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과 미래'는 한미FTA 타결 시점에서 이를 옹호하는 입장의 잘 짜여진 한 편의 보고서이다. 한미FTA 협상 타결 의의 핵심을 잘 정리하고 있으며, 반대론의 허와 실을 짚고 있고, 나아가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대부분 결론적인 명제만을 나열하고 있어 구체적인 팩트 논쟁 대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한미FTA를 찬양하는 핵심 주장들이 잘 배열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도 검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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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타결과 미래'가 짚은 다섯 가지 반대론
그런데 아쉬운 건 한 가지를 뺀 나머지 반대론은 출처가 밝혀져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다섯 가지 반대론은 한미FTA 저지 반대 견해를 정확하게 짚지 못하고 임의적이고 피상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타결 직후 발표한 대국민 담화 내용 중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토론에 임해 달라"는 당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타결과 미래'가 반대 쪽 주장을 비판하는 선동 차원에서 쓰여진 글이라면 딱이 뭐라 할 수 없겠지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토론에 기여하기 위한 용도라면 적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이유와 근거는 물론 다양하다. '타결과 미래'가 짚은 다섯 가지 반대론도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제기되었음직 싶기는 하다. 그런데 한미FTA 협상 반대론의 내면에는 보다 근본적인 철학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데 이점을 간과하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 할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와 철학 문제에 있다. 말하자면 경쟁과 효율의 원리를 우선할 것인가, 공동체와 연대의 원리를 우선할 것인가를 놓고 한미FTA와 자유무역협정의 본질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타결과 미래'는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요약문(Executive Summary)에도 경쟁과 효율의 원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개방을 잘 해왔고, 한미FTA는 개방정책의 지속과 강화를 의미하고,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하고,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고, 기업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EU, 중국, 일본, ASEAN 등과의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내투자와 외국인투자 활성화를 통해 저투자-저성장 국면에 빠진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부여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요지다.
그러나 '타결과 미래'는 이면에 감추어진 더 큰 현실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이 개방을 얼마만큼 잘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개방 덕에 '기업하기 좋은 나라' 등 자본 요구가 우선 집행되고,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으로 사회공공성 기반이 붕괴되고, 노동유연화로 인해 실업과 비정규직 확산 등 불안정노동이 늘어났고, 사회적 빈곤의 심화와 복지의 후퇴를 가져왔고, 공부하고 치료받는 기초적인 국민 생활이 시장으로 내몰리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제국주의 약탈을 멈추지 않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로 파병 동참과 평택기지이전 등으로 지탄을 받아왔고, 무엇보다 경쟁을 통한 생존의 물신성을 강요함으로써 사회구성원 전부가 대립과 반목을 강요당해왔다는 현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한미FTA 반대론은 드러난 슬로건으로는 '협상 저지'로 압축돼, 반대 그 자체로 비쳐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반대론의 골격은 개방정책과 나란히 비교되는 반개방정책으로 짜여진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의 진보적 재구성에 대한 과제의식을 기조로 한다. 가령 좋은FTA냐 나쁜FTA냐 라는 특정 국가의 자본의 관점이 아니라, 동맹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부정과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 사회적 규제의 강화, 그리고 사회공공성과 사회화에 대한 전망을 갖는 방향으로 개방을 이해해야 하고, 민중의 생존의 문제를 우선하고, 삶의 가치를 시장으로 내모는 방식의 개방을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조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삼성경제연구소의 '타결과 미래'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반대론의 가치와 철학의 문제는 외면하고 있는데, 오늘날 한미FTA 타결을 환영하거나 자화자찬하는 찬성론자 누구 하나 이 문제만큼은 거론하지 않는다. 물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토론'이 반드시 가치와 철학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짜투리 논란거리라 하더라도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 다행이다. 어쨌거나 '타결과 미래'가 짚은 반대론을 하나씩 짚어보기로 한다.
허와 실 (1) - 개방 자체에 대한 반대
'타결과 미래'가 짚은 허와 실의 첫 번째 내용은 '개방 자체에 대한 반대'이다. 개방에 따른 일부 산업의 피해에 관심을 집중한다거나, 개방을 양극화의 주범으로 인식하여 세계화 흐름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경우를 들었다. 이에 대해 한미FTA는 준비되지 않은 개방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선택한 능동적 개방으로, 개방의 파고를 이겨낼 체력을 부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화의 흐름은 거부할 수 없는 추세이며, 거부하는 것은 세계적 경쟁대열에서 탈락하는 것이라 쓰고 있다.
