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 오후 7시 50분]
오늘(17일) 오후 5시 40분경,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정 모 씨가 할복을 시도했다. 현재 정 씨는 서산중앙병원에서 치료중이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당진으로 모여들고 있다.
▲ 충남 대산 차로변에 정차해있는 화물연대 파업 차량 |
▲ 화물연대 파업차량 사이로 대체 화물차량이 경찰 호위를 받으며 이동 중이다. |
정 씨의 할복은 경찰과의 충돌과정 중에 일어났다. 경찰이 비조합원 화물 트럭들을 현대 제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호위하자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이를 막아섰고, 경찰과 조합원들 간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힘이 부치자 5시 40분경 정 씨가 칼로 할복을 시도 한 것이다. 현재 7~8센티미터 깊이로 칼에 찔린 정 씨는 서산중앙병원에서 치료중이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할복 사건 후 7시 45분경 현대제철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화물연대 충북지부 가창규 지부장은 "방금 병원에 다녀왔는데, 한숨만 나온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현대제철에게 "한 시간 내에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현대제철의 모든 문을 차량으로 봉쇄하고, 죽기살기로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집회에서 화물연대의 한 조합원은 "이제부터 말로 하는 싸움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싸움을 해야 한다. 사측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개같이 짐승같이 살아왔다.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현대제철 측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충남지역의 주요한 화주인데도, 단 한차례도 화물연대의 교섭에 임하지 않아 지역 노동자들의 비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현재 당진 현대제철 앞으로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인근 지역의 노동자들이 속속 집결하는 중이다.
[2신 오후 9시 20분]
9시 경 집회를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현대제철 앞으로 10미터 이동했다. 현재 현대제철 정문 앞까지 거리는 약 10미터. 그러자 경찰이 달려나와 "불법집회다. 경찰 병력 대겠다"고 말해 노동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화가 난 노동자들은 "밀고 가자"며 외치며 경찰을 밀어 내기도 했다.
5분 후 경찰이 시위대에서 물러나자, 화물연대 충남지부 가창규 지부장은 "8시 50분경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며 "정 씨는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의사 말로는 나쁜 상태가 아니지만, 하루이틀정도 중환자실에서 지켜봐야 한다"는 연락을 전했다. 조합원들은 안도의 박수를 쳤다. 이어 지부장은 "계속 정보과 형사들이 와서 이러면 안 된다며 우리의 투쟁을 막는다. 경찰이 자본을 지켜주는 경찰인지, 민중을 지키는 경찰인지 알 수 없다"고 경찰을 거세게 비판했다.
지부장의 발언이 끝난 9시 11분, 대산에서 출발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25톤 트럭 3대에 나눠 타고 현대제철 앞으로 도착해서 집회에 결합했다. 현재 현대제철 앞에는 약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집결해 있다.
▲ 25톤 트럭 3대에 나눠타고 현대제철로 달려온 화물연대 조합원들 |
[3신 오후 11시]
오후 9시 45분경 금속노조 현대제철 당진지회 이경연 지회장이 현대제철 측을 만나 화물연대의 요구사항 두 가지를 전달했다. "첫째, 다친 사람에 대해서 치료와 도의적 책임을 질 것. 둘째, 현대제철의 운송업체인 글로비스가 교섭에 나올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글로비스가 실질적으로 교섭에 나오도록 한다."
금속노조의 요구에 따라 현대제철 측은 화물연대와 면담에 응했으며, 10시 20분 화물연대 충남지부 가창규 지부장, 엄성근 조직부장, 북부지회 김인수 지회장 등 3명이 현대제철 회사 안으로 들어가 사측을 면담하고, 다시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약 30분간 면담을 마치고 나온 화물연대 충남지부 가창규 지부장은 "현대제철이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했다"고 발표해 조합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가창규 지부장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할복한 화물연대 조합원 정 씨의 모든 치료비를 지급하고, 현대제철은 운송업체인 글로비스가 화물연대와 교섭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것이며, 내일 오전 10시 교섭에 글로비스가 참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진행된 마무리 집회에서 연대투쟁에 참여한 인근 지역 노동자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으며, 집회는 11시를 넘겨 마무리되었다.(정재은 최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