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시장화, 제대로 된 전략인가?

[노무현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의 허와 실](1)

지난 해 노무현정부는 '사회서비스 확충전략' 이라는 이름을 단 고용확대대책을 발표했다.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은 2010년 까지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총 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말하는 사회서비스란 보육.간병.산후조리.장애인활동보조 등 대부분 사회복지에 해당되는 영역들이다. 정부는 이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이 "여성을 가사로부터 해방시켜 연쇄적인 취업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며 "성장 잠재력 제고와 복지 수준 향상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을 듣고 있자면,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은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시대의 문제를 단번에 풀어낼 듯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용확대대책이 그러하듯 '사회서비스 확충전략'도 양적 규모만 강조될 뿐, 창출될 그 일자리의 질과 대책의 실내용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민중언론 참세상>과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는 노무현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의 허와 실을 짚어보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공동기획은 총 5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 [편집자주]


사회서비스의 ‘사회화’를 요구하는 현실

“‘좋은 일자리’로 선진한국 열어가겠습니다”

정부가 지난 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의 구호이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 씨는 최근 대선 행보를 걸으면서 가진 한 강연에서 2015년까지 사회서비스분야에서 18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밝힌 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사회서비스는 개인·사회 전체의 복지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보육, 아동·장애인·노동 보호 등의 사회복지서비스 △간병·간호 등의 보건의료서비스 △방과후 활동, 특수교육 등의 교육서비스 △박물관·도서관 운영 등의 문화예술 서비스 △공공행정, 환경, 안전 등의 공공재 등을 포함한다고 알려진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006년 당시 약 80만 명 정도의 인력이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간병, 보육, 방과후 활동에의 인력부족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사회서비스분야의 고용비중도 열악한 편이다. 2003년 기준으로 핀란드 27.3%, 영국 26.9%, 뉴질랜드 22.7%, 스페인 18.1%인데 비해 한국은 2005년에 13.1%(2006년 기획예산처)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서비스, 특히 보육, 가사, 간병 등의 돌봄서비스는 주로 개인이나 가족, 특히 여성이 대부분 책임져 왔다.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계층은 사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였고, 이를 수행하는 노동자는 대부분 공식적인 고용관계라기 보다는 비공식적인 계약 상태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 왔다. 이렇게 자생적으로 늘어나는 돌봄 영역의 노동자는 2010년에는 4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현 시점에서 간병노동자만도 10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알려지고 있다.

한편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라 비정규직이 늘고, 소득이 점점 하락함에 따라 여성이 경제활동에의 참가가 두드러지면서 돌봄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점점 더 늘고 있다. 노령인구가 점점 많아지는 현상은 수요 증대를 더욱 가속화한다. 이에 따라 사회서비스 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나 경제적 고통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용 부담을 할 수 없는 계층은 사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아동·노인의 경우 간병 및 보육서비스에서 소외, 방치되고 있는 사람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수요와 경제적 부담은 늘고, 인력은 부족하면서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계층은 점점 더 많아지는 현실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동안 개인과 가족, 특히 여성의 책임이었다면 이제는 이러한 상황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정부의 민간중심 ‘시장화’전략

그렇다면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응해 야심차게 내놓았다는 '사회서비스일자리확충전략'은 그러한 사회서비스 요구를 반영한 정책인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돌봄노동의 사회화 전략으로 평가받을 만한가?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될 것인가?

정부는 기본전략으로 ‘시장활성화를 통한 민간시장 공급’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사회보험제도를 확충하고, 바우처 제도를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하여 △공급 진입 규제완화(복수의료기관 설립, 방문간호자격 확대) △지역사회 중심서비스 제공(방과 후 활동 협의회, 지방고용심의회 활성화) △공급인력 양성·자격정비(간병관리제도 도입, 운동처방사 등 자격제도 신설)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 확충’과 ‘사회서비스 질 제고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의 경우 정부는 2조천703억 원을 투입해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5만2천 명, 사업기관 11만3천 명, 바우처 형태 3만 5천 명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원하기 보다는 다른 채용기관을 통해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보육교사는 보육시설을 통해, 노인돌보미는 가정봉사원 파견센터 등을 통해 고용되는 형태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보육시설은 대부분 민간시설이고, 나머지 시설들도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형식이 아니라 사회복지법인 등을 통해 위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창출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민간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전략은 스스로 밝히고 있다시피 ‘시장화’ 전략인 셈이다.

