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홈런 동대문운동장이 아니면 잠실에서 쳤단 말이냐!"

"비민주적이고 반문화적인 범죄행위" 동대문운동장 철거 중단 촉구

  이정원 기자

문화, 노점상, 체육, 빈곤 등 각계 단체들이 '동대문운동장 철거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의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이 진행된 다음날인 14일 문화연대, 문화유산연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빈곤사회연대, 전국빈민연합, 체육시민연대, 한국진보연대 등은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벌어는 비민주적이고 반문화적인 범죄행위에 다름아니"라고 주장하며 동대문운동장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정영수 전국빈민연합 부의장은 "동대문운동장 주변에는 1000여 명에 달하는 노점상들이 있다"며 "그들의 삶의 터전인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려고 하는 서울시는 노점상들에게 어떤 제안도,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서울시가 노점상과 협의를 거쳐 동대문운동장 철거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정원기자

이병수 체육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철거된 장면을 목격하면서 과거에 동대문운동장에서 뛰었던 운동선수나 꿈나무 선수들이 얼마나 슬퍼했을지 상상이 된다"며 "수많은 체육인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야구계 비상대책위와의 합의만을 내세워 마치 모든 합의를 이루어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란기 문화유산연대 집행위원장은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6일 동대문운동장에 대한 보존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의결했다"며 "그러나 문화재청이 이를 서울시에 통보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의 직무유기도 함께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원 기자

선용진 문화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동대문운동장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버릴 문화유산이 아니"라며 "동대문운동장 보존과 체육인, 노점상, 문화인, 서울시민을 위한 활용방안을 강구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동대문야구장의 철거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이었다"

한편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철거작업이 진행된 13일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는 이 해명자료에서 "오늘(13일) 진행한 작업은 동대문야구장의 철거를 위한 사전준비작업으로 야구장 내부의 잔디제거, 관중석의자 제거, 석면 제거 등에 필요한 공사차량의 진출입을 위한 최소한의 작업통로확보작업이었다"며 "금일 철거를 위한 예비 준비작업이 진행된 동대문야구장을 포함한 동대문운동장의 철거는 별도 작업일정을 정한 후 시민과 언론에 공개하여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사전준비작업이 진행된 동대문야구장은 1959년 건설되어 근대문화재 등록기준인 50년에 미달되고 있어 등록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입점상인들과는 이주에 대한 대화가 현재 상당히 진행되어 대다수 상인들이 이주에 동의하였고 일부상인들과 최종 이전을 설득중에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부분철거도 엄연한 철거"

그러나 문화연대 등 문화체육빈곤단체들은 서울시에 해명에 대해 "'사전준비작업'이라고 말하지만 이도 엄연한 철거"라고 못박았다.

황평우 위원장은 "동대문야구장에는 이미 작업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통로는 존재해왔다. 그럼에도 2007년 12월 13일에 서울시가 자행한 부분철거로 인해 외야관중석 일부가 약 15~20m 허물어졌다"며 "이러한 상황을 서울시는 중장비 진입통로 확보를 위한 공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는 명백한 동대문야구장 철거이며, 엄연한 훼손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분철거를 하지 않아도 중장비의 차량이 동대문운동장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황평우 위원장은 동대문운동장이 근대문화재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서울시의 해명에 대해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도높게 반박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홈런이 1928년인데, 이 홈런이 잠실야구장에서 나왔느냐. 동대문운동장은 26년에 완공되었고 59년도에 증설된 것"이라고 밝히고 덧붙여 "30년이 조금 넘은 구 중앙정보부 강당도 근대문화재로, 50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서울시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평우 위원장은 입점상인들의 이주 문제 관련해서도 "동대문풍물시장 내 노점상들과 아무런 협의가 없었고, 소수지만 몇몇의 입점 상인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법정싸움이 진행 중"이라며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 생존권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은 전무하다"고 밝혔다.

이번 해명자료과 관련하여 담당부서인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본부 동대문디자인파크'의 김병하 담당관은 "어차피 언젠가 (동대문운동장은) 철거해야 하고, 중장비가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정리 및 공간확보를 위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밝히고 "부분철거도 철거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언제부터 공개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나?"

문화연대는 14일 오후 4시 정도에 서울시의 해명자료에 대한 공식 반박자료를 냈다. 문화연대는 "언제부터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나? 철거작업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에 시민과 언론에 공개하기 이전에, 서울시는 가장 먼저 동대문운동장공원화 사업에 대한 공개적인 공청회나 여론수렴과정을 거쳤어야 함에도 서울시는 공개적인 공청회나 여론수렴과정은 전혀 거치지 않았다"며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행보를 보인 서울시는 결국 2007년 12월 13일 철거작업에 대한 공지나 보도도 없이 몰래 철거작업을 진행하였다"고 비판했다.

문화연대는 "동대문야구장 철거와 관련하여 대체구장 건설에 있어서도 부지 선정에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전혀 없었으며, 신설동 풍물시장 이전 사항에 있어서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공청회를 가장한 일방적인 두 차례의 설명회를 거쳤을 뿐"이라며 "서울시는 계속해서 서울시민을 배제하고 무시하며, 일방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