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별 시정은커녕 비정규법 피해가기 앞장서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 문제 심각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해결하겠다며 준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작성되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관리 표준안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의거 공공기관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무기계약근로자=비정규직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추진위원회가 내놓은 ‘무기계약 및 기간제 근로자 등 인사관리 표준안’(표준안)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인 것처럼 선전했던 ‘무기계약 근로자’가 명확히 비정규직의 범주임을 확인하고 있다. 원래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는 정규직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무기계약 근로자’라는 형태를 만들어 정규직이 아닌 영원한 계약직의 신분을 가진 노동자의 형태를 새롭게 추가했다.

표준안에 밝힌 ‘근로자의 정의’는 지난해 확정된 국무총리훈령 486호에 따른다. 국무총리훈령 486호에는 무기계약근로자를 “국가행정기관의 장은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상시적 · 지속적 업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상시적·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를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무기계약근로자) 일자리로 만든다면 이는 ‘비정규직 남용’의 전형적인 사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올 7월에 시행될 기간제법에서 “2년 뒤 무기계약 전환”이라고 밝히고 있는 부분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일시적 고용만이 보장받는 비정규직의 또 다른 형태인 무기계약근로자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비정규직 보호의 효과는 단 한 부분도 없는 것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그간 계약기간 없이 일해왔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해고로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경기여고에서 일하던 천옥자 학교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으로 해고위기에 놓였다.

무기계약근로자, 계약체결도 기간제 체결 준용에 별도 평가시스템 도입

무기계약근로자가 정규직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무기계약근로자는 계약체결 시 기간제 근로자 계약체결방법을 준용하되, 계약기간만 명시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근무실적평가에 있어서도 각 기관에서 기존에 하고 있는 인사시스템과 별도의 ‘직근 업무감독자 평가’를 둬서 진행한다. 이것은 무기계약근로자가 일하는 직군을 별도로 마련하고 이를 별도의 평가시스템을 가지고 운영하는 ‘분리직군제’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직에게만 적용되는 평가제도로 인해 고용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용안정? 해고 맘대로 할 수 있는 무기계약근로자

정부는 일부의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해 고용만은 안정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도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표준안에서는 해고사유로 △업무량 변화 · 예산 감축, 진제와 정원의 개폐에 의한 경우 △상기에 준환한 사유로 소속 공공기관의 장이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해석하면 고용안정은커녕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혹은 ‘공공기관의 장이 정한 사유’라는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는 이유에 의해 무기계약근로자들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는 “해당 기관장에게 무제한적인 해고권한을 부여하고 적용범위를 국가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행정기관, 국 · 공립학교, 대학병원, 공기업에 적용함으로서 오히려 공공부문에 광범위하게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부, 나서서 비정규 관련 법 피해가기 술수

정부의 대책은 무차별적인 해고의 가능성은 물론이며 임금에 있어서도 ‘직무급 도입’을 열어놔 임금에 있어서도 차별은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정규 법안을 피해가기 위해 기업들에게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분리직군제’의 문제점을 정부가 나서서 하고 있는 것으로 비정규 법안에서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것을 피해가기 위해 임금체계도 분리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이라는 것은 고용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차별을 고착화 시키는 ‘분리직군제’ 형태를 도입하면서 임금, 평가제도에서의 비정규직 차별을 용인하고, 해고 사유를 확장시키면서 고용마저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허울좋은 대책이다.

“향후 총액인건비제, 공무원퇴출제와 함께 광범위한 외주화 확산 불러올 것”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표준안대로라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기존의 장기근속 계약직 노동자의 대량해고와 고용불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산’, 그리고 ‘생색내기용 차별시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수많은 계약해지와 외주화만을 부추김으로서 오히려 차별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총액인건비제, 직무성과 중심의 행정혁신과 맞물려 향후 공무원퇴출제와 함께 광범위한 외주화 확산으로 인해 행정의 공공성 파괴, 비정규직 확산과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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