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모욕죄, 키워드는 '통제'

[미디어 관련법 진단](2) - 정보통신망법

한나라당이 지난 3일 발표한 7개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은 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 자본의 방송 진출 여건 완화, 인터넷 통제를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신문의 방송 겸영 허용은 조중동과 재벌의 방송 소유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이해와 대립되지만, 자본의 방송 진출 여건 완화와 인터넷 통제의 측면에서 보면 단정하기 곤란하다.

한미FTA 미디어 분야 협상 결과에 따르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외국인 간접투자 허용, PP 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 완화, 1개 국가 수입쿼터 제한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FTA가 발효되고 방송법과 멀티미디어법 개정안 등과 어울리면 국내외 자본의 미디어 진출을 규제해온 틀은 사실상 붕괴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마냥 ‘언론장악 7대악법’이 쓰인 현수막을 들고 미디어운동 주체들과 나란히 서곤 하는데, 참으로 어색하기 짝이없는 장면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사이버모욕죄 제안 이유, ‘피해의식’?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사이버모욕죄는 정보통신망법에 신설하는 나경원 의원안과 형법상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장윤석 의원안이 있는데, 입법 취지는 다르지 않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권리침해 주장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신속하게 임시조치 후 이 사실을 관련자에게 통보, 고지 △30일간 임시조치 기간 중 해당 정보 게재자가 이의신청 가능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해당 정보 삭제,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분쟁조정부에서 권리 침해 여부에 대해 판단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삭제 혹은 임시조치 해제 △공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하는 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취급거부, 정지, 제한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모욕성 정보 불법 정보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입법취지가 인터넷에 대한 보수세력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듯’ 하다고 진단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 여론이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고,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확산되는데 있어서도 인터넷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이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의식의 또 다른 측면은 정부나 한나라당이 인터넷 여론을 자신들에 대한 ‘정당한 비판’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왜곡이나 무분별한 비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자신과 다른 견해를 ‘정보에 대한 왜곡’으로, 자신에 대한 분노의 표현을 무조건적 비난이나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른 인터넷 통제 정책은 보수세력의 문화적 보수주의와도 결합되어 있다고.

“사실 인터넷 실명제나 행정부의 검열과 같은 인터넷 내용 규제의 기본 틀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마련된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 정책은 이러한 기본적 내용규제 틀에 더하여, 과거 독재정권 시절과 같은 강압적 통제방식을 더한 것입니다. 수사기관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의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버모욕죄’나 사업자들을 사적 검열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니터링 의무화’가 그러한 사례죠.”

지난 7월 1일 방통심의위는 다음 아고라에 게재된 글 58편에 대해 삭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방통심의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결정이라는 논란도 따랐는데, 심의기관이 사법적 심판을 하는 월권을 행사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다음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올라온 게시글을 심의해 ‘언어 순화와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한 걸 보면 MB를 ‘머리용량 2MB’, ‘간사한 사람’ 등으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인격을 폄하했다고. 이 정도면 사회구성원의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이버모욕죄, 사이버 통제의 백미

한나라당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의 백미는 사이버모욕죄. 사이버모욕죄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무엇이 ‘모욕’인지 불명확하다는 것, 하나는 이를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했다는 것.

형법상 모욕죄는 친고죄를 적용하나, 사이버모욕법은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해 수사기관이 개입하고 경찰이 자의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언론인권센터가 나경원 의원 등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모욕한 ‘미네르바’를 처벌하시겠습니까? 문근영 씨의 선행을 악의적으로 모욕한 지만원 씨를 원색적으로 비방하고 모욕한 네티즌을 처벌하시겠습니까?”라고 공개 질의를 던진 것도 사이버모욕죄 입법 내용의 뜽금없음을 드러낸 사례다.

수사기관이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반인들의 모욕을 해결해줄 시간이나 있을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사 인력을 배치할 것인지 등도 개정된 후 볼만한 풍경일 듯하다.

