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길 위원장의 날치기 직권상정 미수"

언론법 직권상정 놓고 여야 대립...국회 파행 불가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장이 25일 오후 3시 50분 경 방송법 개정안 등 언론 관련 22개 법안을 직권상정했다. 하지만 고흥길 위원장의 갑작스런 직권상정의 유효성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며칠 남기지 않은 2월 국회는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고흥길 위원장은 오후 3시 50분께 “간사 간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직권상정 할 수밖에 없다. 행정관은 의안을 배포하라”며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을 상정한다"고 직권상정을 시도했다. 의사일정에 대한 간사협의 취소에 대한 전병헌 민주당 간사의 이의제기가 있던 중이었다. 갑작스런 직권상정 시도에 민주당 의원들이 위원장 석으로 대거 몰려갔으며 직권상정을 했다고 생각한 고흥길 위원장은 산회를 선포하고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회의장에서 직권상정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회의 속기록에는 “직권상정한다”는 고흥길 위원장의 말이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상정을 위해 지켜져야 할 의안 배포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배포될 의안은 고흥길 위원장이 상정했다는 미디어법 등 22개 법안이 아니었다. 배포될 의안은 저작권법 일부 개정 법률안 이었다. 배포될 의안명과 고흥길 위원장이 직권상정한다며 말한 의안명과 일치하지 않은 것.

민주당은 "기본적인 국회법 절차도 모르는 고흥길 위원장의 날치기 직권상정 미수사건"이라며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날 오후 5시 30분 문방위 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후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직권상정 시도 직후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등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을 찾아 “미디어 관련법이 직권상정 되었다”고 밝히고, “이는 국회법에 따른 것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을 회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은 수없이 대안 없는 반대로 시간 끌기로 법안의 상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왔다”며 직권상정의 정당성을 피력하면서도 “상임위 상정으로 법안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며 언론 관계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했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25일 성명을 내고 여야에 각종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현재처럼 대화와 타협 없이 이번 임시국회가 본회의를 맞을 경우 국회의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상임위 등에서 여야 갈등이 지속될 시 직권상정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는 발언이다.

본회의는 27일로 예정되어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6일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해 놓은 상황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여당에는 “타협이 되지 않는다고 그 때마다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에게 책무를 넘기는 것은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집권여당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야당에는 “대화와 토론 자체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