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개헌, 비상사태시 기본권 제한 논란

동성애자 권리보호, 지재권 폐지도 개헌내용으로

베네수엘라 의회 개헌안 심의 소위원회는 15일 헌법 350개 조항 중 58개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개헌 초안을 실리아 플로레스 의장에게 제출했다.

58개 조항에는 지난 8월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연임제한 폐지를 비롯한 정부 제안 33개와 의회 소위원회에서 추가로 제안한 25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플로레스 의장은 이번 초안이 베네수엘라 민중들과의 직접적인 토론을 거쳐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플로레스 의장은 "거리 의회"를 통해서, 가정 방문을 통해, 또는 의회 앞에 세워진 '법정'에서의 토론을 통해 의견을 취합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개헌이 1999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 헌법을 제안할 당시에 가지고 있던 정신의 연장에 있다고 밝혔다.

응급사태에서 기본권 제한 논란

개헌의 골격을 보여주는 이번 안에서는 "예외적" 상황 또는 응급사태시 일부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베네수엘라 국내외에서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15일 제출된 개헌안에는 "예외적" 또는 응급 상황에서 무죄추정의 원칙,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변호사 선임의 권리, 자신에 대한 유죄인정 거부 권리, 피고인이 기소내용을 알 권리, 이중처벌 금지 등에 대해 유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명에 대한 권리, 고문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 기본적 권리는 침해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공산당 대표 오스카 피구에라는 이 조항에 대해 "훨씬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칼릭스토 오르테가 의원은 2002년에 이 법이 있었다면, 2002년 12월 석유 파업으로 일어난 "재앙"과 "석유산업의 마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찬성의사를 피력했다.

의회에서 플로레스 의장이 개헌안에 대해 설명을 하는 동안 개헌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야유를 던지기도 하는 한편, 개헌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지지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다.

동성애자 권리보호, 지재권 철폐 등 급진적 내용도

그러나 개헌의 골격이 드러난 이번 초안에서는 급진적인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

우선 8월 정부 측 제안 중 모든 정치조직에서 여성과 남성 동수의 후보를 낼 것(67조), 주부, 가내 노동자, 택시 노동자 등 독립 계약자들을 위한 ‘사회안전기금’마련(87조), 주당 노동시간을 44시간에서 36시간으로 단축(90조)하는 등의 내용이 보완되어 제출되었다.

법안 소위에서 제출한 안에는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21조), 빚을 이유로 한 집 압류 금지(82조), 문화적 자산에 속하는 지적재산권 폐지(98조), 대학내 교수와 학생에 대한 동등한 투표권 보장(109조) 등이 담겨 있다.

아울러 남미에서 '21세기 사회주의'를 향한 연대와 단결에 대한 의지도 개정 헌법에 담길 예정이다. 153조에는 국제 및 남미의 단결을 명시하고 공화국 연합의 창설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16일부터 논의를 시작해 각 항목별로 토론을 진행한다. 개헌안은 11월 초 의회 승인을 거친 다음, 12월 2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태그

남미 , 베네수엘라 , 베네수엘라 개헌 , 차베스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변정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음..

    기본권 유보라..유신헌법 같은 거 아닌가. 기본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권이다. 다만 저 '유보'가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는것인지는 판단이잘 안 선다. 하지만 좀 아슬아슬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