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위험한 평화, 위기의 가자 (2)

[해방을향한인티파다](52) - 멈추지 않는 폭격과 저항

앞에서 얘기한 회담과 협상의 정치적 의미 말고도 아나폴리스 회담은 대표성에 큰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집권당이 된 뒤에 미국과 이스라엘, EU는 하마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정치공세와 경제봉쇄는 물론 무력 공격까지 아낌없이 진행하였습니다.

그래도 하마스가 무너지지 않자 그 다음에 사용한 방법이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과 파타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하지만 쿠데타 시도는 실패하고 오히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자기 마음대로 정부를 해산하고 자기 뜻대로 정부를 구성했습니다.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
그리고 당연하게도 미국은 아나폴리스 회담에 하마스를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협상과 정치의 과정에서 하마스를 배제하고 압바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죠. 자신에게 대항하는 하마스는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힘으로 누르고, 자신에게 협력하는 압바스에게는 돈을 주고, 그리고 하마스와 파타 양측은 계속해서 싸우게 만들며 지배하겠다는 거지요.

미국과 이스라엘의 억압은 하마스에게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민중들, 그 가운데서도 가자지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외부를 17개월째 봉쇄한 채 폭격과 군사공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11월27일 아나폴리스 회담 이후 12월12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의 첫 협상이 시작될 때까지 수 십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군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총과 칼로 사람을 죽여가면서 ‘평화’협상을 하자고 하는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봉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연료 부족이 하나의 사례입니다. 지난 2007년 9월에는 이스라엘이 가자를 ‘적’이라고 선언하였고, 10월에는 이스라엘 국방장관인 에후드 바락이 팔레스타인인들이 쏘는 로켓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공급을 대규모로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 연료 부족 상황은 심각해졌습니다.

기름 공급이 줄어들자 주유소들은 문을 닫고, 기름이 떨어진 차들은 다른 차에서 기름을 빌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가자지구 주민인 아무 사마안씨는 “모든 주유소로 가 봤습니다. 하지만 모두 문을 닫았고 살 수 있는 기름이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주유소를 운영하는 마문 알 쿠젠다르씨는 “우리는 주유소문들 닫고 가만히 기다리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어린이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인들까지 거리에 나서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연료의 부족은 발전기나 냉장 시설 등 의료 활동의 중요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또 이스라엘의 봉쇄는 의약품의 부족과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통계에 따르면 봉쇄 이전에는 환자들이 이집트와 이스라엘 쪽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았으나 봉쇄가 강화된 이후에는 이집트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7명 가운데 1명꼴로 지금은 이스라엘 쪽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지난 6월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에 진료를 받기 위해 이스라엘로 들어가기를 신청한 사람 가운데 17% 가량이 거부당했었는데, 10월부터는 23%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사망한 암 환자 나엘 알 쿠르디씨의 경우는 6월 이전에는 이집트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이스라엘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에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스라엘 쪽으로도 건너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 현재 가자지구에는 416개 주요 약품 가운데 91개 약품이, 또 어린이들을 위한 항생제도 바닥이 났습니다. 그리고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약이 제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이스라엘의 봉쇄는 식량을 비롯해 가구, 담배, 우유 등 각종 물자를 부족하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자연히 물가가 올라 어떤 상품의 경우는 가격이 500% 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인티파다 20년, 계속되는 저항

2007년 12월은 1987년 12월 가자지구에서 인티파다가 시작된 지 20년이 되는 때입니다. 인티파다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항해 해방을 얻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팔레스타인 사회 또한 민주화하려고 했던 시도였습니다. 민중들은 스스로 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고 상가는 문을 닫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장기적인 투쟁에 나섰습니다.

  이스라엘 군을 향해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인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진행되었던 영국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의 역사가 다시 되살아 난 것입니다.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는 아이들과 이들을 두들겨 패는 이스라엘 군인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세계로 퍼져갔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당황했고, 기존의 억압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티파다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하고, 팔레스타인의 부패한 권력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민중들의 미래를 팔아넘기고 있습니다. 그러자 민중들도 여전히 집회,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아나폴리스 회담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자 압바스 정부는 군과 경찰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사람들을 연행해 갔습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인들이 회담과 협상에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는 것은 평화가 싫어서도 협상이 싫어서도 아닙니다. 누가 협상에 나서며, 그 협상이 무엇을 위한 협상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협상이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고, 어디로 갈지는 가자지구의 상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거짓 평화를 이용한 점령과 지배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 그리고 그 저항과 연대하는 세계 민중들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태그

팔레스타인 , 평화협상 , 인티파다 , 이스라엘 , 미국 , 아나폴리스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미니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