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2008지방선거로 또 다시 시험대 오른다

야권 이데올로기 공세에서 지역적 이슈로 눈 돌려

다가오는 11월 23일,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23개 주 중 22개 주지사 및 335개 시 중 238개 시장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21세기 사회주의'를 향한 과정에서 또 하나의 기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08 지방선거 중앙선관위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완전 자동화된 첫 선거다. [출처: venezuelanalysis.com]
4년 전 진행된 지난 지방 선거에서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들은 21개 주지사 및 300개 시장직을 얻었다. 그러나 정치평론가 및 여론 조사를 보면 올해 선거에서의 지형도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4개주에서 10개주까지 야권 주지사 당선 점쳐

여론조사 기업인 루이스 레온 소장은 <인터프레스(IPS)>와의 인터뷰에서 "서쪽에 위치한 석유가 풍부한 주인 쥴리아주와 중부지역의 산업이 발달한 카라보보 등을 포함해 야권이 4개주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다른 네 곳에서도 강력한 야권 후보가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업인 오스카 쉐멀도 "여론조사를 진행한 14개 주 중 8개 주에서는 차베스를 반대하는 후보에 대한 선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차베스 내각에서 경제장관으로 일했던 넬슨 메런츠가 운영하고 있는 여론조사 기업인 콘설토레스21도 약 10개서 야권 승리가 가능하다고 점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차베스 대통령은 이른 아침부터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정당인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PSUV)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그러나 차베스는 "비애국적 베네수엘라 부르주아지들이 절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바로 이 곳 쥴리아에서 그들의 지배는 위험에 처했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인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PSUV) 후보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차베스는 야권에서 쥴리아 주에서 친차베스 후보가 당선되었을 경우 야권이 이를 승인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야권의 공세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걸려있는 것은 혁명의 미래, 사회주의의 미래, 베네수엘라의 미래, 그리고 우고 차베스 본인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나를 지지한다면, 000에게 표를 던져라",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PSUV) 후보가 내 후보다"라며 이번 선거에서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지역의 후보들을 당선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개헌 재추진, 미국과의 관계 주목

차베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4년이 남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차베스 대통령에게는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20개 주에서 차베스가 승리하고, 여권의 입지가 줄어든다면, 차베스는 2012년 대선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개헌에 즉각 들어갈 것이다"라고 정치평론가 파우스토 마소는 <인터프레 스(IPS)>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만약 대신 야권이 8개에서 9개주를 차지하고, 중요한 시와 주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면, 차베스의 목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일단 그의 대통령직이 끝나는 것이 명확해지기 때문에 그의 당(PSUV) 안에서 더 많은 불만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마소는 덧붙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2006년 63퍼센트의 지지로 3선에 성공한 후 작년 포괄적 개헌안을 추진해왔으며, 그 내용 중에는 대통령의 연임제한을 철폐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작년 12월 국민투표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선거에서 패배해, 개헌안을 통과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이자 남미 문제를 연구해 온 제임스 페트라스는 "오바마 정부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새 행정부의 전략을 택하는 문제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 선거는 차베스 대통령이 주도해온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PSUV)의 지역적 기반을 타진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PSUV, 차베스와의 친밀감 과시 VS. 여권, 지역 이슈에 초첨

현재 약 1백만 명의 당원을 가지고 있는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PSUV)은 최대규모의 선거조직을 운용하면서 전국적 정책의 성공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PSUV)은 차베스 정부의 철강, 시멘트, 은행 등의 국유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식료품 부족 해결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차베스와의 친밀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야권은 그 동안 차베스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차베스 개인 또는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 공세에서 전략을 바꾸어 지역적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고질적인 쓰레기분제, 범죄문제를 비롯해 여당 지역후보의 개인적 무능과 부패문제, 그리고 30퍼센트가 오른 인플레이션 문제가 초점이다.

차베스 정부는 임금 인상등의 조치를 꾸준히 취했으나, 올라가는 물가를 따라잡고 있지 못하다. 정부의 반 범죄 프로그램도 큰 효과가 미약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지역 공부원들과 경찰 사이에서 고질적인 부패문제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차베스 정부에게는 부담이 된다.

당 내에서의 불협화음도 차베스 정부에게는 거슬리는 부분이다. 차베스는 당 내 지역후보 선정과정에서 최고 득표를 한 사람 대신 본인이 선호하는 인물을 후보로 일부 지명했다. 여기에 반발한 모두를위한조국(PPT), 베네수엘라 공산당(PCV) 출신의 후보가 6개 주에서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는 34,662곳 투표소에서 진행되면, 자동시스템에 의해 진행되는 첫 선거다. 미주대륙의 34개국을 포함해 국제적으로 130명의 참관단이 선거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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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 psuv , PSUV , 베네수엘라공산당 , 베네수엘라통합사회당 , 모두를위한조국 , 21세기사회주의 , P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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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명적 맑스주의

    차베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 차베스는 맑스주의자가 아니라 민중주의자일 뿐이다. 반미·대안지구화운동과 결합한 차베스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라는 맑스주의 기본원칙마저 실천하지 않고 있다. 차베스주의야말로 사회주의의 탈을 쓴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의 민족 부르주아지 분파의 생존 전술일 뿐이다. 사민주의적 실천 몇 가지 보이고 있다고 해서 민중주의를 21세기 사회주의라 칭하는 것은 또다시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투쟁과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을 가로막는 것일 뿐이다. 차베스, 오바마, 사르코지, 브라운, 이명박 등 모든 국가자본주의에 맞서 투쟁하자! 자본주의의 숨통을 끊어버리자!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철의기지

    차베스를 맑스주의자로 칭하는 건 정신나간 짓이죠. 그렇다고 차베스를 오바마나 청와대 설치류와 동일시 하는건 좀 황당하네요. 혁명적 시기의 마오,호치민,카스트로를 그들이 맑스주의자여서 지지했던 건 아니잖아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춤인 혁명을 찾자면 1917 정도 밖엔 없지 않겠어요? 혁명은 아니지만 1980 광주의 지도부는(총기 반납을 거부한 전투파 다수도 이데올르기적으로는) 사실 김대중 지지자들이었는데 그렇다고 광주를 자본 일 분파의 체제 유지 전략의 일환일뿐이라고 비난하실 건 가요? 베네주엘라 민중에 반신자유주의 변혁의 염원을 차베스가 수용하고 미국과 결탁한 구 지배계급과 싸우고 있는 점을 보셔야죠. 결국 베네주엘라 계급투쟁의 향방은 조직 노동계급과 군대(특히 급진적 병사 그룹)에 달려 있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