한미FTA 협상 저지, 반대 논리도 다양하고 주체에 따라 여러 편차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반대 논리 중에 개방 자체를 반대하는, 이른바 쇄국 논리로 반대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미FTA의 개방은 자본개방을 의미한다. 무역과 관세 협정으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한미 양국간 협정이다. 미국 자본과 한국 자본이, 또는 양국에 걸쳐 있지만 국적도 없는 자본들이 서로 돈벌이하기 좋은 조건을 만들려고 추진해온 게 한미FTA 협상이다.
한미FTA 협상 타결 이후 완전히 공개되지도 않은 협상 결과를 두고 성공한 협상이었다는 협상 주체들의 자화자찬도 완전 그렇거니와,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이나 국정브리핑 따위에서 분야별로 협상 결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나열하고 있는 점도 FTA 협상의 최초 취지에 완전 부합하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지금 시점에서 한미FTA가 성공적인 협상이었다고 우긴다면 소모적인 딴지를 걸 이유는 없다. 한국 자본에게 있어 한미FTA 타결소식은 성공적인 뉴스로 이해될 법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토론'이 되려면, 그리고 의미있는 딴지 걸기가 되려면 협상 내용이 모두 공개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미FTA 반대론이 주장하는 개방 반대는 쇄국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미FTA 반대론의 핵심은 개방이 자본에게 이로움을 줄지는 모르나, 결국 사회공공성과 사회구성원 다수의 삶의 피해를 전제할 것이 분명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것이 요점이다. 사회공공성 기반의 붕괴와 노동유연화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방식의 자유무역협정식 개방이 아니더라도 국가간 호혜적이고 민중적인 방식의 개방정책은 얼마든지 입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문제이다.
'타결과 미래'는 세계화의 흐름을 거부하기 힘든 추세이고, 개방을 거부하는 것은 세계적 경쟁대열에서 탈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오늘날 자본의 세계화의 진실은 개방 그 자체가 아니라 과잉생산, 과잉축적에 따라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제국주의 약탈이 중단되지 않는 전쟁의 세계화라는 데 있다. 따라서 용기있는 행동이란 자본에게 모든 걸 개방하고 개방된 조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본 개방에 따라 치러야 할 사회구성원의 고통을 정확히 예측하고, 자본의 대세를 단호히 거부할 줄 아는 데 있다.
자본 개방에는 반대하는 대신 자본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 방안을 모색하고, 호혜와 평등의 대안적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민중의 지혜와 민중이 참여의 주체가 되는 지구적 개방과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한미FTA 반대론이 어떤 개방을 반대하고 어떤 개방에 조응하려는가를 정확히 살펴본다면, 자본 개방 반대를 쇄국으로 치환하는 식의 공세는 더 이상 적절치 않다는 걸 인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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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와 실 (2) - 농업 피해에 대한 우려
'타결과 미래'는 농업 피해에 대한 우려를 반대론의 두 번째 근거로 들었다. UR과 한칠레FTA 이후 농업 부분 피해가 당초 우려했던 만큼은 아니었고, 무역적자 규모도 예상보다 적었다고 적고 있다. UR 이후 쌀 자급률도 100% 넘었고, 고품질 농산물 생산으로 국내산 농산물 가격도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한칠레FTA 체결 이후 국내 포도,복숭아,키위 생산량은 증가했고, 가격도 3년 전보다 상승했다고 요약했다.
그런데 전농이 4월 3일 보고한 '한칠레FTA, 3년의 진실'에 따르면, 한칠레FTA 체결 이후 국내 시설포도 산업과 양돈산업부문 피해만 최소 173억 원에서 최대 427억 원에 달하고, 1만 가구 이상의 폐업으로 공급이 줄어들어 일시적 가격 상승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폐업농가들의 직접 손실과 작목 전환으로 인한 타작물의 2차 피해를 고려한다면 피해는 그 이상이라는 반박이다.
'객관적 사실'이 무엇인가는 보다 정확히 밝혀져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칠레FTA 이후 우리 사회 농업기반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FTA 협상 결과, 쌀은 지켰다는 거짓 발표와 쇠고기 수입 관련 적절한 수준의 대안이 마련되었다는 주장은 농업기반 붕괴를 넘어 사실상 농업 말살에 가깝다는 지적도 틀리지 않은 듯 하다. 한미FTA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한 전농의 분석에 따르면, 쌀을 제외하면 양허 제외를 얻어낸 품목은 하나도 없고, 뼈가 든 쇠고기도 연내 수입하기로 해, 한 마디로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내줘도 너무 많은 것을 내준 전대미문의 농업말살협상이라는 주장이다.
