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만들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인 까닭

폐업에 맞서 고용승계, 임금인상 승리 외쳐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 동희오토에서 학력 누락으로 지난 9월 해고돼 출입을 저지당하던 노동자 이백윤, 박태수 씨가 석 달 만인 12월 2일 낮 동희오토에 들어갔다.

이들은 "임금인상 승리", "폐업투쟁 승리"라는 플래카드를 몸에 걸고 동희오토 구내식당 앞에 설치된 10m 높이의 현수막 거치대에 올라가 8시간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회사가 윙카 양 문을 올려 이들을 가리려 했으나 설치물의 높이가 높아 가려지지 않았다.


동희오토 측은 건조물 침입, 업무방해를 주장하며 경찰을 불렀으나 두 해고자는 현재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로 사실상 회사 출입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은 강제 진압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회사는 24톤 윙카를 설치물 앞에 두고 양 날개를 펼쳐 두 해고자를 가려보려고 했으나 설치물의 높이가 높아 가려지지 않았고, 오후 2시경 119 구조대가 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까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동희오토에서 두 해고자와 함께 해고 및 계약해지 된 노동자들 구성된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해복투)는 회사 출입을 할 수 없자 두 해고자가 설치물에 올라가 있는 사이 철조망으로 막힌 회사 뒷산에 올라가 동료들에게 두 해고자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추운 날씨에 8시간 동안 설치물에 있다 내려온 이 씨는 "해고된 뒤 처음으로 공장안에 들어왔다. 늘 공장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정문에서, 산 위에서 선전전하며 하루 빨리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원청 관리자와 업체 소장, 반장들, 경비들이 탄압했지만 설치물에 올라간 우리들을 보며 조합원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고, 춥다며 캔 커피를 주고 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날은 추웠지만 가까운 곳에서 조합원들을 만나서 기뻤다."고 전했다.

두 해고자는 왜 공장안 현수막 설치대 위로 올라갔나

두 해고자를 비롯해 해복투는 조합원 신분이 유지되고 있어 회사(노동조합) 출입이 자유로움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한국노총 소속 업체 노조들이 이들의 회사 출입을 거부하고 있어 회사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복투는 동희오토 12개 사내하청 중 대왕기업이 12월 31일자로 업체 폐업 예정이라며 대왕기업 112명 노동자가 단 한 명도 계약해지 되지 않고 제반 노동조건 및 고용승계가 온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임과 동시에 계약직 노동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사장만 바뀌는 업체 폐업이 진행될 때 회사가 입맛에 따라 노동자들을 계약해지 하거나 근속 년수가 인정되지 않는 등 제반 노동조건이 후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와 관련해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또한 12월 11일 '동희오토 협력사 노동조합협의회'에서 '임금협상 워크샵'이 공지돼 2009년 동희오토 사내하청 임금협상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해복투는 "이번에야말로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제대로 된 임금협상 요구안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해복투에 따르면 매년 임금 협상이 년 초에 진행되는 것과 다르게 올해는 회사 라인 증설 문제로 10월 말부터 '2008년 노사 세미나'가 진행되는 등 임금 협상과 관련한 논의는 진작부터 진행되고 있었으며, 내년 임금 인상 요구안이 시간당 370원이라는 소문이 현장 내에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해복투는 매년 노조가 임금 인상 요구안와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시간당 590~600원으로 결과가 나오나 노조는 300~330원으로 요구안을 만들어 회사와 협상. 즉, "회사(원청, 하청)의 입맛에 맞고 결국엔 회사가 제시한 안과 같은 임금 인상 요구안을 가지고 합의했다"며 분노했다.

[출처: 동희오토 사내하청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이어 임금 인상 합의안은 매년 오르는 법정최저임금과 비슷한 금액이라며 결국엔 법정최저임금에서 10원, 20원 많은 인상안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조합원의 임금 인상 요구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이 되어 회사와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