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부터 개최된 최저임금위원회 최종 전원회의에서 2008년 최저임금이 시급 377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2007년 최저임금인 시급 3480원에서 290원(8.3%)가 인상된 것이다.
노·사·공익 각 9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 27명은 노사가 5차례의 수정안, 공익위원이 두 차례의 공익안을 제시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율을 놓고 조율하며 마라톤 회의를 벌인 끝에 오늘 새벽 2시경 3자 합의를 이끌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노·사·공익 3자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살려 기업의 생존과 저소득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로 풀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한마음으로 합의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금번 최저임금 합의 결정이 노사관계 개선은 물론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 효과가 미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 제도로는 법 제정의 목적에 따라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직접 기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 제도 대국민 홍보 강화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노동비용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기업부담분 경감 조치 강구 △적용 제외대상인 장애인의 명확한 기준 마련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대정부 제도개선 건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주 40시간 78만7930원, 주 44시간 85만2020원
이번 최저임금인 시급 3770원은 당초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 주장이 관철되진 않았지만,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인 93만6320원(시급 4480원)을 주장해 온 노동계 요구액에는 크게 못미친다.
시급 3770원은 주 44시간 근무 적용시 월 85만2020원, 주 40시간 근무 적용시 78만7930원이다. 이는 올해 말 5인 이상 사업체 정액급여 전망치 198만560원에 비해 주 40시간 기준 39.8%, 주 44시간 기준 43.0%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체 노동자의 13.8%인 212만4천 명이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적용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사회양극화 속에서 최저선의 임금을 받고 있는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의실질적인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인상액이지만 비정규노동자와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인상 효과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교섭은 아파트 감시원 등 감시단속 노동자들이 올 초부터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해고 문제가 발생하는 등 그동안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인상됐다는 사용자들의 일방적인 논리가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매우 어렵게 진행됐다"며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 동결을 거세게 요구하여 최저임금 인상 합의에 난관을 조성한 바, 우리의 요구안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수준을 낮추려는 공격을 분쇄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무책임함을 지적하며 사용자들의 동결안을 무력화시켰다"며 "이후 본격화되는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산별교섭을 통해 산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시켜 만회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전원회의가 열린 26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2천여 명은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결의대회와 투쟁문화제를 갖는 등 철야농성을 벌이며, 노동자 평균임금 50%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총의 계속되는 '동결' 주장 소식에 격분한 조합원들이 후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