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1명 줄일 때마다 평균 천명 당 15명의 환자를 더 살릴 수 있다.”
경제위기 속 일자리 창출의 지상 최대의 과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보건의료계가 보건의료서비스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목소리를 모았다.
보건의료노조가 주관해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보건의료산업에서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병원 인력 확보를 위한 국회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노동조합 뿐 아니라 대한병원협회, 백혈병환우회, 보건복지가족부와 노동부, 건강연대 등 업계, 환자, 정부, 사회단체를 막론해 참여했다.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보건의료 노동자 61.4% 근골격계 질환
‘병원 인력 부족의 원인과 영향 및 정책대안’을 제목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인구 천 명당 간호사 수는 2명으로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다. OECD 가입국 평균 수준으로 올리려면 최소 6명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러다 보니 보건의료서비스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주당 50.87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주당 56시간 이상 근무하는 병원도 전체의 10%에 이른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61.4%는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 세계 유례없는 민간중심 의료체계”가 불러온 인력부족 사태
윤진호 교수는 보건의료서비스의 인력 부족을 불러온 제도적 요인 중 하나로 민간중심 의료체계를 꼽았다. 윤진호 교수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한국은 공공의료부분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하고 “민간병원의 경우 운영비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윤을 위해 가장 먼저하는 것이 인건비를 축소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간중심 의료체계가 보건의료서비스의 인력 부족현상을 가져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의료민영화 조치들은 의료부분의 인력부족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 뻔하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KDI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영리병원 허용에 힘을 싣고 있다.
윤진호 교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병원에서 경영합리화를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고 흔히 비핵심 업무로 얘기되는 식당, 청소, 설비유지 경비 등을 외주 용역화하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가파른 고령화 증가하는 보건의료 수요
하지만 가파른 고령화와 국민소득 증가로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양과 질에서 모두 높아지고 있다. 윤진호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인의료비의 총지출은 6배가 증가했으며 이를 1인당으로 나누면 17배가 증가한 것이다.
현재도 인력이 부족하고 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꼭 필요하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한국은 산업별-직업별 고용구조를 볼 때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 취업자 비중이 전반적으로 크게 낮아 개인서비스업보다는 사회서비스업에서 일자리 창출 전략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주요국 수준으로 보건의료직 취업자 수를 늘릴 경우 2012년까지 보건의료분야에서 1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의료직 취업자 비중을 현재 2.5%에서 4%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2006년 현재 7.6%다.
일자리의 질=보건의료서비스 질
보건의료노조는 인력충원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을 넘어 일자리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주호 단장은 “보건의료 인력은 노동문제이자 의료문제로 총체적 접근이 필요해 양과 함께 질의 문제도 동시에 검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의 질은 곧장 의료서비스의 질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토론회를 기반으로 오는 24일까지 요구안을 확정하고 노사정이 함께 구성하는 ‘보건의료산업에서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성익제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은 “병원의 특성상 고용 창출 가능성이 타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건강보험수가가 현실화되지 않고서는 대다수 중소병원들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해 고용 창출은 억제될 수 없다”며 정부의 고용촉진 지원예산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성 사무총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 제도 도입과 관련해 간병인 의존실태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공감하지만 예산확보 및 부족한 간호인력 공급 등을 감안할 때 장기간의 시간이 걸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