더 무서운 건 '타결과 미래'는 말살 이후 농업의 산업화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30조 원을 투입했지만 효과가 미흡했는데, 이는 경제성을 냉철하게 따지는 경영적 관점이 취약해서라고 쓰고 있다. 이를 교훈 삼아 어떤 부분을 육성하고 어떤 품목을 축소시킬 것인가는 시장 기능에 맡기고, 정부는 구조조정과 피해보상 비용 최소화 방향으로 자원 배분을 조정하고, 국제 시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하자고 제언했다.
농업은 우리 사회구성원이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생산과 유통 전체를 시장 기능에 맡길 문제가 아니다. 먹는 문제만큼은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보호해야 한다. 특히 UR 이후 가장 많은 피해를 입어온 농업 관련 구성원들의 생존의 문제는 더 이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아니어야 한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지금도 국경을 초월해 이윤 추구의 대상을 찾고 있다.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는 개별 국가 차원의 농식품체제를 초월해 지구적 규모의 농식품체제로의 재편을 꾀하고 있다. 지구적 규모의 농식품체제는 대다수 생산 주체인 농민들조차 소비자로 몰아, 세계 어느 곳에서 어떻게 농식품이 만들어지고 운송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조작식품의 유통은 곡물메이저를 포함한 초국적자본이 자유무역체제를 이용한 시장의 지배력 강화에 따라 강제되는 문제이다. 광우병 쇠고기의 위험성은 익히 알려진 바 있고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성도 이에 못지 않다. 유전자조작식품은 자연에서 순환되지 않는, 즉 순환성 법칙에 위배되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생산물이다. 종자 생산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고, 집약적이고 대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생명체로 보기 어렵다. 소가 소가 아니고 콩도 콩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농업 문제에 대한 산업적 접근은 필시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 농업 체제의 산업화는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하위 구조로 편입되는 운명을 겪을 것이다. 결국 농민 계층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먹는 문제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칠레와 자유무역협정 해서 자동차와 핸드폰 몇 대 많이 팔아 돈 몇 푼 더 벌었다는 식의 선동으로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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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체결지원위가 밝힌 발효시 국내 제도정비 및 미국과의 기술 표준 |
허와 실 (3) - 미국식 경제모델의 도입에 대한 거부감
'타결과 미래'는 반대론의 세 번째 내용으로 미국식 경제모델 도입에 대한 거부감을 들었다. 경제시스템이 크게 미국식 모델과 유렵식 모델로 대별된다며 시장원칙에 따른 경쟁 강조의 미국식 모델이 글로벌 추세라고 지적한다. 2006년 스웨덴 선거에서 시장개혁을 강조한 우파가 승리한 것을 한 예로 드는데, 스웨덴 선거 결과가 시장개혁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어쨌든 요점은 글로벌 경쟁 하에 양극화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 찾고 있다. 그런데 세계화나 개방이 양극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은 좀 심하다. 양극화 원인 진단이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에 있다는 것은 정부나 국책연구소들도 인정해온 명제이다. 양극화 문제의 원인은 신자유주의 개방과 시장화에 따른 필연적 현상으로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이며, 뭐니뭐니 해도 양극화 해소 대안은 분배 정책을 통한 해결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미국식 모델이 되더라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은 희망사항일 뿐이고, 설령 성장동력 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일정한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더라도 그 일자리의 질적 측면이 보장될 지도 의문스럽다.
양극화는 사회적 빈곤의 문제이고 따라서 사회적 빈곤이 재생산되는 원인 진단이 없는 전망 제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정부의 한 연구기관은 현 정부정책이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한국사회 빈곤층이 25%인 약 1천2-3백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한미FTA 타결 이후 예고되는 강력한 구조조정은 실업과 노동빈곤층의 확산을 예고한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공공영역 등 모든 산업과 영역에 걸친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정부 복지 지출의 삭감은 사회적 빈곤의 심화와 복지의 축소로 이어져,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의 피폐화를 초래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타결과 미래'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한미FTA 협상 타결 내용 중 가장 독소적인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타결과 미래'는 ISD가 대부분 투자협정시 포함되는 보편적인 제도라고 말하고,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규제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개방정책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미FTA에서 ISD는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가 포함되어 있어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보다 높은 수준의 권리를 누리게 되고, 투자의 개념에는 국내법에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개헌 차원의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투자자를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미국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보호하고, 미국 법이 정한 것보다도 유리하게 중재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품, 농업, 섬유, 원산지, 서비스, 정부조달 등 6개 분야에 인정된 비위반 제소는 공공성을 위협하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비위반 제소는 GATT, WTO나 FTA와 같이 국가간의 무역을 대상으로 삼는 국제통상법 이외 다른 국제법 질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질적인 제도란 점에서 결코 쉽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타결과 미래'는 미국식 경제모델을 수용해도 사실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래서 미국식 경제모델 도입에 대한 거부보다는 미국식 경제모델 속에서 성장전략을 갖자고 제안한다. 한미FTA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위험이 감소하여 국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게 되고, 대규모 시장에 대한 차별적 접근성을 확보함에 따라 차세대성장동력산업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용이하다는 판단인데, 이로부터 한국 경제의 저투자-저성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본다.
