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처우’ 인정받으면 뭐하나
비정규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차별시정 신청을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결국 16일자로 해고되었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농협중앙회 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 일했던 이윤호 씨. 이윤호 씨는 지난 7월 24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해 임금 및 각종 복리후생제도 등 노동조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왔다며 차별시정 신청을 한 바 있다. 이에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0일, “차별적 처우에 해당됨을 인정한다”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은 고령축산물공판장의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 앞에서 그 효력을 잃었다. 정부는 비정규법을 만들면서 ‘차별시정제도’를 들어 이 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라 선전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비정규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음이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이다.
차별시정 제도는 비정규법 시행 직후 사용자들이 차별의 비교대상을 없애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외주화하거나 직군을 분리하는 방식을 택해 이미 그 실효성의 의심을 받아온 바 있다.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하거나, 시간을 끌거나
고령축산물공판장은 그간 차별시정 신청을 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속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인 중 8명에게는 도급업체로의 전적을 강요해 이들은 이를 견디지 못해 신청을 취하했으며, 나머지 10여 명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례에 따라 계약이 갱신되던 것을 깨고 이례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 이윤호 씨를 시작으로 1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례로 계약이 해지될 예정이다.
차별시정 결정이 이행되려면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고용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 될 경우 사측은 이를 이행할 의무가 없어진다. 비슷한 시기에 차별시정 명령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의 경우도 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고 재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차별시정 명령이 나오더라도 사측은 계약기간만료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계약해지 하거나, 계속된 불복으로 행정소송까지의 긴 시간을 벌어 차별시정 명령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은 “우수 사원상을 받으며 잘 근무 해 오던 노동자가 쫓겨나고 해고될 것 같으면 비정규법이 무슨 쓸모가 있느냐”라고 허탈해 했다.
민주노총, “차별시정 회피 사용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을”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비정규법의 ‘차별시정 명령’이 ‘계약해지 명령’과 다르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하고, “이번 해고는 일말의 정당성도 없는 농협중앙회의 횡포”라며 “차별시정 신청에 대한 보복이자 준사법기관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여 차별시정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만행이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정부가 차별시정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한 사용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과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차별시정제도가 무력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라며 “법의 명령에도 보복성 해고를 자행한 농협중앙회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강력한 응징이 있어야 하고, 비정규법은 비정규직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개정 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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