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성 후퇴시키는 바우처 사업

[노무현정부의 '사회서비스 확충정책'의 허와 실](2)

"본인부담금이 너무 높아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들이 서비스 신청하기가 어렵습니다. 신청자도 적고 서비스 단가도 너무 낮아 참여 노동자 임금이 낮고, 수행기관에서 운영비도 없어 전담자를 둘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 사업이 정말 수혜자들을 위한 사업인지 아니면 지차체와 기관들이 실적평가를 위한 사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2007. 7. 자활후견기관 실무자 의견조사 중)

정부는 올 4월부터 노인돌보미, 중증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 도우미, 지방사회서비스 혁신사업 등 4대분야로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수요자에게 바우처(voucher, 이용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 도입과 확대는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제공체계 전환, 서비스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공급자간 경쟁을 통해 질 높은 서비스 제공, 민간과 정부의 역할분담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정부 의도와 완전히 어긋난 바우처

2007년 6월 민주노총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자활지부에서 자활기관에서 활동 중인 실무자를 대상으로 바우처 사업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의 주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일선에서 직접 관리하고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바우처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현재의 바우처 사업의 문제점으로 △서비스 참여자의 고용불안정 문제 (100점 만점에 87.8점) △복지부와 지자체의 준비 부족 (85.8점) △서비스 참여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82점) △바우처사업의 홍보부족 문제(79.5점) △서비스 이용자 발굴부족 문제(77점)등을 지적 하였다. 그리고,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될 사항은 △바우처 사업 참여자들의 이동시간 미적용 문제(90.3점) △바우처 사업 참여자들의 근로조건 저하 문제(86.6점) △서비스 인력의 인건비 문제(86.3점) △서비스료 문제(79점) △정부지원시간 문제(73.6점) △자부담 문제(70.6점) 등 제기하였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사회서비스 노동자

바우처 사업 참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자활 바우처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26.8시간 △월 평균임금은 59만4천원에 불과 △사회보험 적용율 35~47% △퇴직금 적용율 32.4% △주휴일 적용율 24.4% △연차 적용율 13% △노동절 유급휴일 적용률 10.6% 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활을 비롯한 다른 기관의 바우처 사업 참여 노동자들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바우처 사업 참여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이상의 이용자(노인 8~10명)가 확보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5~6명에 불과하다. 이것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이동시간이 포함되지 않고 참여자들에게 별도의 교통비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노인돌보미 바우처 사업 참여 노동자들의 임금은 기존 임금 수준보다 떨어진다. 이 일자리는 최계생계비도 보장하지 못하는 ‘부업’과 같은 일자리로 전락하고 있다.

그리고, 복지관이나 자활후견기관의 바우처 사업 담당자는 기존 업무를 유지하면서 바우처 사업을 담당하여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바우처 사업 관리자 인건비가 책정되지 않아 전담자를 두지 못하고 그나마 비정규직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앞장서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양산과 비정규직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것이 사회서비스 시장화의 본질이다.

사회양극화 심화, 저소득층 울리는 바우처제도

바우처를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이 있다. 노인돌보미의 경우 월 36,000원,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은 본인 소득수준에 따라 월 2~4만원을 선납하여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다. 이 본인부담금 때문에 저소득층과 장애인들은 신청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기존에 받아오던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한다. 1급 장애인 김모(30. 천안시 쌍용동)씨는 활동보조인 지원사업이 4월까지는 전액 무료로 시행되면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늦깍이로 공부를 시작한 김씨에게 활동보조인은 필기가 어려운 김씨를 대신해 수업내용을 정리해 주는 등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자부담 신설 뒤로는 활동보조인 신청을 포기했다.

더구나 노인돌보미의 경우 월 27시간,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의 경우 등급별로 월 20~80시간이 기본시간으로 제공된다. 기본시간외의 서비스는 100%로 본인부담이다. 중증장애인활동보조지원 사업의 경우 일상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20개 동작만으로 조사표가 설계되어 등급과 서비스 시간을 결정한다. 월 60시간을 판정 받으려면 정신지체 등 중복장애여야 하고 중복장애에다 독거생활까지 해도 80시간을 받을까 말까 하다. 1회당 최소한 기본 2시간 이상이 필요함에도 기본시간으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돈 없으면 서비스 신청을 하지 말고 기본시간만 살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개인의 경제적 지불능력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됨으로 인해 사회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뿐이다.

한편, 전자바우처 제도로 전환하였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하지 않아 더 많은 불편과 소외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자바우처는 카드등록과 결제를 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카드를 사용해 보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대부분의 이용자인 노인돌보미의 경우 바우처 카드 사용을 이해하지 못해 카드등록을 못하고 카드 결제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단말기 사용 미숙으로 결재를 잘못했을 경우 당일 취소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 단말기 오작동, 통신오류 빈발, 조작 미숙으로 오결제 승인, 단말기 A/S시간 등의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조사 통신사, 국민은행등 3곳이상 통화하고 확인해야 된다.

바우처 사업 중단과 공공성 강화를 통한 사회서비스 확충

사회서비스 분야는 이윤을 창출하기가 어려운 분야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대부분 민간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우처 사업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민간과 공공의 적절한 역할분담, 경쟁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도 한 지역에 2개 이상의 기관이 바우처 사업에 참여할 경우 참여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더 열악해져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질 수 없다.

결국,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계층에 대해 그나마 정부가 제공해 왔던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후퇴하게 된다. 정부는 저소득계층에게 무료로 제공되어 왔던 가사·간병 방문 도우미 사업 2008년 예산 전액 삭감을 시도하다가 다시 2008년에 한해서만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2008년 이후 무료간병사업은 바우처 사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공적영역에서 제공되던 사회서비스가 시장에서 상품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다.

정부는 바우처를 통한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중단하고 사회복지분야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된다. 특히, 가장 우선적으로 사회서비스 제공 공적인프라 확충과 공적체계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경제적 능력에 따른 사회서비스 제공의 양극화도 해결되고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서비스 질이 좋으면 서비스 수요도 늘어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 진다.
덧붙이는 말

주미순 님은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사회연대본부 정책국장, 사회서비스 시장화저지를 위한 공대위(준) 교육선전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