외국 사례는 딱이 들 것도 없는데, 모욕을 범죄로 해서 형사처벌하는 나라는 일본과 독일 정도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마지막 유죄판결이 1960년대였고, 일본에서는 처벌이 매우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마저 폐지되거나 사문화되고 있는데, 이유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권력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부가서비스 영역도 통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검색 결과의 조작을 금지하고 검색광고를 구분하여 표시하게 했다. 또한 부정클릭(타인의 광고를 클릭해서 광고비를 증가시키는 행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병일 활동가는 부가서비스 영역 규제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가서비스에 대해서는 거의 규제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인터넷 상의 부가서비스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할 수 있는데, 섣불리 어떠한 규제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창조적이고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검색 결과의 조작이란 뭘까. 가령 특정 팬 카페 회원들이 특정 시점에 동시에 클릭을 유발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검색 상위에 오르게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도 ‘조작’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는 게 적절한 일일까.

개정안 대표적 독조조항, ‘모니터링 의무화’와 ‘임시조치 의무화’

서비스 제공자는 지금도 포털 등을 자율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이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법정보에 대한 방조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모니터링 의무화’는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어떻게 되겠어요. 어떤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포털이 ‘모니터링을 제대로 안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털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시물들을 삭제하게 되겠죠. 현 정부가 인터넷을 ‘방송국’과 같이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발행자로서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오병일 활동가의 지적이다.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지도 않은 시점, 지난 7월 방통심의위의 게시물 삭제 명령 이후 포털 등 서비스 제공자들은 특정 게시물을 자진 삭제하는 등 임시조치로 네티즌과 잦은 충돌을 빚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확대도 문제입니다. 이미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동시접속자 10만 명 이상의 모든 사이트로 실명제 의무화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이에 더해 개정안은 ‘10만 명 이상’이라는 기준도 삭제했습니다. 정부가 맘만 먹으면 시행령을 바꿔 인터넷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이같은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국내 사업자에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국내법이니까 당연하다. 한글 서비스를 하고 있어도 서버나 사업자가 해외에 기반하고 있다면 법적 규제가 미치지 않을 테니까. 야후 영문 사이트나 구글에 가입할 때는 본인 확인이 필요가 없다.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국내 포털들은 해외 사업자에 비해 불필요한 규제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차별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사이버통제법 말고 사이버인권법

오병일 활동가는 미디어행동의 인터넷통제TF 활동의 성과를 토대로 최근 ‘사이버인권법’을 제시했다. 별도의 입법안을 제정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사이버모욕죄 신설, 인터넷실명제 확대, 인터넷감청 허용(통신비밀보호법) 등 정부의 인터넷 통제에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 방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부의 내용 규제 정책에 대한 반대에 집중한 반면에,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를 넘어 우리 자신의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장악한 현 국회에서 우리의 입장이 관철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궁극적인 우리의 그림을 갖고 있어야 이명박 정부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싸움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난 정보인권운동 10년의 과정을 돌아보더라도 더이상 ‘반대’만 이야기하고 있을 처지가 못된다. 정보통신망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통해 국가권력의 시민사회에 대한 감시 통제를 강화하려는 흐름을 막고 대안 방안을 제시할 때가 되었다.

오병일 활동가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제안의 요지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강제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폐지해야겠고요, 둘째,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과 같은 인터넷 상의 분쟁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를 마련합니다. 셋째, 방통심의위의 심의 대상을 축소하되, 특히 방통심의위가 모든 형태의 표현에 사법적 권한을 갖도록 하는 ‘기타 불법정보’라는 모호한 규정은 삭제해야겠죠. 넷째, 현재 행정기관인 방통위가 최종적인 사법적 권한(삭제권한)을 갖는 것을 폐지하고, 게시자가 원할 경우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이버인권법은 국가권력의 사이버 통제 대신 네티즌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는데, 따라서 시민사회의 권리 보호, 보장을 기본 취지로 한다. 이는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통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는 것으로, 위로부터의 통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사회화로서의 ‘통제’를 의미한다.

당장은 어렵겠다. 사이버모욕죄를 포함한 ‘언론장악 7대악법’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7대악법이 적용되면 인터넷 공간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위로부터의 감시가 작동될 것이고, 정치와 자본과 사업자와 이용자간 분란과 대결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겠지만, 무릇 자유란 싸움을 통해 얻어지는 것. 사회구성원 스스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제약없이 소통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자율적 능력을 확장하는 것, 그방안이 하나씩, 조금씩 축적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사이버인권법, 기왕에 제정안을 마련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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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ck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