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합니다 '함께 행복해지자구요'

[1.26세계행동의날] "새로운 인간, 사회를 만드는, 열정을 쏟아보면 어떨까요"

세계 사회운동 진영의 전략적 소통 공간으로 성장한 세계사회포럼(WSF). 2009년 아마존 대회을 앞두고 2008년에는 1월 26일 '세계행동의 날'을 기점으로 각국에서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2008년 세계사회포럼, 1.26세계행동의 날 행사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과 기고 글들을 집중이슈로 묶었다. 지난 8일 한국에서도 '2008년 세계사회포럼(WSF) 1.26 세계행동의 날'을 준비할 (한국) 조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고, 22일 부터 26일 간 진행 될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1.26 조직위원회와 공동 기획을 통해 세계행동의 날을 함께 준비한다.
-[편집자 주]

여럿이지만 하나인 세계

1970년 요르단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지원했던 지아 울 하크가 1977년에는 파키스탄에서 권력을 잡습니다. 그런데 1978년에는 파키스탄 옆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민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1979년에는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미국은 파키스탄을 대소련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국경지역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먹을 것과 돈을 줘가며 이슬람을 기반으로 하는 대소련 전사로 키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성장한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오사마 빈 라덴 등과 함께 10여년에 걸친 전쟁으로 소련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냅니다. 1996년에는 다른 조직들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수도인 카불로 들어가구요. 이들이 바로 탈리반입니다.

그런데 1998년에는 미국이 갑자기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리스트들을 혼내주겠다며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했고, 2001년에는 직접 군대를 끌고 가서 지금까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전쟁 통에 미국의 요구로 한국도 군대를 보냈고 2007년에는 한국인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을 통해 몇 가지 사건에 대해 말씀드린 것처럼 세상이란 것이 참 여러 가지로 얽히고 설켜 있죠? 2007년에 있었던 한국인들의 죽음에 관해 얘기할 때도 그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참 여러 인물과 여러 나라가 등장 합니다. 그만큼 세계가 한 개인이나 한 국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나라가 얽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세계적인 시각보다는 국가적인 또는 민족적인 시각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보나 보수, 우파나 좌파 모두 비슷하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몇 만, 몇 십만이 죽어 나자빠질 때도 별 관심 없다가 한국인 한 명이 붙잡히거나 죽으면 화들짝 놀라서 무언가 하려고 합니다. 사회운동이 말하는 노동자나 여성의 해방도 한민족 노동자의 해방이고 한민족 여성의 해방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렇게 민족의 벽에 갇힌 사고는 낡은 사고입니다. 첫째 이유는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세상이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얽히고 설켜 돌아가는데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만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배고프면 먹어야 하고, 졸리면 자야하고,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우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보편성에 기초한 생각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만 다치면 아프겠습니까? 팔레스타인 사람도 다치면 아픈 건 마찬가지겠지요. 한국인과 이라크인은 그리 다르지 않은 인간일 뿐입니다.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다른 인간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민족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도 제대로 볼 수 있을 거구요.

다시 한 번 20세기

지금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문제의 뿌리를 찾아가 보면 영국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오스만투르크로부터 이 지역을 빼앗은 영국이 이라크도 만들었고, 요르단도 만들었고, 이스라엘도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21세기인 지금도 20세기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영국이 자신의 지배를 충실히 실행할 현지 정권을 세웠듯이 지금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직접 똘마니 정부를 만들었죠. 또 요르단과 이스라엘 등에 대해서는 돈과 무기를 줘가며 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로 만들었습니다.

거꾸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나라가 있으면 폭탄을 퍼붓습니다. 1950년대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자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공격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소말리아에서는 오랜 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하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시켜 소말리아를 침공하게 만들었고, 자신도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겠다며 직접 폭격을 했죠.

그리고 지금이 2008년인 것은 분명한데 어찌 보면 2007년인 것도 같습니다. 왜냐하면 2007년 초에도 올해 과연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이런 저런 추측이 오가고 했었거든요.

아무튼 올해도 여전히 전쟁과 협상, 눈물과 저항의 한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이 탈리반과 저항운동을 박살내면서도 이길 수 없는 전쟁을 계속할 수만은 없어 탈리반이나 다른 조직들과 어느 정도 협상을 시도하기도 하겠지요. 중간에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를 끼워서 말입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리 알 말리키 정부를 이용해서 저항하는 집단들에게는 돈과 권력을 어느 정도 나눠주며 ‘야, 진정해’라고 하겠지요. 또 한 쪽에서는 한 달에도 수 천 번씩 이라크인들이 미군보고 나가라고 공격을 할 거구요.

팔레스타인은 조지 부시가 자기 임기 끝 무렵인 2008년 안에 중동평화협상을 마무리 짓자며 재촉할 거고,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협상을 해 보려 하겠지요. 물론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은 협상에 반대하는 운동을 계속할 거고 그러면 이스라엘이 나서서 이들을 두들겨 패고 감옥에 가둘 거구요.

이 모든 과정들의 핵심에는 지배하려는 자와 저항하는 자 사이의 힘의 대결이 있습니다. 저항하니깐 두들겨 패고, 더 강하게 저항하니깐 떡고물 던져주며 말 잘 들으라고 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어디 그리 어수룩한가요? 적당히 떡고물 먹고 말자는 사람도 있지만 ‘이건 아니야. 우린 인간이야. 포기할 수 없어’라며 새로운 세계를 향해 온 힘을 쏟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혁명을 꿈꾸면서 말입니다.

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합니다

힘 있고 돈 있다고, 남자라고, 백인이라고 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불행으로 이끄는 행동입니다. 지배 받는 사람은 지배 받는 사람대로 괴롭고, 지배하는 사람은 언제 자신의 지배가 끝날지 몰라 불안에 떨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리고 인간 세상은 지배하고 착취하면서 채우는 욕망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연대를 통해서 최고의 행복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세상이 워낙 이상하게 꼬여 있고 강한 자는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인간 최고의 행복을 찾는 길을 혁명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혁명은 분노로 시작해 열정으로 피어납니다. 현실에 대한 분노 없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하늘의 구름마냥 땅과 사람 위에 내리지 못하고 늘 그렇게 떠다니기만 할 겁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정 없이 분노만 가득하다면 바람 부는 가을 날, 갈 길 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붉은 낙엽 마냥 땅위를 떠돌기만 할 겁니다.

그리고 혁명은 인간의 역사라는 무대 위에서 분노와 열정이 만나 만드는 최고의 예술입니다. 최고의 예술이기 때문에 그 감동은 세월이 지나도 사그라질 줄 모르는 것입니다. 혁명이 얼마나 감동적인지는 혁명을 꿈꾸고 만들어 왔던 사람들의 기쁨에 찬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꿈이고 희망이 되는 거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내일 아침 해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 해마저 부와 권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거죠. 하지만 인간이 부와 권력, 성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두 함께 새 아침의 햇살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요.

살아 있다는 것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품은 가슴이 뛴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열정을 가지고 살 때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하듯이, 올해에는 새로운 인간·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열정을 우리 함께 만들고 쏟아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우리 모두 행복해지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