이건 간단한 상식으로만 읽어도 성립이 안 되는 이야기다. 자본의 투자란 시장이 넓어진다고 활성화 되는 게 아니다. 시장의 확대가 곧 투자와 성장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면, 미국처럼 넓은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가 몇 년 째 만성적인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미국 경제는 만성 불황에 무역적자가 계속됨으로써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는 데다 2010년 또는 이후를 경과하는 즈음 미국 발 달러체제 붕괴 위기 예측도 공공연한 추세다.
한국 경제의 저투자-저성장 문제도 성장률의 문제라기보다 과잉생산에 따른 이윤율 경향저하의 문제로 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처방이란 시장의 개척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방식이 아니라, 자본에 대한 민주적, 사회적 통제로 과잉중복투자를 줄이고, 질 높은 고용 창출 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무한 경쟁시장에서 유혈을 부르는 경쟁 논리가 곧 선진화 논리이고, 이 논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모델이 미국식 경제모델인데, 이를 한미FTA 찬양 논리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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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와 실 (4) - 협상 절차 및 내용에 대한 비판
반대론의 네 번째는 협상절차 및 내용에 대한 비판이다. 작년 3월 공청회 해프닝부터 지금까지 협상 내용 공개를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협상단이 시종일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근거로 든 게 협상전략이 노출되면 협상력이 저하한다는 것이었다.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토론'을 하라 하니 어이없는 일이고, 따라서 협상절차와 내용을 들어 반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 한 국가의 운명을 다루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데 있어 그 절차와 내용을 따지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한미FTA 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는 지적은 수도 없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정부가 공개한 한미FTA 협상 발표문만으로는 추상적인 게 많아 어떤 부문이 어떻게 타결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절차와 내용을 문제삼는 반대론이 한미FTA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큰 협상이든 작은 협상이든 국가간 협상은 사회구성원들과 특히 내용에 반대하는 주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 종합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정말 협상력 저하를 고려한 협상전략 문제였다면, 국회 비준을 앞둔 시점에서는 더 이상 타결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타결 전문을 공개하고, 이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합리적인 토론이 전사회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
허와 실 (5) -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협한다는 주장
마지막으로 '타결과 미래'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위협한다는 주장을 반대론의 다섯 번째 내용으로 삼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바그와티 교수와 칼럼니스트들의 주장을 빌어 FTA의 비효율성 지적과 이것이 WTO 체제의 완성에 저해가 된다는 비판인데, 이는 한미FTA 저지 운동 측의 반대론과는 관계 없는 대목이다.
다자간무역협정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그 후속으로 이어진 양상이 지역블록화의 가속화와 양자무역협정 FTA의 확산인데, 다자간무역협정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FTA 반대론을 강조하는 것은 자본 내부의 하나의 경향인지는 몰라도 한미FTA 저지 입장의 반대론과는 관련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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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결과 미래'가 놓친 반대론의 핵심
한미FTA 타결 발표 이후 한미FTA 찬성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디어 공세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문제를 신자유주의적 방식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류 지배이데올로기가 팽배하기 때문인 듯 하다. 자본의 문제를 자본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 외에 손에 잡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선동은 현실에서 상당한 위력을 갖는데, '타결과 미래'에도 이런 논리가 잘 반영되어 있다.
사회구성원들이 일상 삶에서 경쟁과 효율의 논리를 접하기는 익숙한데 비해 공동체와 연대의 계기와 가치 공유의 기회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여론으로 볼 때 한미FTA에 대한 반대 경향이 우세하면서도, 압도적인 반대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배경도 여기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타결과 미래'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 한국 경제가 더 큰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양극화도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까지 이룰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 아무 일 없이, 우리 사회구성원의 아무 피해 없이 그렇게만 된다면 무작정 반대할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구성원 다수가 '타결과 미래'의 주장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미국 자본과 한국 자본, 또는 국적 불명의 자본의 배를 채우려고, '높은 수준의 신자유주의'가 가져다줄 고통스러운 미래를 무작정 감내하지만은 않겠다는 민중 본능의 문제이다. '타결과 미래'가 놓치고 있는 반대론의 핵심이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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