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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땀나게 뛰던 날 핀 개소시랑개비

[강우근의 들꽃이야기](54) - 개소시랑개비

첫 무더위가 시작되는 6월은 거리로 나서기가 슬슬 힘들어지는 때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카락에 땀이 흠뻑 젖도록 거리를 뛰어다닌다. 뜨거운 6월의 거리, 차가 씽씽 내달리는 길가에 노란 꽃이 피어 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서도 거리의 아이들 마냥 싱싱하게 꽃을 피웠다. 양지꽃을 닮은 개소시랑개비 꽃이다. 양지꽃을 '소시랑개비'라 부르기도 하니 개소시랑개비는 '개양지꽃'쯤 되는 것이다. 양지꽃이 그 이름처럼 양지바른 곳을 좋아해도 산기슭을 멀리 떠나 이런 길가에까지 나와 자라지는 않는다. 개소시랑개비는 강 둔치나 개천가에서 흔히 자라지만 도시 주변의 길가나 공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양지꽃이나 개소시랑개비는 모두 여러해살이풀이라 한겨울에도 잎을 땅에 붙이고 살아가는데, 양지꽃은 이른 봄 꽃을 피우지만 개소시랑개비는 양지꽃이 다 시든 다음에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양지꽃은 산기슭에서 자라는 탓에 나무들이 잎을 내서 그늘을 만들기 전에 서둘러 꽃을 피워야 했을 것이다.

강변이나 길가에서 자라는 개소시랑개비는 양지꽃처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양지꽃이 한꺼번에 화들짝 꽃을 피워 노란 꽃 무더기를 이루는 것과 달리 개소시랑개비는 5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한 송이, 두 송이 여름 내내 꽃을 피운다. 이런 성질 때문에 유럽 원산인 개소시랑개비가 아시아와 북아프리카는 물론 북아메리카까지 넓게 퍼져 자랄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반도에 들어와 자라기 시작한 것은 1900년 이전이라고 추정하는데 그것보다 늦게 들어와서 무섭게 퍼져나가는 다른 귀화 식물에 견주면 개소시랑개비는 확실히 성질이 느긋한 것 같다.

개소시랑개비라는 이름은 잎 모양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개소시랑개비는 '개쇠스랑개비'가 바뀌어 된 것이다. 잎 모양이 쇠스랑을 닮아 그리 불리게 되었다. 개소시랑개비 잎은 잎 가장자리에 깊은 톱니가 있는 작은 잎이 여러 장 모여서 잎 한 장을 이루는데, 쇠스랑을 생각하면서 잎을 보면 정말 그 모양이 쇠스랑을 닮아 보이기도 한다. 개소시랑개비 꽃잎은 꽃받침보다 작다. 강가에서 자라는 것보다 길가에 자라는 개소시랑개비 꽃잎은 더 작아 보인다. 다섯 장의 꽃잎 사이사이 틈이 넓어서 꽃잎 다섯 장이 떨어져나갔거나 꽃이 피다 만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소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소시랑개비가 꽃 피는 6월의 거리를 개 발에 땀이 나듯 뛰어다녔던 때가 있었다. 어떤 이들은 거리를 떠나 권력 언저리에 둥지를 틀기도 했다. 다시 6월의 거리가 뜨거워지고 있다. 6월의 거리는 과거 추억거리가 아니라 지금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소시랑개비처럼 작고 느리지만 쉼 없이 희망을 꽃 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