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대책에서도 소외된 건설기계 노동자들

“죽지 않기 위해 파업”... 표준임대차계약서 현실화가 핵심 쟁점

치솟는 기름값에 화물운송 노동자들에 이어 덤프, 레미콘, 굴삭기, 크레인 등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일손을 놓았다. 이제 전국의 항만, 컨테이너 기지는 물론 건설현장까지 마비가 될 상황이다.

오늘(16일) 0시부터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까지 이번 건설기계분과의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과 똑같이 경유를 쓰고, 불법 하도급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정부대책에서는 철저히 외면된 상황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파업으로 몰아간 것.

정부는 지난 8일, “연간 급여 3천 6백만 원 이하 근로자에게 최대 24만 원까지 유가 환급금을 주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고유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여기서 소외되었다. 국토해양부가 현실에서는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는 ‘표준임대차계약서’에서 유류비를 건설업체가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대책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는 “이번 정부의 조치는 건설업체들의 온간 불법, 탈법 행위-다단계 하도급, 초단기 근로계약 강요,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로 고통 받고 있는 건설일용 노동자를 두 번 죽이는 짓에 해당한다”라고 반발했다.

이에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기름값 인하와 운반비 현실화 등과 더불어 표준임대차계약서가 현장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대책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기름값 인하와 운반비 현실화 등과 더불어 표준임대차계약서가 현장에서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대책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출처: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는 “표준임대차계약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성되고 이행된다면 건설현장은 지금보다 상황이 많이 개선될 것”이라며 “하지만 법보다 관행이 우선시 되고, 사용자들의 법 위반이 솜방망이 처벌이 되는 경우가 많아 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고 잇는 것이 건설현장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건설기계의 가동시간 1일 8시간, 월 200시간으로 한정 △야간작업과 초과 작업 시 추가대여료 지급 △대여기간 종료 날부터 60일 이내 대여료 지급 등 최소한의 기준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도 권고사항일 뿐 작성하지 않았을 시 처벌기준이 없어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에도 있다. 건설기계분과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다단계 저가 하도급과 중간에서 운반비를 갈취하는 중간 알선업자들의 횡포로 2중 3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라며 “운반비를 대부분 어음으로 받는지라 당장 몇 십 만 원에 이르는 기름값을 카드로 돌려막다 보니 덤프 노동자 절반이 넘는 수가 신용불량자”라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계약서도 한낱 종잇장에 불과한 건설현장이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살기 위해 파업을 한다”라고 말한다. 건설기계분과는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을 것이며, 오르는 기름값을 노동자의 부담으로만 모두 떠안아야 하는 현재의 구조를 바꿀 것”이라며 “시민들의 촛불이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정부가 진정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밝혀 주었듯 건설노동자도 치솟는 기름값에 고통받는 노동자, 서민을 위해 정부와 건설사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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