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처리 합의 여야는 또 동상이몽

한나라당 ‘표결’에 방점...“100일 후에 닥칠 재앙”

또 동상이몽이다.

지난 1월 6일 여야 합의를 놓고 협의와 합의 등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 각 다른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같은 합의서에 서명을 했지만 해석은 전혀 딴 판이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언론 관련법 처리를 놓고 2일 합의를 했지만 내용을 놓고 각 각 다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민주당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한 여론수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표결처리’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양 당의 동상이몽은 3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한 각 당 대표의 인터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세균, “국회법 절차에 모든 건 표결처리” 애써 외면

“사회적 논의기구의 논의결과에 상관없이 만일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표결처리 한다는 것이 합의정신이 아니냐”고 묻자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여론 수렴 결과가 당연히 입법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표결처리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정세균 대표는 “국회법 절차에 모든 것은 표결처리 하게 돼 있는 것”이라며 애써 표결처리의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악법은 국민적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상정되어서도, 논의되어서도, 처리되어서도 안 된다”고 하면서도, “국회의 파행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합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병헌 문방위 민주당 간사는 기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사회적 논의기구가 법적 구속력이 있냐 없냐 여부를 떠나서 이곳에서 논의 된 것은 반드시 법안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며 표결이 아닌 논의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의 기대는 2일 합의에 대한 한나라당의 해석 앞에 무기력해 보인다.

박희태, “노력해도 안되면 표결처리한다는 것” 강조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같은 라디오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100일 동안 열심히 논의하면 아마 문제점이 봄눈 녹듯이 녹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점은 ‘표결’에 있다. 박희태 대표는 “타협하기 위한 노력에도 안 되면 의회주의 원칙에 따라 표결처리한다는 것이 이번 협상의 내용”임을 분명히 했다.

언론 관련법의 내용을 놓고 양 당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100일 후에 한나라당의 해석에 따라 표결처리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에 힘이 더욱 실린다. 또한 그간 정부여당이 언론노조 등 언론 관련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경청하기 보다는 각종 홍보자료를 만들어 자신들의 입장만을 알리기에 급급했던 상황을 유추해 봤을 때 반대 입장이 앞으로의 논의에서 제대로 반영될 지도 불확실 하다.

정세균 대표는 대기업의 방송진출 불허 뿐 아니라 신문의 방송 겸영에 대한 반대가 당론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박희태 대표는 신문의 방송 겸용 허용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 직전 대기업의 방송 참여지분을 애초 20% 안에서 0%로 낮춰 수정안을 냈었다. 그러나 이도 반대 측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다.

박희태 대표는 “내가 결단해서 일자리도 급하지만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도 좀 달래주자해서 철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재벌의 방송 독점이라는 반대 측의 논리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조금 물러났다는 얘기다.

언론노조는 여야 합의에 대해 “시한에 쫓기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100일 보낸 뒤 닥칠 재앙을 떠올리면 끔찍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