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전, "여성 노동자 칼로 위협, 하천에 버려"

해외한국기업 노동권, 인권 유린, 노동자 연대로 맞선다

필리핀에서 먼 길을 온 여성노동자들과 한국의 노동자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3일 오후 4시 대방동 (주)일경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다.

한국과 필리핀의 노동자들은 ‘(주)일경의 필리핀 필스전 노동자탄압중단 및 재발 방지 촉구를 위한 한-필리핀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연대의 열기를 뿜어냈다. (주)일경은 VICMAN(빅맨), O/X 등 속옷과 Marie Claire(마리끌레르), NIX21(닉스21), ANNA MOLINARI(안나 몰리나리) 등 우리에게 꽤 친숙한 상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필리핀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 필스전(Phil-Jeon Garment. Ince)의 모회사다.

필리핀 경제자유구역은 "무노조, 무파업"지대

필리핀 정부는 경제특별구역을 설치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각종세제혜택을 주며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필스전이 위치한 ‘가비테’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다. 주 정부는 해당지역의 기업들과 유착해 각종 지원을 하고 뇌물을 받고 있으며 ‘무노조, 무파업’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 기업 중 60%가 한국 기업이다.

  필리핀 현지 한국기업인 청원패션 조합원을 경비가 총으로 위협하고 있다. [출처: 국제민주연대]


1개월 동안 필리핀 현지에서 인턴으로 노동상담을 했던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활동가는 가비테 지역의 노동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하고 등록하면 된다.” 그러나 “선거를 하려고 하면 (사측에서) 명부를 안 주고 선거 날 공장문을 닫아 버린다. 필리핀은 일당제라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에 치명타다. 이렇게 어렵게 선거를 해서 노조를 만들어 놓으면, 사측에서 노조를 인정못하겠다 소송을 건다. 이렇게 1년 만에 소송결과 합법이라는 해석이 나오면 또 소송을 건다. 1년에 8번, 10번 사측에 서신을 보내도 답이 없다. 파업하면 용역과 경비가 때리고 부수고, 보이는 천막은 족족 다 부순다. 그래서 천막도 없이 모기장 하나 만들어 농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스전 농성장 철거 [출처: 국제민주연대]

  농성장을 철거당한 후 모기장을 치고 농성하고 있는 필스전 노동자들 [출처: 국제민주연대]


  농성장 해산 과정에서 폭력을 당한 조합원의 팔 [출처: 국제민주연대]


'필스 전' 합법노조 외면, 탄압 일삼아

그 동안 필스 전 노동조합과 연대활동을 해 온 국제민주연대에 따르면 “필스전 노조는 2003년부터 노조설립을 준비해왔으나 회사측의 끈질긴 압력으로 노조설립이 지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004년 노조 등록선거를 거쳐 노조가 설립”해서 “필리핀 지역노동위원회가 2005년 11월 필스전 노조를 합법노조로 선언”했다.

그러나 회사는 무노조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에서 단체협상에 회사가 응할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끝내 노조와의 단체협상을 거부했고, 2006년 8월 29일과 31일에 걸쳐 노조원 63명을 해고했다.

노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6년 9월 1일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9월 2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농성장이 경비들에 의해 뜯어지고, 농성장 출입이 차단당했다. 농성이 장기화 되면서 파업참가 조합원들이 복귀하기도 했고, 해고당해 먼 곳으로 다시 일자리를 찾아 떠나기도 했다.

“여성 2명 칼로 위협하고, 눈 가린 채 하천에 버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노조 지도부는 공장 앞에서 노동탄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아직도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 2007년 8월 6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필스전 공장 앞 농성장에서 자고 있던 여성 노동자 2명을 괴한 10명이 칼로 위협하면서 박스테이프로 팔다리를 묶고 눈을 가린 후, 농성장 텐트를 부쉈다. 그리고 그들을 소지품과 함께 트럭에 태워 경제자유구역 옆에 위치한 고속도로 근처 흐르는 개천에 두 사람을 던지고 떠났다”고 필스 전 노동조합 집행위원장 메를리는 증언하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가 및 정치인들에 대한 살해가 만연해 지난 몇 년간 1000여명이 살해된 필리핀에서는 이런 위협적 행동은 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악덕기업은 악덕기업끼리 논다

국제민주연대는 작년 필스 전의 소식을 전해듣고 작은 성의나마 300달러, 한국 돈으로 30만 원가량 남짓한 돈을 모금해 필스전 노동조합에 전했다고 한다. 한국 사장에게 구타 당하고,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던 필스전 노조 집행위원장은 그 300달러를 받고 울었다고 한다.

