] 서준섭 민주노동당 외교통상 정책연구원

한미FTA8차 협상이 마무리 됐다. 고위급 협상의 결과 또한 미국 협상단의 강경한 태도에 오히려 성토가 이어진다. 심지어 ‘쌀’ 시장 개방까지 의제화 됐다며 월말 타결이 불투명해 보인다고 난리다.

그럼에도 김종훈 한국 협상단 수석대표는 30일 종결을 전망했다. 심지어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최종 쟁점 중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는 사안은 나중에 협의할 의제로 규정하는, 기술적해법이 시도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내비췄다. 한미FTA협상 ‘종결’은 이제 현실이다. 어떤 극적 드라마가 남았을까.

국회 내에서 일관되게 한미FTA 반대를 주장해 왔던 민주노동당의 서준섭 외교통상 정책연구원을 만났다. 연구원을 만난 날짜는 지난 16일이다. 무려 일주일 전. 그 사이에 고위급 협상도 끝났다. 기자의 게으름으로 기사가 늦어졌다. 하지만 고위급 협상이 끝나고, 더 높은 통상장관급 최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다 하여도 내용에 별 차이가 없다는 파단에 늦었지만 기사화 한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 If 타결이 안 되는 쪽으로 해석하고 싶은데.."

김종훈 대표가 얘기했던 대로 미국 측에서 보는 딜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는 농업, 농산물+쇠고기, 자동차이다. 지금까지의 협상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미국이 한미FTA를 통해 얻을 만큼 많이 얻었다. 이 3가지 요인이 딜브레이커라는 의미는 지금까지 미국이 많이 챙겼는데, 이 3개에서 더 많이 챙겨가느냐 아니만 지금 정도 양보한 선에서 유사하게 끝내느냐의 가늠선이 남은 상황이란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낮은 수준의 FTA’의 언급이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다. 협상 막판에 보니 내용상 특별히 내세우고 국민을 설득할 만하게 얻은 게 없는 것은 사실이고, 학교급식과 같은 소소한 것들만 챙긴 셈이다. 그러니 낮은 수준을 얘기하는 거다. 기대치를 낮쳐준 것도 있고, 이제 막판인데 그거 까지 내주면 아무것도 없으니 그거라도 막아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미국한테는 얻을 만큼 얻었으니 물러나 달라는 대미 발언일 수도 있다.

한미FTA 협상은 시작할 당시 부터 분명했다. 미국식 FTA의 전부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는 협상단도 처음부터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9개월의 협상 기간동안 명분 쌓고, 주고 받는 협상을 하고 딜브레이크 들이 등장하며 극적 드라마를 만들어 온 과정이다. 그래도 협상이니까, 일방적으로 받았다고만 할 수 없다. 문제는 받아낸 것들이 미국식FTA를 수용한 댓가 치고는 잔챙이들 뿐이라는 점이다.

물품 취급 수수료의 경우 얻었다 할 수 있고,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각주 삭제의 경우는 미국 협상단이 요구한 것을 막은 것이니 분명히 말해 얻은 것이 아니다. 통관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절차적 규정이기 때문에 특별히 돌출될 쟁점이 있는 분과가 아니다. 반면 정부조달의 경우는 예상외로 빨리 타결을 봤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주 정부의 경우 WTO 규정 수준이고, 학교급식의 경우도 human feeding programmes이라는 미국 시스템 용어를 그대로 가져와 타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미국내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수월했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 결정타는 쇠고기, 농업, 자동차가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 될 것인가 핵심이지 않을까. 그들이 협상 막판이라고 하니, 협상 막판에는 버티기 작전이 승부수가 될 것이고, 목마른 놈이 우물파고, 체결하고 싶은 쪽이 양보하는게 일반적이다. 근데 누가 더 목이 마른지는 좀 봐야하지 않을까.

발효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타결이 안되는 쪽으로 해석하고 싶다. 아직 끝난게 아니니까. 발효 이후의 우리 사회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그 사회 성격을 전형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ISD가 우리 사회의 정신으로 발현된다면 무리한 해석일까.

