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접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오늘 미국은 악(惡)을, 인간 본성의 최악을 목격했다"며 "이런 행동을 한 테러리스트와 그들을 숨겨준 자들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의 전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는 9.11이 일어난 직후 "선과 악, 인류와 피에 굶주린 자들 사이의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적 테러에 대한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2001년 10월,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아프간 전쟁을 시작했다. 아프간 침략 전쟁 한달 여,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다. 아프간 전쟁은 대테러전쟁의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이라크를 공격했다. 아랍권에서 반미감정이 확산되면서 이슬람 저항세력도 대테러전쟁과 함께 진화했다. 종파간 분쟁도 악화되었다. 이라크와 아프간은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가장 장기간 개입하고 있는 전쟁으로 미국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 2003년 3월 20일의 바그다드. 미국의 대규모 공격 불과 몇 분 만에 폭발로 연기가 한늘을 뒤덮고 있다. |
7년이 흐른 지금 '대테러전쟁'은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는가? 경계를넘어와 민중언론 참세상은 [기획/ 9.11이후 세계는]을 이 질문에 "누구를 위한 안전인가" 라는 질문을 추가한다.
최재훈 경계를넘어(www.ifis.or.kr) 활동가는 "침공으로 외세에 의해 점령을 당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빈곤에 빠져있다. 갈등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고,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없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이라크에서는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이 아닌가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사실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갈등 양상은 더 복잡지고"...소리없는 주검만 늘어나
2004년 이래 가장 안정 됐다는 최근의 평가에도, 7월 이라크에서는 연일 자살폭탄 공격이 이어졌다. 8월 들어서도 시아파를 목표로한 자살폭탄 공격이 이어지면서, 14일 하루 사망자가 27명 집계되기도 했다. 종파간 분쟁이 사그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심지어 9일 쿠마라와미 유엔(UN) 아동.무장분쟁 특별보고관이 자살폭탄공격에 어린이들이 동원되고 있으며, 군 교도소에만 최소한 1천900명의 어린이들이 억류되어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대테러전쟁은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파키스탄으로 그 전선을 이동하고 있다. 쫓겨난 탈레반은 최근 세력을 넓혀 거점인 남부 칸다하르를 넘어 수도 카불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의 작전이 강화될 수록 민간인 사망도 늘어가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만약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어린이를 살해하러 아프간에 들어갔다고 기억될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9월 들어 미군의 미사일 공격 중 3분의 1이 파키스탄 접경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8일과 6일에도 파키스탄에서는 각 20여 명이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감시'와 '통제'
그러나 대테러전쟁은 전쟁의 직접 피해지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테러전쟁은 진화한다. 필리핀 아로요 정부는 대테러전을 내세워 반정부 활동가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증가하고 있는 정치적 살해가 그 지표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 대테러전을 주도했던 국가에서도 감시와 통제가 일상화되고 있다. 9.11테러직후 통과되었던 애국법(Patriot Act)에서 8월 해외거주 외국인에 대한 감청을 합법화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까지 ‘테러와의 전쟁’은 시민들의 일상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경계를넘어와 민중언론 참세상은 총 9회에 걸쳐 아프가니스탄(9월 17일), 이라크(9월 19일), 소말리아(9월 22일), 파키스탄(9월 24일) 등 전쟁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국가들에서, 민주주의의 후퇴와 반정부 활동가 살해가 일어나고 있는 필리핀(9월 26일), 미국에서 시민들의 일상까지 들어온 감시와 통제를 살펴보면서 9.11 이후 대테러전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10월 1일), 과거와 현재를 짚어볼 예정이다.
아울러, 8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논의되었던 아프간 '비군사 지원'이 또 다시 이야기 된 시점에서 한국의 진보진영은 어떤 모색을 해야 할 것인지를 좌담을 통해 짚어본다(10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