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밥처먹으러 가?"

지엠대우 부평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일상적 인권침해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보다못한 인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속노동자후원회, 다산인권센터, 사회진보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전국 37개 인권단체로 이뤄진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2일 오전 11시 부평 지엠대우자동차 공장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의 실상을 폭로했다.

이들 인권단체들이 조사한 지엠대우 부평공장 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인권탄압 실태는 일상적인 폭력행위와 정치활동 방해, 근로계약서와 계약기간의 문제, 강도 높은 노동, 산재은폐 및 무보상, 부당해고, 언어폭력과 성희롱, 노동감시와 탄압 등 10여 개 항목에 이른다.


감시 폭력 차별 무시... 모든 인권침해 사례가 지엠대우차에

지엠대우에서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하청업체 '스피드파워월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폭행당하고도 해고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몇 개월의 복직투쟁 끝에 지난 2일 다행히 복직됐지만, 이들이 당한 공장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었다.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 1회 진행하는 집중선전전 때도 회사측 관리자들이 나와 종종 마찰을 빚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15일 공장 서문 앞 선전전 당시에도 노무팀장이 나와 해고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있었다. 노무팀 중 한 명은 연대하러 온 권순만 지엠대우창원비정규직지회장을 알아보고 집중 구타하는 일까지 있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예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하거나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계약기간이 1년이기 때문에 늘 재계약 여부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 재계약 거부에 대한 협박으로 인해 연월차를 반납하거나 잔업과 특근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한편, 수당 상여금 성과금도 없고 산재도 은폐되는 현실이다.

인권단체들이 밝힌 실제 사례로 보면 사귀는 사이인 두 노동자를 '풍기문란'을 이유로 해고한 경우, 다른 회사에서 파업에 가담했다는 오해를 받아 해고된 경우, 근무 중에 다친 엄연한 산재에도 몇 달간 깁스한 채 출근한 경우, 상여금 삭감에 항의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아줌마들 새대가리라 3일이면 까먹는다"는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등으로 심각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사 상생의 성공적인 기업 모델로 부각된 지엠대우자동차 뒤편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혹독한 차별이 숨겨져 있었다"고 비판하고 △지엠대우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야만적 인권침해를 중단할 것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할 것 △부당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시 복직시킬 것 등을 촉구했다.


16일간 농성후 해고된 하청노동자들 복직투쟁 중

지엠대우자동차 하청업체 DYT 소속으로, IP패드 작업장에서 근무하다 해고된 김명희 씨는 "지엠대우에서 일한다고 하여 '좋은 데 들어갔다'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지만 출근 첫날에 그 환상이 깨졌다"고 회상했다. 김명희 씨가 근무한 IP작업장은 하수구 개천 위에 시멘트를 깔고 비닐천막을 지어 그 안에 라인을 설치한 작업장이었다. 냉난방이 전혀 안되는 지옥같은 곳에서 하루하루를 참고 2년간 일했다.

김명희 씨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이나 환경이나 너무 열악해서 일일히 말하기도 힘들지만,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인격적인 무시였다"고 말했다. "식사시간 때마다 '아줌마, 밥처먹으러 가?'라는 관리자들의 말을 들으며 참아왔지만, 우리 일자리까지 뺀다고 위협하니까 이젠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겠다 싶었어요"라는 김명희 씨의 말이다.

지난 1월의 지엠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최초의 비정규직에 의한 8시간 라인 정지는 그렇게 발생했다. 16일간 농성을 벌인 5명의 하청노동자들은 해고됐고 현재는 매일 1인 시위, 매주 목요일 집중선전전 등을 벌이면서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

"원청인 지엠대우에서 그냥 두면 안되겠다 싶었는지 용역 동원해서 끌어내고 본격적으로 나선 겁니다. 해고하고 폐업하고 외주화하고 모두 지엠대우 자본이 하는 일이니 우리도 지엠대우를 상대로 복직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공장 내 다른 하청노동자들도 이번 일들을 계기로 하나둘 움직임이 터져나오고 있는 만큼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복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