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은 자리에 들어올 건물은

[기자의눈] 삼성.대림.포스코 시공 40여 층 주상복합

서울 용산 한강로3가 63번지. 20일 아침 살인진압이 벌어진 4층 건물의 유리창은 모두 깨져 있고 검게 그을린 벽면과 물대포에 얼어 빙판이 된 건물 앞 인도가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말해 준다.

  폐허가 된 사고현장 건물 전경

비단 사고 현장만이 아니라 재개발 지역으로 80% 가까이 철거가 진행된 이 일대는 주인을 잃은 허름한 건물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이 죽어나간 이 곳엔 대규모 건설자본의 으리으리한 건물이 들어올 것이다.

이 곳 개발사업의 정식 명칭은 '한강로3가 63번지 일대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다. 면적 53441제곱미터에 지하 7층, 지상 40층 등 주상복합 건물들이 들어선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용산구에 따르면 세입자 890명 가운데 763명(85.7%)의 보상이 완료됐다. 주거세입자 456명 중 417명, 영업 434명 중 346명으로 주거세입자 보상이 더 많았다. 용산구는 현재 재개발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는 세입자들이 남은 127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이들이 농성을 벌인 이유로 '보상 금액'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애초에 보상비는 비현실적인 수준이다. 주거세입자의 경우 4인 가족 기준 주거이전비 4개월분이 고작 1천4백만 원, 상가 세입자는 음식점 규모가 132제곱미터일 때 휴업보상 3개월분으로 1억 원이다. 임시로 살 곳도 없고 새 점포를 차리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니 이들이 생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용산4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및 개요 [출처: 용산구청 홈페이지]

철거용역업체를 동원한 재개발조합의 폭력 등 용산4구역에서 벌어진 갈등은 곳곳의 도심 재개발 현장에서 빈번히 벌어진다. 때문에 재벌 건설사들을 향한 비난도 일고 있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가 이번 재개발로 얻는 이익은 4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용산의 처참한 죽음의 한 원인이 '투기세력의 이익을 위한 무리한 재개발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늘 그렇듯 건설자본은 더 흥하고 서민은 집을 빼앗기거나 죽는다. 농성자들의 피가 서린 자리엔 곧 높이 142미터 '자본의 망루'가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