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美쇠고기 파동' 제2라운드, 동물사료조치 논란 확산

정부 해명 '점입가경'.. 이제 와서 "영어가 딸려서"?

미쇠고기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미국 측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의 실내용이 한국정부의 설명과 다르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듯 이른바 '교차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는 '30개월 연령 제한' 폐지의 전제조건이었던 만큼, 이에 따른 재협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제대로 된 해명은커녕 비난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말 바꾸기'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한국정부는 지난 2일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미국 측의 '강화된'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달 25일 미 연방정부 관보에 게재된 최종 공포 내용은 한국정부의 설명과 정반대였다. 미국 관보에 따르면, 미국은 도축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해 식용으로 부적합한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의심소도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정부도 10일 오후 이를 공식 시인했다.

민변 "입법예고 무효화하고, 국정조사 실시해야"

이 같은 이번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와 관련한 논란은 일차적으로 협상의 핵심 내용을 자국민에게 잘못 전달한 한국정부의 책임이 크겠지만, 미국이 당초 합의된 내용을 뒤집어 공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1일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을 기망하였을 가능성을 포함한 협상과정 전반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크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지난 달 22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이 수입위생조건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본질적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오히려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제공하여 진행되고 있음이 드러난 만큼, 이는 명백한 하자가 있다"며 현재의 입법예고된 내용의 전면 무효화를 요구했다.

정부 "미 식약청 보도자료 때문에"에서 "그게 아니라, 영어를 못해서"?

그러나 한국정부가 내놓은 해명은 미국 측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의 '실내용을 몰랐다', '별 문제 없다' 이외에 진전된 게 없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그간 자신들이 설명해왔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내용이 미국 측이 최종 공포한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미 식품의약안전청(FDA) 보도자료와 실제 관보 게재 내용 간 혼선이 있었다"며 애꿎은 '보도자료'를 탓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국정부의 주장과 달리, 미 식약청의 보도자료는 관보에 공식 게재된 내용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확인돼 정부 해명이 오히려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모양이다.

민변은 11일 "정부는, 미국 식약청이 보도자료와는 달리 공고하는 바람에 이 사태가 발생하였다고 해명하나, 미국 식약청의 보도자료와 공고 내용은 전적으로 동일하다"며 "미 식약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도축검사 불합격 소라도 30개월령 미만이면 광우병 위험성이 극히 낮아 시체를 사료 처리할 수 있다'(The risk of BSE in cattle less than 30 months of age is considered to be exceedingly low)고 되어 있다"고 해당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농식품부는 12일 뒤늦게 "보도 자료와 실제 관보게재 내용 간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해명한 것은 영문 해석상 오류에 따른 것"이라며 "연방관보 게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미 식약청 보도자료가 잘못되어 있어서'에서 '우리가 영문을 잘못 해석했다'로 또 다시 말을 바꾼 것.

정부 "30개월 미만 뇌와 척수, SRM 아니다. 문제없다"... 30개월 이상은?

그러나 한국정부는 '해석 오류'를 인정할 뿐, 미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의 전제조건이었던 미국 측의 동물성사료 금지조치 내용이 자신들이 설명했던 것과 달라졌지만, '문제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농식품부는 그간 설명과 달리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은 30개월 미만의 도축검사 불합격 소도 동물 사료로 쓰이게 된 점과 관련해 12일 "30개월령 이하 소의 뇌 및 척수는 광우병을 전파시킬 가능성이 있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이 아니다"며 "SRM의 구분이나 범위는 모든 소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으로써 도축검사 합격여부와 관련이 없다"고 민변 등의 문제제기를 일축했다.

농식품부는 이어 "30개월 미만 소의 뇌와 척수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의 경우 SRM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측이 요구한 교차오염 방지의 목적 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즉 '30개월령 미만 소의 경우 뇌와 척수는 SRM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차오염 위험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농식품부의 주장은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30개월령 이상 소의 경우에는 동물성 사료로 쓰이기 위해서는 뇌와 척수뿐만 아니라 7가지 SRM을 모두 제거해야만 한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측은 SRM을,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뇌·눈·머리뼈·척수·척주·편도·회장원외부(소장끝부분) 등 7가지 부위로 규정했다.

그런데 미 관보에 게재된 동물성사료조치 내용에 따르면,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뇌와 척수만을 제거하면 동물 사료로 먹일 수 있게 되어 있다. 결국 농식품부가 스스로 발등을 찍는 주장을 또 다시 하고 있는 셈이다.

민변은 "미국의 공고된 사료 조치를 보면, 30개월령 이상 된 소의 SRM 중 뇌와 척수만 제외될 뿐 나머지는 제거되지 않으며, 이는 특히 광우병 의심 증세 등으로 도축 검사에 통과하지 못한 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OIE가 권고한 강화된 사료초치 요건을 미국은 현저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지"에서 "금지하지 않는다"로.. 그러나 결론은 여전히 '안전'?

정부가 뒤늦게 모자란 영어 실력을 반성하며 해명을 늘어놓았지만, 국민적 불신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오히려 정부 협상대표들은 자신들의 한국어 실력부터 탓해야 할 것 같다.

한국정부가 지난 2일 기자들과의 '끝장 토론'에서 밝힌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 이렇다.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가능성은 거의 없다"

즉 "금지하고 있어"가 전제이고, 때문에 "광우병 추가 감염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제인 "금지하고 있어"가 '금지하지 않는다'로 완전히 뒤바뀐 상황인데, 농식품부는 여전히 "거의 없다"는 주장을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다. 도대체 이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쨌든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정부는 의도적으로 협상내용을 왜곡해 전달했거나 또는 무지했거나, 이도 아니면 한국정부가 미국의 기망에 놀아났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