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법안 투쟁방향 놓고 민주노총 논쟁 이어가

“악법인데 왜 폐기 명확히 안하나” vs “피해 최소화 위해 시행령 개입해야”

민주노총, “비정규직 남용을 막고 억제하기 위한 시행령 제정”

노동부가 지난 19일 비정규 관련 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 한 가운데 비정규 관련 법안을 둘러싼 민주노총의 입장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논쟁은 “비정규 관련 법안을 폐기”하는 방향으로 투쟁계획을 잡을 것이냐 “시행령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투쟁계획을 잡을 것이냐에 있다.

민주노총은 현재 비정규법 ‘재개정’, 시행령 ‘개정’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은 24일, 시행령에 대한 의견서를 내놓으면서 “민주노총은 비정규법이 전면 재개정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한다”라고 밝히고, 시행령에 대해 “시행령 또한 비정규직을 억제할 수 있는 안으로 새롭게 제정되어야 한다”라고 입장을 냈다. 시행령이 언론에 공개된 18일, 민주노총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억제할 수 있는 시행령을 제정하라”고 입장을 냈다.


“노동법 개악 폐기 투쟁 선언했음에도 투쟁계획에는 없다”

논쟁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19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를 앞두고였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전비연)는 대의원대회 전 날 입장을 내고 “현재 비정규직 관련 민주노총의 대응이 때로 원칙을 벗어나기도 하고 때로 투쟁전선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않을 수 없다”라며 민주노총 투쟁방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대의원대회에서 김금철 대의원외 36명의 대의원이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 폐기를 위한 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안을 발의한 대의원들은 “민주노총은 개악된 비정규 관련 노동법이 악법이며 인정할 수 없고, 결국 재개정 투쟁을 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이런 결정의 내용이 올해의 사업계획에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재개정 투쟁은 노동법 개악 폐기투쟁이라고 선언했음에도 사실상 노동법 개악 폐기의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고 판단 한다”라고 지적하며 사업계획의 수정을 요구했다. 이 안은 대의원대회가 성원부족으로 유회되어 논의되지도 못했다.

주봉희, “한 쪽에선 싸우고 뒷구멍에선 협의하고”

논쟁의 불은 24일, 민주노총이 노동부 앞에서 열린 ‘비정규 시행령 저지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붙었다.

집회에서 민주노총 비정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주봉희 부위원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밖에서 피터지게 싸우는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 노동부와 함께 실무협의회를 통해 시행령을 놓고 빼고 넣고의 조율을 하고 있었다”라며 민주노총의 현 행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가자,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비정규 법안 폐지를 목표로 싸우자는 것은 공감하지만 시행령부터라도 철저하게 막아내는 투쟁이 필요하다”라고 반박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시행령이 나오기 직전까지 시행령을 두고 노동부와 의견조율을 이어갔다”라며 “민주노총에서 비정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도 모르는 사이었다. 보고도 받지 못했다. 신문을 보고 알아야 하는 부위원장이 비정규 담당이냐”라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한 쪽에서는 집회를 하고 있고 한 쪽에서는 노동부, 경총하고 들어가 실무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말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봉희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몰아넣는 기간제법, 파견법 폐기투쟁을 앞장서서 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민주노총은 폐기 투쟁이 아니라 개정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작년 9월 11일,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가 한 짓을 우리는 야합이라고, 그래서 비정규 관련 법안은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한국노총과도 결별을 선언했다”라며 “그런데 한 쪽에서는 싸우고 뒷구멍 가서는 실무협의하고 있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일 수 있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형근, “시행령부터라도 철저히 막자”

이어 단상에 선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의 반박이 이어졌다.

김형근 위원장은 “우리는 10년 전 파견법이 제정될 때 시행령이 나오자 1주일 이상 지속적인 집회를 이어가며 시행령에서 보건의료노동자, 금융노동자, 요식업노동자, 유통업체 판매 노동자들을 제외시켰다”라며 “당시에 민주노총의 입장은 파견법 재정 자체를 반대하고 철폐해야 하기 때문에 시시하게 시행령에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4개 직종을 빼내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면 파견직은 더욱 확대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형근 위원장은 “원칙도 중요하고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비정규 법안이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몰고 들어오면, 시행령으로 밀고 들어오면 이것도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시행령부터라도 철저하게 막아낼 수 있는 투쟁을 하자”라고 밝혔다.

이어지고 있는 논쟁은 비정규 관련 법안에 대한 민주노총의 입장으로부터 시작해 올 7월 시행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투쟁 수위에 영향을 줄 중요한 지점이기에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