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차별 말라" 최대규모 범불교도대회

불교 27개 종단, 불자 20여만 명 서울광장 메워

  서울광장 일대를 가득 메운 범불교도대회 참가자들/ 이정원 기자

  무대 앞쪽에는 승려 5천여 명이 자리했다./ 이정원 기자

이명박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한다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불교도들이 서울광장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웠다.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관음종 등 27개 불교 종단은 오늘 오후 2시부터 전국의 불자 20여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를 주관한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상임봉행위원장인 원학 스님은 지난 14일 봉행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정부에서 일어나는 몰지각한 공직자들의 종교 차별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대회 개최 배경을 밝힌 바 있다.

불교환경연대 위원장인 수경 스님은 이날 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비뚤어진 가치관 때문에 나라가 혼란에 처했다"며 "이명박 장로가 가진 개신교 근본주의의 오만과 독선이 국정난국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이정원 기자

  무릎을 꿇고 불경을 외고 있는 불자들/ 이정원 기자

  반야심경에 맞춰 무대 위에서 북을 울리고 있는 스님/ 이정원 기자

서울광장을 비롯해 덕수궁 대한문 앞, 국가인권위원회 앞 도로, 서울프라자호텔 앞 도로와 인근 인도까지 가득 메운 불교 신자들은 △공직자 종교차별 방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등 종교차별 공직자 엄중 문책 △공직자 종교차별 근절 입법조치 즉각 시행 △수배자 수배 해제 등 국민 대화합 조치 등을 요구했다.

범불교도대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오후 4시경 대회를 마친 후, 소속 사찰 이름이 적힌 깃발과 플래카드, 만장 등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세종로와 종각을 지나 조계사까지 행진을 벌여 조계사 법회를 끝으로 대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경찰은 오늘 범불교도대회가 종교행사인 만큼, 대회와 행진을 허용했으나 80여 개 중대 8천여 명의 병력과 살수차 등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불교계가 지속적으로 '종교편향'을 지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일련의 사건들이 꾸준히 터지자, 오늘 범불교도대회를 정점으로 성난 불심이 정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불교계는 이후에도 여러 방식의 실천행동을 준비하고 있어, 지금까지처럼 청와대의 뚜렷한 입장 변화가 없는 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승려들 틈에서 함께 기도를 올리고 있는 천주교 신부/ 이정원 기자

  대회 무대 앞에 설치된 형상/ 이정원 기자

  이정원 기자

불교계, 왜 '뿔'났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불교계가 '종교 차별'로 부를 만한 사례는 꾸준히 일어났다. 취임 초기 정부 주요인사를 임명할 때부터, '소망교회' 코드 인사가 문제가 됐을만큼 기독교 편중 인사가 두드러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김진홍 뉴라이트 목사와 청와대 예배를 보거나, 5월에 순복음교회 조찬기도회에는 참석하면서 석가탄신일은 외면한 것 등 직접적인 활동과 더불어, 정부 공직자들의 이어진 행보가 불교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온 것.

지난 3월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의 '양극화는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라는 과거 기고가 드러나 논란이 일었고, 5월에는 주대준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모든 정부부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발언했다. 6월에는 추부길 청와대 홍보수석이 "촛불집회 참가자는 사탄"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러다 6월 말 국토해양부가 공개한 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 교회 정보는 세세한 한편, 조계사와 같은 사찰 정보가 누락된 사실이 알려져 불교계의 본격적인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며칠 후 어청수 경찰청장이 '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포스터에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나란히 등장하고, 한 달 후인 7월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경찰이 강제 검문 수색하면서 갈등이 심각해졌다.

최근 '불교신문'이 '이명박정부의 종교차별 감시를 위한 범불교연석회의'의 발표 자료를 토대로 종교차별 관련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난 6개월간 16건이 수집돼,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기간 5년 동안의 19건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오늘 범불교도대회에 참석한 불자들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공직자의 종교차별과 불교폄훼로 인해 종교평화가 깨지고 있다"며 "종교간 평화를 깨는 그 어떤 행위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입법조치를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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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 불교 , 종교차별 , 범불교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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