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혁명수비대에 제재조치 발표

핵과 테러지원 등에 대한 구체 증거 아직 제시 못해

미국은 25일(현지시각) 이란 혁명수비대, 쿠르드 군 등 정부 기구와 3개 주요은행 및 20개 이란 기업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과 핸리 볼슨 재무 장관은 이들이 이라크 등 중동의 테러 단체를 지원하고, 미사일 판매, 핵 활동을 한 혐의가 있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제재대상기관들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이라크의 시아파 저항세력 등에 무기와 폭발물을 제공했고,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에게 미사일을 판매해왔다고 주장했다.

UN과 별도로 미국이 취한 이번 제재안은 지난 1979년 미국이 이란과 국교를 단절한 이후 가장 강력한 제재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美, "3차 세계대전" 등 이란 압박 강도 높여와

라이스 장관은 전날 의회 증언에서 이란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 의혹이 미국 안보에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만약 이란이 계속 대립각을 세운다면,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이란체제의 위험에 맞서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부시 미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21일 딕 체니 부통령도 이란이 현재의 행보를 계속한다면 “심각한 결론”에 직면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월요일 미 행정부가 2천만 달러의 추가 전비 관련 법안 상정에서도 이란 공격이 현실화되는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천만 달러의 구체내역을 살펴보면 약 8천 8백만 달러가 지하벙커용 폭탄에 할당되어 있다. 전문가를 비롯한 의회 자문단 일부에서는 이 지하벙커용 폭탄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제재조치' 근거 있나?

미국 정부는 이란 혁명 수비대에 대해 “대량 살상무기 확산”과 “테러지원”을 이번 제재조치의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다른 주권 국가의 정부기구에 대해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제시하고 있지 않다.

아울러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여전히 평화적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이번 제재 조치를 통해 미국이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란의 혁명수비대는 12만 5천여 명으로 이루어진 군대로 국경시찰 및 국가 방어뿐만 아니라 이란 개발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기술관련 부대는 가스 개발, 지하철, 고속도로, 댐 공사 등 주요 개발 공사의 책임을 맡고 있다. 만약 미국 은행 및 미국 기업에 이란의 은행 뿐 아니라 군과의 관계마저 단절한다면, 이란 내의 개발 사업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은행,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 등의 기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란에서 사업을 유지할 경우 미국 내의 사업에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폴슨 재무장관은 “세계의 유수의 은행과 기업들”에게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조치 발표의 의미 중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란과의 평화적 협상에 대한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23일 유럽연합(EU) 하비에르 솔라나 외교정책 대표와 이란의 신입 핵협상 대표 사이드 잘릴리와의 첫 대면이 ‘건설적’으로 평가된바 있다.‘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에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발표된 미국의 제재조치는 이런 협상 창구 자체를 폐쇄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반전운동 진영에서는 미국 정부가 ‘평화적 해결’ 방안을 봉쇄하고, 전쟁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며 비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