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장기파업사태는 그대로 두고 노사화합?

홈플러스, 해고자 복직 불가 고수에 이랜드일반노조, “노조 무력화 하려는 것”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오늘(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홈플러스 새 가족 비전 컨퍼런스’를 열었다. 기존 홈플러스 직원과 인수한 홈에버 직원 400여 명을 모아놓고 ‘감성경영’, ‘사람중심 경영’을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10만 원이 넘는 식사가 나오는 행사였다.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가 오늘(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홈플러스 새 가족 비전 컨퍼런스’를 열었다.

또한 오늘, 홈플러스에는 좋은 소식이 전해 졌다. 한국능률협회에서 주관하는 ‘2008년 한국의 경영대상’을 받게 된 것. 이는 대형마트 업체 중 최초이기도 하다. 홈플러스는 △한국적인 새로운 개념의 ‘가치점’, ‘3세대 할인점’ 창조 △예술경영, 헥사곤 경영 등 독특한 경영이론 개발 △동서양 문화를 조합한 ‘신바레이션’ 기업 문화 조성 △새로운 유통기법으로 업계선도 등을 했다는 이유로 이 상을 받게 되었다. 이 소식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임직원들의 땀과 수고 덕분”이라며 “최고의 고객가치를 실현하는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홈에버를 인수하고 업계 2위로 급부상한 홈플러스의 탄탄대로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하지만 1년 반이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는 “좋은 가치도 생색이나 구호에 그치면 곤란하다”라며 “무엇보다 장기파업 조합원들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승한 사장의 따뜻한 감성경영은 진정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랜드일반노조는 오늘, ‘홈플러스 새 가족 비전 컨퍼런스’가 열리는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 달이면 파업 500일을 맞는 이랜드일반노조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 동안 홈플러스 사측과 집중교섭을 벌인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추가적인 외주화 중단 △비정규직 고용보장 기준 기존 18개월에서 16개월로 적용 △비정규직 차별 시정 △정규직 16%, 비정규직 23% 임금인상 등을 합의했다. 노조 측이 회사 측이 제안한 안을 대부분 수용한 꼴이다.

노조 측이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홈플러스 측은 해고자 문제와 노조 활동 보장 등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사측이 노조 간부를 포함한 징계해고자 24명과 비정규직 해고자 중 복귀 의사가 있는 20명에 대해서 단 한 명도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것. 이랜드그룹의 경우 뉴코아노조와의 합의해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36명을 모두 복직 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은 “노조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간부 5명이 해고를 받아드리는 것을 전제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했다”라며 “그러나 사측은 5명도 부족하다는 입장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복직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노사 간 남은 쟁점을 설명했다. 사측은 분회장 까지 모두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조 측은 이런 사측의 요구는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려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욱 위원장은 “홈플러스 측은 교섭을 시작하면서 노사화합 선언, 무파업 선언, 이랜드에서 홈플러스 노조 분리, 2010년까지 임금인상 회사에 위임 등 전제조건을 달았다”라며 “회사가 만약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을 모두 복직시키고, 민형사상 소송도 풀어주고 하면 사측이 요구하지 않아도 노조가 먼저 사측과 화합을 선언할 것인데, 홈플러스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집중 교섭 이후에 교섭일정은 잡히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일반노조는 “사실 파업대오가 많이 지쳐있고 딱히 힘 있는 투쟁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하지만 정당하고 소박한 요구를 가지고 투쟁해 온 힘없는 노동자들이 다시 한 번 피눈물 흘리며 결의한다면 그 때는 이랜드그룹 보다 더 험난한 미래가 될 것임을 홈플러스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