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충북본부, 정치방침 논란으로 대의원대회 파행

일부 대의원들 정치방침 논란 중 퇴장

민주노총 충북본부 창립 이후 대의원대회가 27일 처음으로 유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의 수정안이 현장발의 되고, 이에 대한 치열한 찬반토론이 이어지던 중 일부 대의원이 안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퇴장하면서 대의원대회가 유예되었다.


"이명박 정권 5년, 대의원동지들의 힘찬 투쟁을 기대"

2시 30분 99명의 대의원 중 61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된 대의원대회는 전농 충북도연맹, 민주노동당 충북도당, 새진보정당 추진위 등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한 식전행사를 진행하며 시작되었다.

이정훈 본부장은 대회사에서 "정치권의 정치놀음으로 우리 국민들은 피가 마르고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진보정당을 건설했지만 민주노동당은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이런가운데 이명박 정권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대의원대회 자리는 투쟁을 결의하고 민주노동당을 제대로 세우는 자리이다"라며 이후 "이명박 정권 5년 동지들과 힘찬 투쟁을 결의"할 것을 밝혔다.

호죽노동인권센터 실무노무사를 맡은 조광복 노무사가 대의원들과 첫만남을 가졌다. 조광복 동지는 인사말을 통해 "센터를 개소하고 한 아주머니의 부당해고 상담을 해준 적이 있다. 며칠 후 그 아주머니가 3만원을 들고 찾아왔다. '감사하다'며 우리처럼 힘들고 열악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을 도와달라고... 지금까지 받은 어떤 수임료보다 적었지만 가장 소중한 3만원이었다. 이런 자리를 만들어준 이 자리의 민주노총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감사한다"며 이후 지속적으로 낮은 곳에 대한 연대를 부탁했다.

모범조직 "공공노조 청주대시설분회" "전교조 탄금중분회"

이어 이영섭 전 본부장 등 전직 임원들에게 감사패와 지도위원 위촉증이 전달되었다.

2007년 투쟁을 가장 헌신적으로 벌인 조직에 대한 모범조직상 수여식이 진행되었다. 수상의 영애는 간접고용노동자들로 위탁계약 해지에 맞서 한 달이 넘는 끈질긴 투쟁으로 원청으로부터 고용승계를 쟁취한 공공노조 청주대시설관리분회와 前탄금중 교장의 성희롱과 전횡에 맞서 8개월여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전교조 탄금중분회 교사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청주대시설분회와 탄금중분회가 2008년 모범조직상을 수상하고 있다

부본부장, 회계감사 등 압도적 찬성으로 당선

곧 바로 이정훈 의장의 사회로 본대회가 진행되었다. 첫 번째 안건은 임원선출 건으로 일반 부위원장 후보에 박상대 한국네슬레 위원장, 여성부분 권미령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비정규부문은 현재 구속수감중인 이용대 건설노조 충북지부장이 옥중출마를, 회계감사 후보에는 이광규 청주KBS지부장, 김원만 농협노조 보은지부 사무국장이 출마했다. 투표결과는 박상대 후보 찬성 58, 반대 2, 권미령 후보 찬성 57, 반대 3, 이용대 후보 58, 2, 이광규, 김원만 후보 찬성 59, 반대 1명으로 전원 당선되었다.

두 번째 안건인 사업보고 및 평가, 결산 승인의 건은 만장일치로 원안이 통과되었다.

  당선된 신규임원.왼쪽부터 김원만회계감사, 권미령부본부장, 이광규회계감사,박상대부본부장, 이용대부본부장대리

본부 정치방침 복병 만나

세 번째 안건인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의 건이 윤기욱 조직강화 소위원장에 의해 발제 되었고, 질의응답 이후 축조심의가 시작되었다. 안건심의 중에 정치방침에서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중심성 강화"에 대한 현장발의수정안이 29명의 대의원이 서명한 가운데 제출되었다.

