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뉴타운, 갈 곳 없는 세입자들

조합 '횡포'와 구청 '수수방관' 속 "20% 위한 돈 잔치"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여전히 세입자들은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서 17년 째 살고 있는 세입자 안 모 씨는 올 초 집주인으로 부터 이사를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안 모 씨는 "집주인이 '재개발이 된다'며 이사를 하라고 해서 나왔는데, 당시에는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뉴타운으로 왕십리 지역 부동산 폭등.. 세입자들 "갈 곳 없어"

하왕십리동 일대는 지난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 시장이 추진한 뉴타운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뉴타운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총 33만7천200㎡(약 10만2천 평) 규모의 하왕십리동 일대가 3구역으로 나뉘어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뉴타운 사업이 시작되자 왕십리 일대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왕십리동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예전에 8천만 원 정도 했던 집이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면서, 2억 이상 뛰었다"며 "적게는 3-4배, 많게는 10배까지 집값이 오른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왕십리뉴타운을 비롯해 서울 뉴타운 재개발 지역 세입자들이 공동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 매매 가격만 오른 게 아니었다. 왕십리 1-3구역에는 총 4천275세대가 거주하고 있고, 이중 85%인 3천620가구가 세입자다. 뉴타운 사업으로 거리로 내몰리게 된 이들이 일시에 집을 구하려다 보니 주변 전.월세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때문에 이 지역 세입자들은 왕십리 주변이 아닌 서울 외곽 등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해야만 했다. 이렇게 세입자들은 졸지에 거리로 내밀렸지만, 이들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지난 해 4월 개정된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토지보상법) 등에 따르면 왕십리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통계청 발표 도시근로자가구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지출비 4개월분 적용), 임대주택 입주권, 이사비용, 임시주거 대책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세입자들의 거주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면서,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편, 토지보상법이 개정된 지난 해 4월 이전에는 세입자들은 임대주택 입주권을 선택하면,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없었다. 또 주거이전비 역시 월평균 가계지출비 4개월분이 아닌 3개월분으로 적용됐다.

법에 명시된 세입자 보상.. 왕십리 재개발조합 "못 준다"며 세입자 상대로 소송

  이은정 왕십리뉴타운1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용욱 기자
이은정 왕십리뉴타운1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왕십리1구역 세대위) 위원장은 "보상에 관한 내용을 모르고 있다가 이주 통보를 받은 이후 재개발조합이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 등을 보장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1~3구역 재개발조합들은 세입자 임시주거 대책 등을 수립하지 않았으나, 해당구청인 성동구청은 2006년 6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잇따라 세 조합에 사업시행 인가를 내주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게 된 세입자들은 뒤늦게 올해 초 성동구청과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항의시위를 진행했다. 그러자 성동구청은 지난 7월 2구역을 제외한 1구역과 3구역 재개발조합에 대해 개정된 토지보상법 규정대로 '임대주택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모두를 지급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구청의 행정지도를 3구역 재개발조합은 받아들였으나, 1구역 조합은 '줄 수 없다'고 버티며 지난 8월 오히려 이은정 위원장을 상대로 주거이전비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성동구청은 지난 달 10일, 1구역 조합에 관리처분인가를 내줬다. 관리처분인가는 착공 전 사실상 최종 단계로 관리처분인가가 나면, 대부분의 경우 곧바로 철거에 들어가게 된다.

이은정 위원장은 "재개발조합과 세입자 간 권리에 관한 분쟁이 첨예할 때는 관리처분 인가를 내주어서 안 되는데도 구청은 인가를 내주고 발을 빼버렸다"며 "구청에서는 세입자 권리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관리처분 인가를 작의적으로 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리처분이 떨어지자마자 하왕십리 지역에는 이른바 '용역깡패'로 불리는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상주하기 시작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성동구청 '이상한' 법 적용.. "2구역은 토지보상법 적용 안 된다"?

