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개헌 패배... 남미 개헌바람 꺾일까

볼리비아 야권, 단식·파업 등 격렬히 저항

지난 2일 베네수엘라의 개헌 국민투표가 반대 50.7%, 찬성 49.3%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이후, 남미 지역에서 불고 있는 개헌 바람이 꺾일 것인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남미 좌파 정권의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콰도르와 볼리비아도 현재 개헌을 준비 중에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개헌의 주요 내용이 참여 민주주의를 강화, 물 등 공공 서비스를 강화, 천연 자원에 대한 국가 소유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번 베네수엘라 개헌 국민투표에서도 미국을 등에 업은 베네수엘라의 구 지배세력이 민영 방송을 통해 정보 조작을 하면서 개헌을 반대해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에콰도르와 볼리비아에서도 개헌은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그러나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정부는 2일 베네수엘라 개헌 국민투표 부결 소식에도 불구하고, 개헌 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해 통과될 경우, 차베스 대통령이 다시 개헌을 시도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볼리비아, 개헌안 통과 후 긴장 고조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볼리비아 부통령은 3일 “야권의 찬반 여부와 상관없이 예정된 일정에 따라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4일까지 255명 전체 의원의 서명으로 개헌안을 마무리짓기를 바란다”며 개헌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24일 볼리비아 제헌의회는 개헌안을 통과 시켰다. 이날 16개 의회 내 정당 가운데 10개 정당을 대표하는 의원 139명이 참가했으며, 야당 의원들은 개헌에 반대해 참가를 거부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야당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통과된 개헌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이들은 제헌의회 일정에 대한 참가 자체를 거부한 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4일 통과된 볼리비아 개헌 초안에는 지역의 참여 민주주의와 자율성 강화, 천연자원에 대한 국가소유 강화, 물을 포함한 공공서비스를 인권으로 인정해 공공기구화 할 것, 대지주 토지 수용, 대통령 및 부통령 연임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볼리비아에서는 개헌안이 통과된 24일을 계기로 야당을 비롯한 개헌 반대세력의 저항이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24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 야권의 시위로 4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하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사망자들 대다수는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으며, 누가 총을 쏜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중에 있다. 여야 세력 모두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은 국제기구까지 동원되면서, 국제문제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헌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수크레시에 있는 의회 앞에서 타이어를 태우고 문에 가로막는 등 폭력적으로 의사일정을 저지하려하고 있으며, 산타크루스, 베니, 타리하, 판도 등 6개 주에서는 파업과 시위, 단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서로 나뉘어진 볼리비아

24일 제헌의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전까지의 쟁점은 수도이전 문제였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정당인 MAS(사회주의를 위한 운동)은 야권에서 현재 수도인 라파즈에서 예전 식민지 시절 수도이자, 야당의 핵심 지역인 수크레시로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현재 개헌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수크레를 포함한 6개 지역의 주에서 기업가와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파업이 진행된 바 있다.

개헌이 추진된 이후 볼리비아는 선주민과 빈민, 농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쪽지역과 부유하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동쪽지역으로 나눠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서로 나뉜 대립 양상은 이후 볼리비아의 미래와 발전경로에 대한 두 가지의 경로를 대변하고 있다. 선주민, 빈민, 농민들은 모랄레스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를 모토로 한 개혁과 개헌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편, 동부의 부유층들은 천연가스 등 자원 국유화를 통해 자신의 기득권이 빼앗긴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권의 파업으로 개헌 일정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2월 4일로 예정된 개헌안 마무리 작업이 예상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콰도르도 지난 29일 제헌의회 출범

에콰도르 정부도 지난 30일 개헌을 위한 제헌의회 출범을 선언했다. 제헌의회에서 다루어질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동안 에콰도르의 코레아 대통령 또한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 노선을 지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의 개헌 내용과 크게 다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에콰도르에서는 개헌 지지여론이 80%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당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는 등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