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참가 여학생 군홧발 폭행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해당 사건의 가해자 김 모 상경과 당시 현장 지휘책임자를 문책하기로 하는 등 논란 진화에 나섰다.
경찰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
경찰청은 5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1일 새벽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대생 이나래 씨의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은 혐의로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소속 김 모 상경을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부대원 관리 및 현장 지휘책임을 물어 서울특수기동대장 한 모 총경을 직위해제키로 했다. 또 김 상경의 중대장인 김 모 경감을 직위해제 및 징계, 해당 중대 1소대 윤 모 경위와 이모 경사도 각각 징계한다고 밝혔다.
현재 김 모 상경은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당겨 바닥에 쓰러뜨린 혐의는 인정했지만, 군홧발로 짓밟아 폭행한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청은 당시 가까운 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본 동영상 촬영 기자 등 목격자들의 진술이 일치해 폭행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이 씨가 '버스 밑으로 피한 이후 또 다른 대원들이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 되지 않았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박천화 경찰청 감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촛불집회 과정에서 일부 시민이 부상을 당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직접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나래 씨 "사과 받을 시기 아니다. 법적소송 진행할 것"
경찰이 쏟아지는 비난여론에 밀려 해당 가해 전경과 현장 지휘책임자들을 문책키로 했지만, 당장 이번 논란이 진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민단체들은 물론 정치권에서 조차 어청수 경찰청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고, 피해자 이 씨는 경찰을 상대로 법적 소송 계획을 밝히고 있다.
노은하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스스로의 주권과 건강권,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나선 선량한 국민을 폭력집단으로 취급하는 경찰의 태도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정권의 수호자'임을 자인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어청수 청장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나래 씨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에게) 개인적인 사과를 받을 시기가 아니다"며 "나를 직접적으로 구타한 전경과 그 위에 간부나 책임자들에 대해 법적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는 '법적 소송 대상에 어청수 경찰청장도 포함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측과) 상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당시 현장 상황과 관련해 "현장의 분위기가 격앙됐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 (시민들이) 흥분을 해도 주위 시민들이 오히려 더 말리는 분위기였다"며 "단순히 구호를 외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그렇게 폭력적으로 나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경찰의 폭력진압을 비판했다.
또 이 씨는 추가적인 폭행 여부와 관련해서도 "내가 (버스 밑으로) 몸을 피한 다음에 우연치 않게 차에 시동이 걸렸고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거기에 계속 있으면 차에 깔릴 위험이 있어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나왔는데, 전경이 (나를) 발견하고 다시 한번 머리채를 잡고 머리를 구타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