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쟁사업장의 지원군 ‘1만 349명’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우리의 선언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1만 349명이 모였다. 열흘 만에 모인 사람들이다. 길게는 4년 짧게는 1년이 넘게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열흘. 만 명이 함께 모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겠다는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촉박한 시간 때문에 현실 가능성에 대해 계속 의구심을 가져야 했다. 그러나 오늘(23일), 신문 한 면은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언제나 연대만이 희망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9월 23일자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신문 광고
이번 행사를 준비한‘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에 송경동 씨는 “우리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송경동 씨는 그저께 까지만 해도 5천 명은 넘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했다. 송경동 씨는 “홍보도 많이 부족하고 시간도 짧았는데 어제 오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라며 “비정규직이 판치는 세상 10여 년을 살아보니 비정규직 문제가 남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일이었다는 것을 함께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데는 촛불들의 역할이 컸다. 김소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이 100일 가까이 했던 단식을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한 릴레이 단식단이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기륭전자의 최대 납품처인 시리우스사를 직접 압박하는 싸움을 하기도 했다. 이런 네티즌들과 투쟁사업장들의 작은 연대행동들이 만 명의 지원군을 이끌어 낸 것이다.

송경동 씨는 “이번 만인선언으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이 조금 훈훈해 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길게는 4년, 짧게는 1년의 외로운 싸움 끝에 만들어진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지원군이지만 차별받고 살지 않겠다고, 인간답게 살겠다는 자존심과 이에 따른 투쟁의 정당성으로 버텨온 노동자들에게는 이번 선언이 작지만 큰 힘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만인선언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정규직을 모든 사업장과 사업 구조에서 전면 철폐해야 한다”라며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 사회의 미래와 양심이 걸린 문제이며, 비정규직을 정당화하는 어떤 제도나 행동도 정당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성실하게 노동하는 국민의 안정과 미래를 보장하고, 사회의 민주적 화합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라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에는 규탄과 퇴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선언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며 “비정규직이 사라지는 그날 까지 함께 투쟁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늘 오후 7시,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촛불 문화제’가 예정되어 있으며, 전주와 광주, 울산과 대구에서도 촛불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