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마라"

허세욱 노동자의 유서 내용

허세욱 조합원은 3통의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공개한 유서는 “망국적 한미FTA 폐지하자”는 구호로 시작된다.

유서에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비열한 반통일적인 단체는 각성하고, 우월주의적 생각을 버려라”며 한미FTA협상을 밀어 붙이는 세력들에게 일침을 놓는 내용도 있다.

효순이 미선이 촛불 집회에 열심히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진 허세욱 조합원은 “의정부 여중생”을 거론하며 “두번 죽이지 마라, 여중생의 한을 풀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서도 “실제로 4대 선결조건, 투자자정부제소건, 비위반제소도 합의해 주고 의제에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마라”며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한 요구도 반영했다.


[유서1] 망국적 한미FTA 폐지하라

굴욕, 졸속, 반민주적 협상을 중지하라.

나는 이 나라의 민중을 구한다는 생각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기고 비열한 반통일적인 단체는 각성하고, 우월 주의적 생각을 버려라.
줄속 밀실적인 협상 내용을 명백히 공개, 홍보하기 전에 체결하지 마라.
우리나라 법에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은 곧 술책이다.
의정부 여중생을 우롱하듯 감투 쓰고 죽이고, 두 번 죽이지 마라. 여중생의 한을 풀자.
토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평택기지이전, 한미FTA 토론한적 없다.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마라.
실제로 4대 선결조건, 투자자정부제소건, 비위반제소도 합의해 주고 의제에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마라.
언론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싫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민주택시 조합원 2007. 4. 1
허세욱 드림


두 번째 유서는 한독운수 지부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유서이다. 그는 16년간 택시운전을 해 왔다. 이 유서는 "한독 식구"들에게로 시작한다.

겸손하게 시작한 이 유언은 허세욱 조합원이 망설인 듯 10줄에 이르는 공백이 눈에 띈다.

그리고 "모금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라고 덧붙여 다른 조합원을 배려한 마음이 느껴진다.

택시 현장에서는 과거 열사에 대한 모금 처리에서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던 전례가 있다. 또한 택시 현장이 도급제라 해도 결국은 비정규직과 다름 없는 다른 택시 노동자들을 고려한 허세욱 조합원의 마음이 엿보인다. 이는 “효순, 미선 한을 갚고, 돈벌금은 내돈으로 부탁”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그리고 자신의 사후 부탁도 포함하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한편 가족에게 남긴 유서가 한 통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유서2] 한독 식구

나를 대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절대로 위에 설려고 하지 않았읍니다.



* 편지지 10줄이 공백으로 비어 있음






모금은 하지 말아 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

동지들에게 부탁(나를 아는 동지)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전국에
있는 미군기지에 뿌려서 밤새도록
미국놈들 괴롭히게 해주십시요.
효순, 미선 한을 갚고, 돈벌금은 내돈으로 부탁

2007.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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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푸름이

    우리 민중들의 삶은, 일상의 하루를 갖기위한 것이 이렇게도 고단해야 하는가!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만큼의 절절한 민중들의 아픔과 고통을 토해낸 것이다.
    제발.......살아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향한 걸음에 함께 할수 있기를...

  • 허세욱 동지의 분신자살시도..
    마음 아플 따름이다.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