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체제가 열린다

[특별기획 : FTA체제가 열린다](시작하며)

노무현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한 지 2년이 되었다. 4대선결조건을 충족하고, 공권력과 함께 형식적인 공청회를 진행하고, 국책연구소를 동원해 거짓 데이터와 보고서를 배포했다. 협상이 펼쳐지는 동안 협상장은 어김없이 공권력이 동원됐다.

한미FTA 추진에 반대하는 사회 각 분야 구성원들은 범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끈질긴 반대와 저항의 실천을 펼쳤다. 허세욱 노동자의 죽음 소식은 모든 이의 가슴을 태웠다. 노무현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4월 1일 타결했고, 6월 30일 김현종 통상본부장은 미국으로 날아가 협정서에 서명함으로써 한미FTA를 체결하고 말았다.

한미FTA 체결은 국론을 분열시켰다. 정부와 자본은 찬성론을 설파했고, 사회 각 부문의 민중들은 반대론을 펼쳤다. 자본에게 유리하지만 민중에게 불리한, 민중의 주머니를 착복해서 자본의 배를 채우는 자본간, 국가간 협상이라는 진실이 확인되었다.

이윽고 국론 분열은 자본의 방식으로 봉합되는듯 하다. '경쟁력', '선진국' 이데올로기 효과는 여간 만만치 않다. 정부는 한미FTA가 되면 수출이 늘고, 성장이 촉진되고, 고용이 창출되고, 경쟁력이 강화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시종일관 주장해왔다. 국가장치와 공권력을 동원한 선진통상국가 정책은 저항을 뿌리치고 큰 걸음으로 내닫고 있고, 한미FTA 비준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 국회에서, 미국 의회에서 비준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더이상의 강력한 저항이 없다면 양국 의회는 예정대로 비준 및 발효 시기 공포 수순을 밟을 것이다.

바야흐로 자유무역협정은 우리의 삶을 바꿔 놓는다.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것인지 나쁜 방향으로 바뀔 것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소수에게는 기회를 다수에게는 불행의 씨앗을 안겨준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자유무역협정이 자본의 협정이고, 자본 운동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의 협정은 호혜성과 민중성을 배타시하는데, 따라서 그 협정으로 인해 사회구성원 다수는 커다란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미FTA는 비준을 앞두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쉽게 비준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자본과 정부의 비준 의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미FTA 외에 또다른 자유무역협정도 잇따라 체결될 예정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관련 국내법도 재개정되어왔고 또 앞으로도 재개정해갈 것이다. 법제도의 재개정은 사회구성원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자유무역협정은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 뿐만 아니라 사회 체제의 성격 변화도 예고한다. 87년체제의 정치적 파산과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강화, WTO 협상 실패와 양자협상의 확산은 한국사회의 FTA체제로의 급격한 변화를 추동해왔다.

한미FTA와 자본의 투자전략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와도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남북경협과 자본의 대북 투자는 2012년으로 예정된 한중일FTA, 한아세안FTA 등 동북아 단일시장을 예비하며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FTA체제는 국경을 넘는 자본운동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조건과 질서의 형성을 의미하며, 따라서 일국적 범위를 뛰어넘는 정치적, 경제적 성격을 띤다. 세상은 바뀌는데 자본의 방식으로 바뀌고, 그 변화의 속도는 따라잡기 힘든 형편이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바뀌나. 민중언론참세상은 자유무역협정이 가져다주는 현실에 대해 주요 의제와 분야별로 진단하는 특별기획 ‘FTA체제가 열린다’를 연재한다. 특별기획은 금융,의료,교육,농업,공공서비스,인권,한반도 등 20회에 걸쳐 취재와 기고글로 구성한다. 한미FTA 비준을 앞둔 시점, 한미FTA가 가져다줄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하고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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