왕십리뉴타운2구역 세입자들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성동구청은 2구역 세입자들의 경우 임시주거 대책은 물론이고, 개정된 토지보상법에 따른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 동시 보장 역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성동구청은 2구역의 경우 '사업시행인가'가 토지보상법 개정('임대주택 입주권 신청 시 주거이전비 취득 불가' 조항 삭제) 이전인 2006년 6월에 고시됐기 때문에 개정법 적용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즉 개정 토지보상법의 적용 시점을 사업시행인가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성동구청은, 개정 전 (구)토지보상법에 의거해 왕십리뉴타운2구역 세입자들은 임대주택 입주권을 선택할 시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없고, 주거이전비 역시 월평균 가계지출비 4개월분이 아닌 3개월분만 지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동구청의 입장은 토지보상법의 관련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개정된 토지보상법은 시행규칙과 부칙 등에서 법적용 시점을 '개정규정은 부칙 시행 후 보상계획을 일간신문에 공고하고, 토지소유자 및 관계인에게 각각 통지하는 분부터 적용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부칙 시행일인 2007년 4월 12일 이후 '보상계획공고'를 한 개발지역은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지난 해 12월 21일 보상계획을 공고한 왕십리 2구역 세입자들은 개정된 토지보상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또 국토해양부도 왕십리 2구역 사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 피하고 있으나 "사업시행인가를 보상계획공고로 보기 어렵다"며 '보상계획공고'가 개정 토지보상법 적용 기준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성동구청, 적용 기준 "보상계획공고일"에서 "사업시행인가일"로 말 바꿔

한편, 취재결과 성동구청 측도 지난 해 까지는 '보상계획공고일'을 기준으로 개정 토지보상법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동구청은 주거이전비 지급 문제와 관련해 개정 토지보상법 적용 여부를 묻는 재개발조합 측의 민원에 대해 2007년 6월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이를 통지한 시기를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회신한 바 있다. 당시 조합 측은 성동구청에 "토시보상법 개정으로 주거이전비를 3개월에서 4개월로 변경하여 지급하여야 하는지 여부"를 질의했고, 당시 구청의 회신 내용에는 '사업시행인가일'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임흥규 왕십리뉴타운2구역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원장
결국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동구청이 세입자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왕십리2구역 세입자들은 "법에 따라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구청이 조합의 이익을 대변해 토지보상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임흥규 왕십리2구역 세대위 위원장은 "아마 다른 뉴타운 지역도 우리 지역과 같은 세입자들이 많지 않겠냐"며 "구청은 개정법에 따라 보상을 했다는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입자들이 잘 모르고 있을 때는 보상계획공고 시점을 기준으로 개정법이 적용된다고 하다가 민원을 제기하니까 말을 바꿨다"며 "2구역 세입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상' 아닌 실질적인 세입자 '주거권 보장'으로 접근해야"

한편, 세입자 대책 문제를 놓고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재개발조합은 2구역 세대위 사무실에 대한 기습 철거를 시도하기도 해 세입자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세입자들은 "세대위를 중심으로 법에 규정된 세입자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조합과 구청을 상대로 계속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입자들은 단순한 현금 보상이 아닌, 실질적인 주거대책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위원장은 "돈이 없어 외지로 이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법 규정대로 임시주거 대책이 필요하다"며 "재개발 조합이 법에 명시된 것만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흥규 위원장은 "언론에서 세입자 문제를 다룰 때 마치 보상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 주거이전비에 대한 보상 보다 더욱 중요한 게 실질적인 주거 대책"이라며 "세입자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임시주거 대책 마련과 임대주택이고, 그 다음이 주거이전비 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에는 뉴타운이라고 하면 뭔가 동네가 새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며 "세입자로 직접 당해보니 뉴타운은 결국 20%만을 위한 돈 잔치일 뿐 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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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 뉴타운 , 세입자 , 국토해양부 , 왕십리 , 도정법 , 토지보상법 , 성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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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ksrldbs0

    한심한 세상이다 요즘 세입자 노점상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어떻게라도 한푼더 받을려하는 거지들의 습성 가진 세입자들
    머져 이사한 착한 세입자 욕먹게 만드는 몇안되는 거지들 차라리 구걸할걸 구걸해야지 어느정도 뜯어 먹었으면 이사들 가시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