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보다 무거운 가슴이 남아요”

[인터뷰] 황선영 홈에버월드컵분회 분회장 직무대행

이랜드일반노조가 합의를 했다. 즐거운 소식이다. 아니 즐겁게 받아드려야 한다. 이 순간만큼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었느니, 왜 그딴 식으로 합의문을 작성했는가 하지 말고 즐겁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을 이제 더 이상 동료라고 부를 수 없는 조합원들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그녀들도 울지 않는다. 슬픔보다는 더 열심히 해서 “조합원들이 복귀하니 회사가 더 잘 되네”, “역시 노조가 있어야 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결의가 더 크다.

황선영 홈에버월드컵분회 분회장 직무대행을 만났다. 그녀는 노조를 대표한 교섭위원으로 홈플러스와의 교섭이라는 숨막히는 터널을 온 몸으로 통과했다. 그리고 조인식에서 그녀는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좋다고 웃고 있는 사용자들 앞에서 잘못한 것 하나도 없는 그녀가 눈물을 흘릴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은 천장을 쳐다보며 넘겼다.

  황선영 분회장 직무대행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실감이 안나요. 가슴도 답답하고. 이러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조인식 하는 곳에서 회사 사람들은 웃고 있는데 여기서 내가 울면 우리는 안 좋다는 뜻인가 생각이 들었어요. 시원섭섭하다는 말 이런데 쓰는 건가 봐요.”

합의 그리고 해고자들

누가 어떤 합의문에 백 프로 만족할 수 있을까. 어차피 합의문은 누군가는 양보하고 누군가는 얻는 것이다.

“합의문 내용이 만족스럽냐구요? 파업을 시작하고 투쟁을 시작했을 때 우리가 했던 요구가 만일 10가지였다면 그 많은 것들 중에 어떤 것은 포기하고, 또 중간에 그만 둘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딱 한가지 밖에 없었기 때문에 물러설 수도 포기할 수도 없었죠. 비정규직 고용안정, 이것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다 부수적인 거였죠. 16개월 된 기간제, 그것도 입사 시기나 노조에 가입한 시기와 상관없이 16개월 만 되면 누구나 무기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잖아요. 이것만 해도 저는 만족해요. 물론 파업기간 동안 나왔던 징계 해고자들하고 같이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김경욱 위원장은, 이경옥 부위원장은, 홍윤경 사무국장은 그리고 함께 열심히 싸웠던 12명의 간부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와 함께 일할 수 없다. 이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너무나 무겁게 만든다.

“여기서 파업이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은 징계해고자들이 조합원들과 노조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내린 결단 때문이었어요. 그런 해고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기에 기쁨보다는 무거운 가슴만 남는 것 같아요”

이제 그녀들은 다시 계산대 앞에 선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곳이다. 옆에 있던 동료들이,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그 것도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만들어 놓은 법 때문에 해고가 된다는 사실에 그녀들 스스로가 박차고 나온 그곳이다. 한 때는 잠자리로도, 식당으로도 삼았던 곳이다.

“제가 속한 월드컵분회는 조합을 결성하고 한 달 만에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조합원이기 때문에 받는 탄압이 무엇인지도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그래도 테스코가 조인식에서 노사화합 위해 조합원들 노조활동 보장한다고 했으니 믿어야죠. 아니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죠.

더 큰 일은 500일이란 기간동안 받았을 조합원들 가슴 속 상처와 아픔을 어떻게 함께 치유할 것 인가에요. 얼마나 오랜 기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보듬어 주고 안아줘야겠죠”


  그녀들은 다시 계산대로 돌아간다./참세상 자료사진

‘연대’라는 이름으로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그녀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조인식 끝나고 타고 온 차 안에서 전화가 왔어요. 난 생각하고 있지도 못했는데 그 분 목소리를 들으니까 눈물이 나는 거예요. 우리 못지않게 고생하고, 너무나 아껴주고 했던 분들이요. 우리를 여태껏 오게 한 분들이 바로 그 분들이죠. 월드컵분회는 지대위 분들이 함께 해서 여기까지 온 거에요. 이제 회사에 들어가서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보답해야죠.”

이제 그녀를 계산대 앞에서 만날 수 있다

그녀는 500일이라는 시간이 그녀에게 남긴 것은 ‘친구’라고 했다. 계산대에 갇혀 수다는커녕 눈 한 번 제대로 맞출 수 없었던 동료들이 이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어 옆에 있다.

“친구들은 항상 내 옆에 남아줄 거구요. 나도 그들에게 그런 존재가 될 거구요.”

그리고 그녀는 다시 500일 전 홈에버 상암점, 계산대가 식당이 되고 잠자리가 되었던 순간으로 돌아갔다.

“내가 죄를 짓지 않으면 경찰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상암점 점거를 하고 있으면서 어느 순간 경찰이 내게 두려운 존재가 되는 거예요. 여전히 난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이 나라 국민으로 사는 것이, 노동자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거였어요.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와 내일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나왔다. 내일(14일)은 이랜드일반노조의 마지막 문화제다. 수십일 쳐 놓았던 농성장도 스스로 허물고 그 동안 고마웠던 사람들과 회포도 풀 작정이다. 이제 그녀를 계산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