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20년만의 정권교체

엘리트 정치 불만 폭발...신자유주의에 ‘회의’

엘살바도르가 20년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15일(현지시간) 늦은 밤 선거대법원은 90%개표 결과 '파라분도 마르티 해방전선(FMLN)'의 마우리시오 푸네스 후보가 51.3%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집권 전국공화연합(ARENA)의 로드리고 아빌라 후보는 48.7%를 얻었다.

선거대법원의 발표가 나오자 집권당의 아빌라 후보는 푸네스의 승리를 인정하고, 행운을 빌었다.

선거 개표결과가 나오자 수도 산살바도르 거리는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로 가득찼다. <에이피(AP)>는 붉은 옷을 입은 푸네스 당선자의 지지자들이 거리에 나와 박수 치고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자축했다고 전했다.

전직 방송인 출신의 마우리시오 푸네스 파라분도마르티해방전선(FMLN) 당선자는 지지자들 앞에 나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다. 나는 이 밤이 엘살바도르 최고의 희망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엘리트 정치 불만, 신자유주의 회의 드러나

이번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푸네스가 승리한 것은 20년 간 지속된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만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깊은 회의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엘살바도르는 1980년대 미.소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내전을 경험했다. 1991년 이웃한 니카라과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엘살바도르의 게릴라 무장투쟁도 평화협정으로 끝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1989년에 친미정권인 전국공화연합(ARENA)이 들어섰다.

전국공화연합(ARENA)은 1989년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했다. 통신과 국영 은행, 커피 수출, 전기, 연기금, 교육 등을 사유화 시키면서 초국적 기업에 시장의 문을 열었다. 최근 들어서는 보건의료와 물을 사유화하는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2001년 통화를 달러로 대체하면서 미국 경제에 깊숙히 편입됐고 이로 인해 급격한 물가인상을 겪었다. 2007년과 2008년 사이의 생활필수품 물가 인상률은 30%를 기록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UN WFP)는 2006년 9월에서 2008년 2월 사이 10만4천명 이상이 빈곤선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결국 20년간 유지해 온 보수 우익 정권은 정치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경제위기로 인해 좌파 정부에게 정권을 이양해 줄 수 밖에 없었다.

17년 간의 도전...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을까

그렇다고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이 17년 간의 도전 끝에 국민들로 부터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지금부터 그 시험대에 선 것으로 보는게 맞다.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은 1994년, 1999년, 2004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실패해 제도정치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선거 직전에도 현지 언론들은 보수 집권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지만 게릴라 출신의 좌파 야권에 정권을 맡길 정도로 믿음직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은 게릴라 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게릴라 출신이 아닌 방송인 출신인 마우리시오 푸네스를 내세웠다. 정부를 비판하는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인지도를 쌓았던 푸네스 후보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푸네스는 당선 직후부터 경제위기 대응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아야 하지만 만만치 않다. 푸네스 당선자는 대선 결과가 발표되자 "허비할 시간이 없다"며 당장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유세 기간 동안에도 농업부문의 개혁을 통해 식품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을 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달러화를 통화로 쓰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위기는 곧바로 엘살바도르에게 전이된다. 미국에는 엘살바도르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30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의 국내송금은 주요 외화수입원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도 엘살바도르 경제는 취약하다.

야당의 도전도 거세다. 3%의 지지율 격차가 보여주듯이 전국공화연합(ARENA)에 대한 지지도 여전히 건재하다. 각종 미디어 재벌과 결탁한 기존 정치 엘리트들의 공세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전국공화연합의 아빌로 후보는 "우리는 건설적인 야당이 될 것"이라면서, 푸네스 후보가 결코 '만만치 않은' 야당을 이끌 계획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게릴라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이 집권을 통해 대안세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그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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