‘시장화’ 전략은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로 이어져온 ‘노동연계복지’전략의 일환이다. 복지, 사회서비스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어떤 악조건에서라도 노동을 해야만 쥐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서비스 분야도 시장경쟁의 논리에 따라 경제성장에 이바지하는 방식으로 통합해 나가야 한다는 것과 여성, 실업자를 노동시장의 위계화되고 분절화된 구조로 적극적으로 편입해 나가는 것으로 외화된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이용과 접근 능력이 없는 빈곤층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지원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장에서 구매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 현실을 일자리 개수의 부족으로 단순화 시키는 상황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시장화’ 전략이 낳을 문제들

사실 사회서비스의 확충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요구이자 민중의 요구이다. 가족 보살핌의 책임이 사회적으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만 누구나 가족 재생산, 돌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고, 이 역할을 전담하던 여성들도 원하는 노동을 할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시장화 전략은 이러한 권리의 실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좋은 일자리’나 ‘삶의 질 향상’의 실현과도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첫째, 민간시장의 이윤추구적 속성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키고 그에 따라 그 혜택에서 배제되는 계층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 등의 상당수는 표방하는 명분과는 달리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시설과 보육시설이다. 소득이 많아 경제적 부담능력이 있는 계층은 고가의 질 좋은 서비스 구매가 가능하지만 소득이 낮은 사람의 경우 서비스에 접근조차 어렵다. 이러한 단적인 예는 민간이 90%를 차지하는 보건의료체계에서 확인해 준다. 바우처 제도는 구매력을 보완해 주지만, 민간 서비스 공급자는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서비스를 차별화하여 추가 구매를 유도하거나 다른 비용을 줄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의료서비스에서 확인해 왔듯이 법적 서비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비급여 항목의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고, 부담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결국 저소득층이나 부담능력이 없는 이들에게는 질 낮은 서비스만이 공급되거나, 서비스 혜택에서 배제되게 된다. 또한 대다수의 사회서비스 시설은 수요자가 많고 이윤창출 가능성이 높은 대도시로 밀집하게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농어촌 지역의 경우에는 공급자가 기피할 가능성이 커 결국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다. 아울러 각종 규제의 완화나 진입장벽의 해소는 사회서비스 시설에 대한 관리나 감독을 소홀하게 할 수 밖에 없어 기존 사회복지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설비리나 인권침해가 확대재생산도리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민간중심의 시장’에서는 사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의 해소나 사회서비스의 질 향상, 사회서비스의 공급 모두가 시장의 ‘이윤’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정부는 극히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성격의 역할만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대부분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취업취약계층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포장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목표는 잠재적 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의 개입을 용이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지위에 대한 제약을 통해 유연성을 확대하고, 저비용고효율을 위한 인건비 절감 방안이 포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서비스는 일반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와는 달리 사람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이므로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장기간 노동을 통해 학습되는 숙련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서비스 영역의 전문성, 숙련도를 부정하고 간병, 보욕, 장애인 동우미, 방과훌 활동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반숙련 노동’으로도 가능하며,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가사사용인’ ‘유사근로자’란 개념을 도입하면서 이들 사회서비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제도화되어 있거나 사회적으로 ‘전문성’이 인정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자격인정제도 도입을 통한 통제?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새롭게 부각되는 서비스 영역에 대해서는 저임금 불안정노동의 제도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정리하고 있는 사회서비스별 임금수준을 보면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직종의 노동자조차 임금수준이 150만 원 정도이며, 보육도우미, 노인돌보미 일자리의 경우 시간당 5천 원으로 하루 6시간씩 30일을 일해야 90만 원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다. 이러한 임금수준과 장시간의 고된 노동은 사회서비스 노동자로 하여금 이직률을 높이는 조건이 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서비스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공공적 서비스 확충과 노동권 확보가 대안

이같은 이유로 정부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전략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 질 제고’라기 보다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권리후퇴와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저임금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 눈에 보인다. 공공서비스 확대의 요구가 사회서비스의 민영화로 대체될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빈곤의 심화·확대로 사회서비스 요구가 증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부문의 일자리 확대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보편적 사회서비스 확충이 아니라 규제완화와 시장화를 통한 서비스부문의 확대는 빈곤층이 노동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못할 뿐더러 서비스 혜택의 차등화를 확산할 것이다. 빈곤층이 사회서비스를 상품으로 구매해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권에 대한 선택을 제약받는 악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시장화전략이 아닌 공적 사회서비스체계의 확보가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책임을 분명히 하고, 운영에 있어서는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및 서비스 대상자, 그리고 운영주체 등이 민주적 권리와 책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사회서비스노동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 노동이 여성들이 수행하는 잔여적 노동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인 한 공적서비스 확대에 대한 요구로 나아가기는 요원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 기초하여 사회서비스의 내용과 질, 인력운용, 관리 등을 공적인 체계 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요구와 확보는 필수적이다.
덧붙이는 말

강동진 님은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준)' 공동대표와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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