나현필 활동가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현재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이랜드 조합원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형석 서울본부 차장은 “(주)일경이 태창 메리야스는 이랜드에게 넘기고 나머지 (주)일경을 필리핀 수출가공공단에 세웠다”며 “악덕기업은 악덕기업끼리 논다”고 하자 집회에 참가했던 이랜드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필리핀 노동자들과의 인연을 남달리 느끼기도 하는 듯 놀라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주)일경, 노동자들 앞에서 대놓고 “얘네들”

그 때 즈음 사측에 항의를 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러 (주)일경으로 들어갔던 필스 전 노조 집행위원장 메를리가 강용준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과 함께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강용준 수석부본부장은 “면담 내내 벽보고 이야기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필리핀을 총괄하는 사측 관리자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 했다. 강용준 수석부본부장은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며 협상내내 사측에서 “미개한 국가의 인간들을 보는 것처럼, ‘얘네들, 애네들’ 했다”고 전했다. 사측의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및 인종적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어, “노동조합으로 인정하고 성실하게 교섭해라, 탄압재발 방지요구를 받아들이라고 했지만 아는바 없다”로 일관했다고 협상의 분위기를 전했다.

강용준 수석부본부장은 계속해서 사측이 협상을 하지 않고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새롭게 투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사측이 협상을 끝내기 위해 “회피하는 방식으로 노조와 원만히 풀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끝까지 연대해서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을 인정받고, 협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연대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필리핀에서 봤던 사람, 노조 모른다는 거 이해 안 돼”

협상을 다녀온 메를리 집행위원장도 협상때 봤던 “임주환은 필리핀에서 일할 때 많이 봤던 사람이다. 자기는 노조가 있는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설립을 취하했다고 하는데, 매일매일 필리핀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는 사람이 노조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사측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필스 전 노조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테트라팩 노조 위원장도 현지에서 원정투쟁을 하고 있다며 “스웨덴은 노조 조직율이 85%로 노조활동이 꽃피는 곳이 스웨덴인데 왜 한국에서는 악덕자본으로 바뀌는지 모르겠다”며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봐야 겠다”고 발언했다.

사회를 본 김형석 서울본부 차장은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면 독종이 되고, 나가면 안면 수심이 되는 이런 상황을 바꿔야 한다”며 투쟁의 의지를 높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쪽박을 깬다”며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것만으로 달려온 것이 진정한 국제연대”라는 의미라고 사회자는 오늘 집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해외한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는 만큼, 현지에서 한국기업의 횡포로 인한 노동권, 인권침해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심각성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필스 전 사례를 통해 아래로부터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사회운동의 연대가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내는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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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 해외한국기업 , 필스전 , 가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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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jj

    ...작은 성의나마 3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30만 원가량 남짓한 돈을 모금해 필스전 노동조합에 전했다고 한다. => 300달러 겠지요.. ^^;

  • 변정필

    지적 감사합니다. 300달러로 수정했습니다.

  • ㅋㅋ

    참세상 기사는 오타가 넘 많은 것 같아요. 비문도 장난아니에요. 사람 이름 틀리고 직책 틀리고 수치 잘못쓴 것도 한 두개가 아니에요. ㅋㅋ
    그리고 오타수정 요구하는 덧글과 고쳤다는 기자의 덧글도 참 잘 달려요. ㅎㅎ
    어찌보면 참 친근해요. 푸하하하

  • 나도참언론

    놀고있네....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ㅋㅋㅋㅋ

  • 변정필

    변정필! 너도 기자냐? 참 웃긴다...ㅋㅋㅋ

  • 우미

    이게 소설이면 얼마나 좋을까..더욱더 슬픈 것은 소설이 아니라는 거. 한국기업이 외국가서 이런 짓 하고 있다는거. 정말 슬프다.

  • zz

    300만 달러라는 글구는 없는데요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산다는게 창피하네요

  • 양도일

    참세상아 그따구로 살지 말아라 니들이 과연 민중의 언론이냐
    민노총의 언론이냐?
    뜨려고 오바하지 마

  • ㅋㅋ

    뒤가 구리긴 하나보네. 알바들 풀어 이런 곳까지 와서 지저분하게 악플들 다는 걸 보니.

  • 일경??

    일경사주 이놈
    네놈이 네 애새끼에게는 착한 애비인양 행세하겟지.

  • 세상에서

    별것을 다.. 이랜드하고 연관시키네...

  • 박성수쓰벌넘

    이랜드악독자본의 목을쳐서 전국8도를
    질질 끌고다녀야해 이 육실헐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