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민중을 겨눈 총, 누가 만들었나?

[기자의 눈] 버마 군부에 일조한 한국 자본

26일 버마 대사관 앞에 선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의 눈빛에는 날이 섰다. 본국에서 군부가 자신의 친구와 가족들에게 총을 겨누고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정부가 버마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분노했다.

항의 기자회견에 참가한 버마 활동가들은 “버마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한 한국정부가 민주화 요구 시위를 지지하는 입장과 정책을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한 활동가는 “한국 정부는 민주화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경제밖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 정부는 26일 항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까지 “버마 문제는 버마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강력하게 항의를 받은 후에서야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다.

지난 12월 6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버마 군사정권에 불법으로 포탄제조공장과 설비, 기술을 수출해 대외무역법 및 기술개발 촉진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등 컨소시엄 업체 16명을 적발하여 14명을 기소하고 2명을 지명수배한 바 있다.

대우 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군사정부로부터 1억 3,380만 달러(계약 당시 환율기준으로 약 1,600억원)를 받기로 하고 2002년부터 무기제조장비와 기술수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버마는 ‘방산물자 수출 요주의 국가’로 포탄 및 부품의 제조 설비 기술의 수출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무기관련 설비 및 기술 외에도 버마 군부와 한국 자본이 손을 잡은 사례는 또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지분 참여 형태로 천연가스전 발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규모의 사업이 해당국의 정부의 승인 또는 도움 없이 진행될 수는 없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한국 국적의 자본은 버마 군부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

이번 민주화 시위가 어떤 결과를 낳던 한국은 버마 민중들에게 겨누었던 그 총을 만들었던 나라로 기억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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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 초국적 기업 , 버마 민주화 , 대우 인터내셔널 ,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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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사람

    기사 중, 본국에서 군부가 자신들의 '형제들'에게 총을겨누고...에서 군부가 총을 겨눈건 '형제'들 만은 아니었을텐데요...적절한 표현으로 바꿨음 합니다.

  • 한국 정부는 26일 항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까지“버마 문제는 버마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강력하게 항의를 받은 후에서야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을 뿐이다.

    -> 강력하게 항의를 받은 후에야..라는 정황이 어찌 된건지 궁금하네요.
    누구한테 어떤 경로로 어떻게 항의받았다는건지. 유감표명이 그런 항의의 결과물이 맞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