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면 이건 학살이다!"라고 쓸거야

[살인진압] 용산 현장에 선 조세희 선생

"이건 학살이야!"

30년전 철거민과 도시빈민의 삶을 이야기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선생님을 만났다.
칠순을 앞둔 늙은 작가는 "30년전 난쏘공 때보다 더 잔인하다"며 지난 20일 용산 살인진압을 꺼냈다. 참담함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작가/이정원기자


"난쏘공은 미래엔 이런 슬픔, 불공평, 분배의 어리석음, 이런 정치, 경제적 상황이 없기를 바라며 쓴 글이야. 난쏘공은 벼랑끝이란 '주의' 푯말인거야."

푯말을 무시한채 '가난뱅이들만 더 두들겨 패며 유지된 한국사회에서 예견된 일'이었다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조세희 선생님 모습에서 쓸쓸함과 비통함이 전해왔다.
그이는 "어제 경찰은 80년 5.18 특전사 같았어. 공동체 구성원 보호라는 자기 첫번째 임무을 유기하고 죽음으로 몰았어."

"폭력은 군대, 경찰만 하는 게 아니야, 우리시대 배고파 우는 어린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지 못하면 그게 바로 폭력이야. 우리가 직접 철거민에게 물을 뿌리고 죽이진 않았지만 미리 막지 못한 죄가 있어. 나도 똑같은 죄인이야."

"언론사가 무덤같다"

노작가는 기자들에게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다.
"애매모호하게 쓰지마. '내가 쓰면 저건 학살이다! 학살을 멈춰라!' 라고 쓸거야." "써야 할 게 가득 쌓여있는데 쓰질 않아" "언론사가 무덤같다"고 했다.

  용산 철거참사 현장에 선 조세희 작가/이정원기자

기자들과 두시간 여 대화를 끝내고 조세희 선생님은 용산 참사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70년대 강제철거를 당한 뒤 끝내 굴뚝에 목을 맨 난장이가 2009년 강제철거를 반대하다 화마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30년 시간의 만남.

경찰병력이 깔린 용산 참사 현장에 선 조세희 선생님은 한동안 말씀이 없었다.

분향소에 참배를 드리려 하자 선생님을 알아본 기자들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힘겹게 참배를 마친 선생님은 곧 기자 50여 명에게 둘러싸였다. 기자들 질문에 꼭꼭 눌러가며 대답하고 돌아 나와선 "이렇게 나선 게 추하지 않냐"며 걱정을 하신다. 용산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당사자 철거민보다 자신에게 언론의 주목이 쏟아지는 게 부담스러웠나 보다.
  분향을 마친 조세희 작가가 기자들에게 참사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이정원기자


그러나 괜찮다. 선생님은 일찍이 선생님의 또 다른 책 <침묵의 뿌리>에서 "나는 우리의 어느 '비동시대적 세계'에 주저앉아 현대의 우리 통신매체가 묵살하는 소식을 구식 수단을 이용해 띄우기로 했다. 나의 구식 통신에 귀기울여 달라.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다. 그들은 너무 오래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한 이가 아니던가.

[동영상]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추모제'에 참석한 조세희 작가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