국가가 해야 하는 정책들의 범위가 줄어들고, 그런 정책들이 기업의 이익에 의해 축소되고 눌리고 후퇴 되게 되는 것. 시장의 영역이 정부 영역을 압박하고 축소시켜 나가는 것. 기업과 시장의 권리가 규정돼 있으니, 국가의 권리는 줄고 시장과 기업의 권리는 늘어난다. 그 정신이 퍼지고, 강화되고, 사회의 이념화 된다.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위생검역에 있는 협의절차도 마찬가지다. FTA 합의 규정에 따라 모일 수밖에 없고 협의해야 하고, 의무를 규정한 것이니 거기에 대한 증거 제출해야 하고.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하니 그 시스템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FTA협정문에 권리와 의무만 선언했고, 협의 절차를 두었다 한다면 구체적 사안이 발생했을 때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일상적인 개입과 관여의 통로가 생긴 셈이다. 이런 과정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별 영향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 할 수 있을까.

물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이 과정만 봐도 한미FTA의 본질이 단적으로 드러나지만, 또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무역구제가 있지 않나. 처음에 시작할 때 TV 토론회부터 이 부분이 논쟁이 됐다. 미국은 국내법을 개정하면서 까지 이런 요구를 수용했던 전례가 없다. 무역구제 요구를 관철 시킬 수 없다, 있다 논쟁이 많았다. 김종훈 수석 대표가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리고 1~2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꼭 얻어낸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3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관련 9가지 요구사항 제시“, 4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관련 6가치 추가 요구사항 제시“, 5차 협상에서는 "15가지 중 요구사항 중 6가지를 마지노선으로 미국 측에 제시, 특히 비합산 조치가 핵심 요구사항" 을 제시했다. 요구안을 계속 후퇴했고, 급기야 5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분과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그러더니 그 이후부터는 6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 받기 힘들면 다른 것 받아내기 위해 지렛대로 활용하겠다”고 하더니 7차 협상에서는 "비합산 조치도 받기 어려우니, 자동차 및 의약품 방어 수단으로 쓸 것"이라며 팩퀴지 딜 얘기에, 비합산 까지 줄줄이 포기했다.

처음에는 잘 몰랐고, 그리고는 할 수 있다고 무조건 우겼고, 거짓말을 하다가는 결국에는 은근슬쩍 꼬리 내리고... 4대 선결 조건도 그랬고, 미국과의 FTA 협상 내내 이런 식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2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1년을 넘게 싸워 왔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흩어져 있던 진보진영이 어떻게든 모였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한미FTA 가 아니었다면 없었을 일이다. 개인적으로 한미FTA 싸움에 있어, 절반을 왔다고 생각한다. 1년의 싸움을 해 왔다면 이제 1년의 싸움이 남은 셈이다. 대응이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해서 대응하는 2단계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한미FTA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방향은 뻔하다. 시장권력 강화, 대기업 권력 강화, 공동체 파괴 등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이 분명한 시점, 바로 그것이 결정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닌 누적적으로, 자식들의 세대까지 결정하며 그 영향력이 확장돼 갈 것이다.

'한미FTA'로 대변되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에서 같이 싸워왔고, 이기기 위해서 흩어졌던 운동진영이 모였고, 사람들이 모였다. 설령 체결된다 하더라도 이제 싸움은 더욱 구체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물론 단식 투쟁등 3월 말 협상 종결을 막기 위한 싸움이 진행중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3월 이후 부터를 준비한 2단계 싸움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3월 이후 부터는 3개월 여의 국회 검토기가 있으니 4월 이후의 구체적인 싸움은 국회 안이다. 협정문 공개 싸움에서부터 2라운들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국정 조사도 주장하고, 청문회도 요구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기분으로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처음이다. 작년 이맘때 한미FTA 반대 단위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여론을 만들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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