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대책위, '기자 사칭' 삼성반도체에 소송

"부당한 방식의 감시대상 돼 인격권 침해당했다"

지난해 11월 20일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반도체 공장 앞에서 일어난 삼성 직원의 '기자사칭'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반도체사업부 노동자 집단 백혈병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당시 고 황유미 씨 등 삼성전자반도체 직원들이 백혈병을 얻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업무 관련성 등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었다.

이때 삼성전자반도체 총무팀 직원인 박모 씨가 '뉴시스 기자'라는 거짓 신분을 밝히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촬영한 것. 박모 씨는 이를 수상히 여긴 관계자들과 '진짜' 뉴시스 기자들에 의해 거짓말이 탄로났고, 급기야 디지털카메라 메모리칩에 적힌 삼성전자 계정의 이메일 주소가 적발돼 삼성 직원임이 확인된 바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와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를 비롯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책위원회 관계자 9명은 25일 수원지방법원에 일인당 3백만 원, 총 2천7백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피고 회사(삼성전자반도체)가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기자를 사칭해 은밀하게 원고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원고들을 한 사람씩 클로즈업하여 촬영하는 등 원고들의 인격권, 초상권 등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범했고 그로 인해 원고들은 부정한 방식의 감시 대상이 됨으로써 심한 모욕감, 불쾌감, 공포감 등으로 고통받는 피해를 입었다"고 청구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