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판 '마거릿 대처', 사르코지 당선

노조, “맞불로 대응할 것”

6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대중운동연합의 사르코지가 후보가 당선되었다. 노동조합은 사르코지가 35시간 노동시간 개혁 등 노동권에 대한 공격을 강행한다면 강력히 반발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르코지는 53.6%의 지지를 얻어 46.94%를 얻은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철저한 마거릿 대처 신봉자
프 노조, “35시간 노동시간 개혁에 맞불”로 대응할 것


사르코지는 투표를 바로 며칠 앞둔 시점에서 유세를 하면서 무려 20분을 할애해 68혁명의 유산은 “청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르코지는 68혁명에 대해 “관용주의”로 몰아붙이며, 68혁명의 유산으로 인해 프랑스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만하고, 게으른” 국가가 되었다고 비난했다.

사르코지는 평소 자신을 영국 대처의 신봉자라고 밝혀왔다. 1979년 영국 총선에서 당선된 전 대처 수상은 소위 ‘영국병’에 대한 해결책으로 복지예산 삭감, 국영기업 사유화, 노동조합 파괴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해 거센 반발과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 프랑스 대선에서 당선된 사르코지도 대처와 유사한 맥락에서 프랑스의 문제를 진단하고 있다.

“파업기간에도 기차를 달리게 하겠다”거나 “35시간 초과노동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 하겠다”, “무기계약제와 기간고용제를 통합해 단일노동계약으로 전환하겠다”는 등 사르코지의 발언과 공약은 연대를 중시해온 프랑스의 문화와 노동자들의 저항을 ‘프랑스병’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는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

사르코지는 “더 일해 더 벌자”는 슬로건아래,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실업에 대한 대안으로 더 유연하고, 효율적인 미국식 경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노동시간 유연화 및 규제폐지 △재산세 및 상속세 인하 △공권력 강화를 통한 법질서 확립 △고용계약단일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사르코지는 구체적으로 연금개혁, 공무원 일자리 축소, 노조파업시 8일째 찬반투표 의무화, 파업 사업장 내 피켓 및 구호 금지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프랑스 노조들은 벌써부터 사르코지의 신자유주의 개혁에 경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노동자힘(FO)은 “강제로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모든 시도에 맞불을 놓을 것”이라며 사르코지의 개혁에 미리 제동을 걸었다. 프랑스 노조들은 35시간제 개혁에 대해 총파업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허한 “강한 프랑스”
"강한 프랑스"에 이민자는 없다


사회통합을 통해 “강한 프랑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사르코지 당선 첫날 전국은 폭력으로 얼룩졌다.

2005년 이민자 시위가 거셌던 당시 내무장관이었던 사르코지가 이민자 청년들에게 “쓰레기”, “진공청소기를 써야한다”는 등의 강경한 비난 발언이 이번 선거에서도 유감없이 이어졌다. 사르코지는 불법이민자들에게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하겠다, “깡패들과 같이 가지 않겠다”는 등의 원색적 발언으로 이민자들을 자극했다.심지어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파리 외곽의 이민자 주거지에서는 한 번도 선거 유세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이 발표된 당시 파리 외곽에서 약 730대의 차량이 화재로 불탔고 이로 인해 600여명이 체포되었다. 당선 첫 날이 폭력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강한 프랑스’에서 배제된 이민자들의 분노를 사르코지가 자초했기 때문이다. 폭력시위는 파리뿐만 아니라 릴, 뚤루즈, 리옹, 스트라스부르 등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바스티유 광장에서도 최악의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5000여명의 좌파 시위대에게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대응했다. 사르코지의 당선에 분노한 시위대들은 “정의는 없다”고 외치며 진압경찰에게 항의했다. ‘강한 프랑스’에 노동자와 이민자는 없고, 오로지 기업과 부자들의 이익만 있다는 사르코지에 대한 비판은 당선 첫날부터 확인된 셈이다.

사회당은 노선 논쟁이 불가피

사회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중도까지를 포함하는 노선과 사회당의 이념을 고수해야 한다는 등의 노선논쟁이 불가피 하다. 홀란드 사회당 총장은 다음 달 10일 “총선이 끝난 후 당 개혁에 착수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 후보지명에서부터 선거 과정까지 중도파를 끌어안을 것인가, 기존 이념을 고수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이제 선거 평가 과정에서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이로서 사회당의 정체성의 위기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좌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윤곽은 다음 달 있을 총선이후 그려질 전망이다.

불만의 겨울 재현될까

프랑스판 대처의 등장으로 노동자들과 이민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추진력이 좋기로 소문난 사르코지의 개혁이 오히려 1995년 연금개혁, 복지예산 삭감, 공공부문 민영화 등에 촉발되었던 ‘불만의 겨울’을 재현시킬 수도 있다는 예측은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녹녹치 않다. 대선 1차 투표 당시에도 비제도 좌파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2002년 대선에서 보다 더 낮은 지지율을 얻어 좌파에서 제시한 대안은 여전히 대중들에게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하지 못했다.

주 35시간 노동시간 개혁, 연금개혁, 공무원 일자리 축소 등 노동에 대한 공격 등 신자유주의 개혁이 다시금 좌파의 정치를 대중적으로 등장시킬 수 있는 ‘투쟁의 정치’를 부활시킬 것인가. EU헌법 부결투쟁, 최초고용제 폐지투쟁으로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불을 붙였던 프랑스 비제도적 좌파가 과연 사르코지의 신자유주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공은 다시 좌파에게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