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까지 사업장 대표 참가하는 교섭 자리 만들겠다”

콜텍-하이텍, 대전노동청 8시간 점거 농성 끝에 노동청 확약 받아내

  최종 면담 결과를 알리고 있는 하이텍 정은주 부지회장

전원 연행을 각오한 콜텍-하이텍알씨디코리아(이하 하이텍) 노동자들의 대전지방노동청(이하 대전노동청) 점거 농성이 23일 오전 2시경 마무리 되었다.

이들은 8시간 동안 노동청에서 농성을 한 끝에 김윤배 청장으로부터 “노동청이 최선을 다해 29일까지 콜텍-하이텍 사장들이 참가하는 교섭 자리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들이 대전노동청 점거 농성을 하게 된 이유는 오후 4시경부터 시작된 면담이 두 시간 넘게 진행되었지만, 김 청장이 “우리가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말할 수 없다”고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콜텍, 하이텍의 사장인 박영호와 박천서가 교섭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29일 열리는 금속노조 결의대회 전에 교섭을 할 수 있게끔 하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으며, 대전노동청은 “대주주인 사람들을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확답을 해줄 수가 없다. 때문에 계속 대립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노동청장 묵묵부답
“벽보고 얘기하면 속이라도 풀리지...철탑 왜 올라 갔냐는데 뭐라고 답을 해줍니까?”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는 하이텍 부지회장과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전노동청장.

  "우리가 못한게 뭐가 있습니까? 할만큼 했습니다"-노동청 전 콜텍 담당 김태모 근로감독관

  노동청장이 두 시간여동안 침묵으로 일관, 낙담한 면담위원들.

22일 오후 3시, 대전노동청 앞에서는 콜텍-하이텍 노동자를 포함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소속 조합원 50여 명은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노동청의 직무유기”를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자기 가족이 전류가 흐르는 철탑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관망하고만은 있지 않을 것”이라며 “노동청의 책임 있는 답변과 해결의지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4시부터 진행된 노동청장과의 면담에서도 “두 노동자가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노동청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이냐?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고 질문했으나, 노동청은 “우리도 할 만큼 했다. 거긴 왜 올라갔느냐”고 반문해 면담 참여자들과 노동청 관계자들간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노동자들은 “29일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콜텍의 박영호, 하이텍의 박천서 사장을 불러내 교섭을 열라”고 주문했으나 노동청장은 “우리가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말할 수가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전노동청 주변에서 면담결과를 기다리던 노동자들은 이 소식을 접한 후 “어떻게 노동청이 입장을 안 밝히나. 이명박 정부가 노사개입 말라고 해서 안하냐. 노동자가 죽게 생겼는데 왜 올라갔냐고 묻냐니 정신이 있긴 하냐”며 오후 6시경, 대전노동청 로비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노동청장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말할 수 없다”
노동자들 “해결책 내놓던지, 우릴 구속시키던지”


  노동청과의 성의 없는 면담 결과에 항의하며 노동청 농성을 결의하는 노동자들


  "노동청 직원분들이 우리 콜텍 사정을 너무 모르시네요. 찬찬히 읽어보세요"

이후 30여 분간 2차 면담이 이루어 졌으나 노동청장의 답변이 변함없자 “노동자들은 노동청장의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1층 로비에서 점거 농성 투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하이텍노조 정은주 부지회장은 “2시간이 넘는 면담 시간동안 노동청장의 대답은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 하나였다. 벽을 보고 이야길 하면 차라리 속이라도 풀리지. 어떻게 청장으로서 노동자가 하소연을 하는데도 말없이 앉아만 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반드시 노동청이 박천서와 박영호를 불러내 교섭을 하겠다는 확답을 얻겠다”고 밝혔다.

콜텍 노조 장석천 사무장은 “지금 서울에선 하이텍, 콜텍 지회장들이 감전 위험을 무릅쓰고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이대로 물러나서야 되겠느냐”며 “노동청의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확인할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말 말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내 놓겠다고 말할 때까지, 연행이 되던 구속이 되던 노동청을 뜨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밥 먹는 것 처음 봅니까? 우리가 원숭이 입니까? 왜 구경하는 겁니까?"

  오후 6시, 노동자들이 노동청 1층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오후 10시 30분. 노동자들은 “더 이상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 청장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자”며 1층 로비에서 청장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에 노동청 직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청 직원들에 의한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여성노동자들은 신체 일부를 더듬거나 잡는 노동청 직원들에게 “어딜 만지냐, 건들지 말라”고 소리치며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나 끝내 사과는 받지 못했다.

이 시간 노동청 직원들은 병력 투입을 요청했으며, 십 여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투 경찰 1개 중대가 대전노동청 정문에 배치됐다.

노동자들은 “밖에 나가서 우리 얘길 하면 다들 노동청 가봐라하고 말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노동청 직원들에게 두드려 맞아가면서 청장님을 만나자고 이야기 하는 건 꿈에도 모를 것”이라며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최소한 생각 좀 해봐라. 지금 두 노동자가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데 우리가 여기서 물러날 것 같냐. 청장은 오늘 우리와 약속을 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또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전부를 다 끌어내던지, 아니면 우리 요구를 받아들여 사측 사장들이 참가하는 교섭 자리를 열 것인지 정하라”고 강조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청장실 앞 2층 복도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청장실로 올라가려는 노동자들

  잠긴 청장실 앞에서 노동자들과 노동청 직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CCTV 끄세요. 하이텍 노동자들 산재 인정 받은 환자들입니다" 정은주 부지회장이 노동청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정문에 배치된 경찰 병력

  콜텍-하이텍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방영되는 시사프로그램을 주의깊게 시청하고 있다.

  "청장님 문 걸어잠그고 있지 말고 우리와 대화합시다"

“두 노조의 문제가 함께 해결될 때까지 무조건 함께 간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23일 오전 1시경, 경찰 병력이 철수 했다. 이어 1시 30분, 노동청장은 노동자들과의 교섭을 위해 7시간여 가까이 잠그고 있던 청장실 문을 열고 면담위원을 받아들였다.

면담이 끝난 후 하이텍 정은주부지회장은 “우리는 29일까지 사장들이 참여하는 교섭자리를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노동청장은 최대한 수렴해서 빠른 시일 안에 자리를 만들도록 노력 하겠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콜텍과 하이텍 두 노조 중 한 곳이 해결되면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 두 노조의 문제가 다 해결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는 것을 확인했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노동청의 책임 있는 모습을 바란다”며 농성을 풀었다. 농성 시작 8시간 만이었다. (천윤미 기자)

  8시간만에 열린 청장실로 면담위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최종 면담 결과를 알리고 있는 하이텍 정은주 부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