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비정규직 파업출정식 경찰에 강제 해산돼

파업전야제 이어 출정식에도 경찰 투입... 조합원 14명 연행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시정을 촉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전국증권산업노조 코스콤비정규지부가 오늘 오전 여의도 코스콤 본사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으나, 경찰의 침탈로 14명이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업 출정식이 개최되는 시간인 오전 11시 30분경부터 건물 로비 출입구를 봉쇄하기 시작한 경찰은 지난 밤부터 로비에서 밤샘 농성을 진행하고 있던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들과 사무금융연맹 관계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다가 급기야 김창섭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을 로비 바깥으로 끌어냈다.

  파업출정식을 위해 코스콤 본사가 있는 여의도 증권거래소 로비에 모여 있는 코스콤비정규지부/김용욱 기자

  김창섭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이 경찰 폭력으로 실신하기도 했다./김용욱 기자

이 과정에서 코스콤비정규지부 조합원과 증권산업노조, 사무금융연맹 등 노조 간부들을 포함해 14명이 연행됐다. 이 자리에 있던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등도 경찰에게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행된 조합원들은 영등포경찰서와 양천경찰서, 동대문경찰서 등이 분산 이송됐으며, 실신한 김창섭 부위원장은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날인 11일에도 코스콤 본사 로비에서 열린 파업 전야제 현장에서 경찰의 폭력사태가 있었다. 모든 문을 봉쇄하려는 경찰과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계속 벌어졌으며, 뉴코아-이랜드노조, 테트라팩노조, 한국합섬노조 등 코스콤비정규지부의 파업 전야제에 참석하려던 3백여 명의 노동자들도 경찰 5개 중대 병력에 밀려 한동안 아수라장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평화적으로 출정식에 참여하고 돌아가려 했는데 경찰이 12명을 연행해 갔다"며 "우리 연맹 역사에서 12명이나 연행된 것은 처음이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스콤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무금융 비정규직 문제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며 "우리 연맹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사무금융연맹은 오늘 폭력사태와 관련해 가맹조직 모든 간부를 코스콤 본사가 있는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으로 집결하도록 하는 긴급 지침을 내렸다. 현장이 경찰에 의해 봉쇄된 가운데 오늘 오후 3시 코스콤 총파업 투쟁대회가 열릴 예정이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갑작스런 경찰의 해산 시도로 조합원 14명이 연행됐다./김용욱 기자

  파업출정식을 찾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원 안)도 경찰에 의해 끌어내졌다./김용욱 기자

"코스콤이 사용자 아니다" 중노위 결정에 노동계 반발

앞서 지난 8월 29일 코스콤비정규지부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으나, 11일 중노위는 "본 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조정이 성립할 수 없다"며 "노조는 해당 사용자인 하도급 업체와 교섭할 것을 권고한다"고 결정했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그동안 코스콤 회사측이 하청회사 노동자들을 직접 관리감독하고 하청회사 경영에 결정권을 행사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주 위치에 있다며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주장해 왔다.

코스콤비정규지부는 지난 6월 29일부터 일주일간의 투쟁으로 7월 4일 회사와 기초협약서를 체결했지만, 이후에도 회사측이 사용자성을 부정하면서 교섭에 성실히 나서지 않자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고 70여 일만에 다시 파업에 나서게 됐다.

황영수 코스콤비정규지부 지부장은 "기본합의서 작성 이후에도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중노위에서도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나오고 있어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황영수 지부장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대화하겠다는 회사측이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안을 갖고 나왔고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끝이 정해지지 않은 파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 결정과 관련해 민주노총도 12일 성명을 내고 "중노위 결정은 코스콤비정규지부의 교섭권과 파업권의 박탈"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최고목적으로 해야 하는 중노위가 형식논리에 치중해 실질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코스콤의 사용자성을 은폐시킨 것"이라며 "중노위가 코스콤의 직접 업무 지시 등 사용자 역할을 부정한 것은 불법파견을 합리화하고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중노위가 결국 '사용자위원회'라는 낙인을 넘어서지 못했다"면서 "중노위는 현실을 왜곡하는 결정을 내리며 변명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번 결정을 취소하고 코스콤에게 원청으로서 사용자 책임을 강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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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 , 증권노조 , 불법파견 , 정용건 , 코스콤 , 황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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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영

    화물연대 새 홈페이지가 만들어졌고 노동속보란에 참세상 기사를 뜨도록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부탁드려요, 고생하시구요..화이팅!!!!

  • 비정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기사 접할 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도대체 또 어떤 '직'을 만들어 낼까? 빠져나가기 위한 대책을 또다른 비정규직을 만들어내서 해결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