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무노조경영, 하청노동자들이 깬다"

삼성SDI, 삼성코레노, 삼성쎌콤 비정규직 공동투쟁 선포

'무노조 경영' 삼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와 민주노조 보장 등을 촉구하며 삼성에 대항하는 공동투쟁을 선포해 주목된다.

삼성SDI 울산공장, 삼성코레노, 삼성쎌콤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해당 지역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역본부 등으로 구성된 '삼성 비정규·하청 노동자 공동투쟁단'은 7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삼성에 의해 너무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다"며 "'삼성'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릴 지경"이라 규탄했다. 주봉희 부위원장은 "삼성은 민주노총의 면담 요구도 거절하며 '경총과 만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전하고 "삼성과의 투쟁에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공동투쟁단이 꾸려지기까지의 경과보고에 나선 양동규 금속노조 경기지부장 직무대행은 "삼성 본관 앞에서의 집회를 위해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5월 9,10,11일 집회신고를 얻어냈다"며 10일 오후 2시에 공동투쟁단과 언론노조 시사저널분회, 한국합섬HK지회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동규 직무대행은 "삼성의 초 헌법적 무노조 신화는 더이상 용서받을수 없는 범죄"라며 "민주노총과 모든 진보세력이 나서서 투쟁할 때"라고 말했다.

비정규직·하청노동자들, 10일 삼성본관 앞 대규모 집회 예고

이날 기자회견에는 평택 삼성코레노, 삼성SDI 울산공장, 삼성쎌콤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석해 소속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의 탄압을 폭로하고 투쟁을 결의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무노조 경영 이념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온 삼성은 이같은 노무관리 방식을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에까지 고스란히 전수해, 노동조합 설립 조짐이 보이면 면담, 미행, 도청, 회유, 협박, 납치, 감금, 폭행 등 그간 알려진대로 갖가지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의 비정규직·하청노동자들은 "삼성의 경쟁력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저수준으로 낮추고 부품단가 인하를 유도하며 더 높은 이윤을 위해 손쉽게 해고하는 등 착취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며 "숨죽이며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원한이 뭉치고 있으며 이제 삼성에 민주노조 깃발을 꽂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 선언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공동투쟁단 결성과 투쟁을 선포하면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분쇄,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삼성을 상대로 힘있는 공동 투쟁을 전개할 것 △오는 10일 삼성본관 앞 결의대회를 성사시키고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 등을 결의했다.

공동투쟁 결의한 삼성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

△삼성코레노에서 노동조합 만들려다 해고된 코레노민주노조추진위원회

평택에 위치한 삼성코레노 공장은 월 4백억, 연 4천억 원 매출을 자랑하는 업체로, 삼성이 정한 납기량 납기일 품질을 맞추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대하기로 유명하다. 화장실 가는 시간과 횟수를 체크해 공고하고 잔업과 특근을 강제하는 한편 생리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벌'을 세우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 왔다.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을 준비하던 노경진 씨는 이를 눈치챈 사측에 의해 해고됐다. 노경진 민주노조추진위원장은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려 했는데 회사측에서 나를 개별 면담하며 회유하는 동안 조합원 4명짜리 유령노조를 이미 신고해 놓았더라"고 폭로하고 "삼성과 싸우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하지만 반드시 민주노조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노경진 씨는 평택 삼성코레노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130여 일 동안 농성을 벌였으며 경찰과 시청, 회사의 천막농성장 강제 철거 시도로 현재는 회사 앞 거리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폐업과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삼성SDI 울산 사내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삼성SDI 울산 브라운관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정리해고되고 있다. 사내기업인 하이비트, 영성전자, 명운전자, 세창테크 등 앗단 사내기업의 폐업으로 3천 명 이상의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SDI는 급증하는 PDP 수요에 대처한다며 약 4만 평 규모의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어, "한쪽으로는 공장을 짓고 한쪽에서는 무더기로 정리해고를 한다"는 원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부분 여성 노동자들로 구성된 '하이비트'와 '그린전자' 등 소속 노동자들은 권고사직을 거부하고 투쟁 중이며, 공장진입 시도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함선주 삼성SDI 울산사내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10년에서 30년을 일해 오면서 '정리해고는 없다'고 약속했던 사측이 하루아침에 강제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하이비트' 소속의 최세진 씨도 "사직서를 강요하고 공장 출입금지 조처를 하는 한편 집으로 전화해 부모님을 협박하고 미행까지 한다"고 폭로하며 "수년간 삼성과 싸운 선배 노동자들에게 당당하도록 '삼성'이란 이름에 금이라도 긋겠다, 반드시 무노조의 벽을 깨겠다"고 말했다.

△애니콜 단가 맞추기 위해 최저임금도 못받은 쎌콤 노동자들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쎌콤'은 삼성 애니콜 핸드폰 밧데리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올해 1월부터 정리해고를 시작해 급기야 3월 말 생산직 노동자 전원을 정리해고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중년 여성노동자 3백여 명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됐다.

삼성의 핸드폰은 쎌콤 노동자들과 같은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엄청난 이익을 보았지만, 쎌콤에서 10년 근무한 노동자의 월 통상임금은 68만 원선으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도 삼성은 부품 생산단가를 낮추겠다며 국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채 하청 거래를 중국으로 전환해 버렸다.

쎌콤 노동자들은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지난 2개월 간 회사 앞에서 집회 등의 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 공동투쟁을 계기로 "폐업의 원인을 제공한 삼성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