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북파공작원들의 위패 |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수행자회)라는 한 북파공작 및 특수전 관련 퇴역 군인단체가 5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한민국특수임무전사자 합동위령제'를 개최하기로 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행자회는 현재 시청 광장 바닥에 각목을 깔고, 7천726위의 위패를 설치해 시청 앞 광장은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들은 5일 "최초로 대한민국 특수임무 전사자 7천726위 합동위령제를 갖는다"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위패를 함께 모시고, 이 겨레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숭고한 넋을 위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수행자회 측이 이날 설치한 위패가 도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수행자회 측은 위패와 관련된 북파공작원 유족들에게는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북파공작원 유족들 "수행자회, 북파 경험 없는 정식 군 출신"
민간인 출신 북파공작원 유족단체인 '특수임무수행자유족동지회'(유족동지회) 김한욱 사무총장은 5일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행자회에서 시청 광장에 모신 위패들은 대부분 민간인 출신의 북파공작원들의 위패"라며 "북파 경험도 없는 수행자회 측이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위패를 유족들의 동의도 없이 땅바닥에 설치했다"고 성토했다.
김한욱 사무총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시청 앞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수행자회는 정식 군 출신으로 구성된 북파공작원 및 특수부대 출신들로 이뤄져 있다.
이와 달리 유족동지회는 민간인 출신의 북파공작원들과 그들의 유가족으로 구성돼 있다. 즉 유족동지회는 영화 '실미도'에서처럼 민간인 신분으로 국가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징집됐던 북파공작원들과 그들의 유가족들이라는 것.
김한욱 사무총장은 "수행자회의 회원들은 군번이 있는 정식 군인들이지만, 유족동지회 회원들은 군번도 없이 국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했던 무명용사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위패와 관련된 유가족 단체인 유족동지회 측의 아무런 동의 없이 수행자회 측이 위패를 설치하고 합동위령제를 개최한 셈이다.
"왜 유족들 동의도 없이 위패를 설치하냐"
김한욱 사무총장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사실 그 위패의 주인은 억울하게 이름도 없이 산화해 간 북파공작원의 부모와 형제들"이라며 "희생자 가족들이 '왜 동의도 없이 땅바닥에 위패를 모시고, 위령제를 지내냐'며 (우리 유족동지회 측에) 항의를 하고 난리가 났다"고 덧붙였다.
또 7천726위 위패와 관련해 김한욱 사무총장은 "수행자회 측이 당초 위령제 장소로 잡았던 경기도 성남 판교 금토리에 있는 충혼탑 내부에 위패실이 있는데, 거기에 명단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수행자회 사무총장, 4일 이명박 대통령 접견 후 돌연 장소 변경
김한욱 사무총장은 촛불문화제와 절묘하게 겹친 수행자회의 이번 합동위령제와 관련해 "보훈단체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며 "자신들과 상관도 없는 희생자들의 위패를 동의도 없이 가져다가 갑자기 위령제를 개최한 것은 무언가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번 합동위령제를 주도한 수행자회 측 오복섭 사무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안보특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복섭 사무총장은 어제(4일) 청와대 초청으로 이 대통령을 접견한 것으로 수행자회 측에 의해 확인됐다.
▲ 수행자회 홈페이지에 오복섭 사무총장 등이 4일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
수행자회는 지난 달 29일까지만 해도 이번 합동위령제의 장소를 경기도 판교 금토리에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어제 이후 급작스럽게 장소를 변경하고 회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