이에 운수노조 전경배 대의원은 "민주노총의 단결을 저해할 수 있는 수정안으로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안건 자체를 다루지 말 것을 요구했고, 공무원노조 이윤석 대의원은 "총연맹의 규약을 위반한 채 지침을 거꾸로 하는 것으로 안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안건 상정을 반대 했다. 반면 금속노조 유성 영동지회 김성민 지회장은 "충북본부의 자체 의결구조인 대의원대회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금속 대전충북지부도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투쟁건에 대해 본조와 다른 지부차원의 평가를 했고, 이를 토대로 본조 대의원대회에서 재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며 안건이 성립됨을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강화" 對 "진보적 가치 지향 정치세력 지지"

현장발의 수정안을 제안 설명할 것을 대의원들이 동의하자, 공공노조 사회보험지부 최면시 대의원이 현장발의한 수정안을 설명했다.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진보적 가치(신자유주의 반대 -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비정규법 폐지,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를 지향하는 제 노동자 정치운동 세력(정당, 단체, 후보)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적극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 무상으로 등 민생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외면한 채 집권여당의 2중대로 전락했고, 두 차례 선거에서의 국민들의 심판을 외면한 채 반성과 혁신을 외면했다"며 이에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고 모든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운동세력을 지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진 찬반 토론에서는 "안건발의가 아니라 사업 계획에 대해 수정하는 것"이므로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고, "민주노동당이 시간이 가면서 초심이 변질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비대위 체제 속에서 내부적 단결 바랬지만 비대위 깨지면서 해결되지 않았다"며 "지역본부에서 현장조합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잘못을 지적하고 정치방침을 분명히 바꿀 것"을 주문하였다.

반면 반대토론자들은 "지역본부가 민주노총 산하조직이기 때문에 총연맹 지침 바꿀 수 없다"며 안건상정 자체가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격렬히 찬반토론을 하고 있다. 안건상정을 반대하는 전경배 대의원, 수정안에 찬성하고 있는 김성민 대의원

일부 대의원 퇴장으로 유예선언

토론이 길어지면서 일부 대의원이 자리를 이탈하고, 또한 안건 상정이 안됨을 주장했던 일부 대의원이 논의불가를 선언하며 퇴장을 하는 등 논란 계속되었다.

이에 찬반토론을 마치고 성원확인에 들어갔으나 성원 50명에서 3명이 모자란 47명만이 재석, 대의원대회는 유예되었다. 유예된 이후 "자신의 의견이 관철 안 된다고 퇴장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의장은 "이후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오늘 이후의 대책을 마련, 조속한 시일 내에 대의원대회를 다시 개최, 사업계획과 예산 등을 재 논의할 것"을 약속한 후 폐회를 선언했다.

2월 3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의 파행은 곧바로 민주노총으로 불똥이 튈 것이 충분히 예견되었었다. 이는 본부만의 내홍이 아니라 타 연맹, 지역본부에서도 똑같이 논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며, 양측의 입장 또한 분명하게 드러났다. 결국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첨예한 입장차이가 봉합 될 수 있을지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한편 이번 대의원대회의 결과를 예의 주시했던 본부 소속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에 잔류하던가, 집단 탈당 후 새진보정당에 결합하던 새로운 결단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현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무력화 되어가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다.(김용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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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 대의원대회 , 정치방침 , 충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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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세력화란

    민주노총, 각 산별, 지역본부, 제대로 토론조차 못하는데
    그래도 충북본부는 진정한 노동자정치세력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동지들이 있네요
    더 치열하게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

  • 노동

    객관성없는 - 아니 자신의 주장이 관철이 안된다고 퇴장하는 것은 심상정 비대위도 마찬가지이고 탈당파들이 주로 해왔던 사업방식이잖아

  • 학생

    자신의 주장이 관철이 안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주장조차 할 수 없으면 퇴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 저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웃깁니다.

  • 노동자

    아니 탈당 논의하거나 진보신당 지지하자고 결정하는 것은 '진정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길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닙니까?
    자신의 주장조차 할 수 없으면 퇴장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무슨 말장난입니까? 주장조차 가로막았다는겁니까?

  • 아놔 독해똑바로

    민노당 사수파가 탈당한거 아녀?
    내가 독해 못하는겨?

  • ㅂㅎ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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