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노회찬 단독대표로 새 출발

노회찬 “선언이 아니라 서민의 진정한 벗으로”

진보신당이 29일 2차 당대회를 열고 노회찬 대표를 필두로 한 2기 대표단을 구성했다.

노회찬 대표는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직접투표에서 투표율 58.7%, 97.9%의 찬성을 받아 단독 대표로 선출되었다. 일반명부 부대표에는 정종권, 이용길 씨가, 여성명부 부대표에는 박김영희, 윤난실 씨가 선출되었다.

  단독대표로 선출된 노회찬 대표 [출처: 진보신당]

노회찬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가의 각오로”

노회찬 신임 대표는 취임연설에서 “서민을 위한다는 선언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민에게서 진정한 벗으로 인정받는 당으로 거듭 나겠다”며 진보신당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노회찬 대표는 “일찍이 정체성 빼고는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소리 질렀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고, “진보정당에 대해 가해진 뜨거운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혁신을 꾀하겠다”고 변화의 각오를 밝혔다. “민주노총에게만 의존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소외된 더 낮은 곳의 노동자와 고용체계에서도 축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데 주력하겠다”고도 했다.

4월 재보선과 2010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노회찬 대표는 “반드시 원내 의석을 확보할 것이며, 서민중심형 복지동맹으로 노동의 정치를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임대표직에서 물러난 심상정 대표는 이임사에서 “진보신당은 새로운 대표를 모시고 힘찬 대장정에 나선다”며 노회찬 대표에 힘을 실었다. 심상정 대표는 “진보하는 이름만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뼈아프게 알고 있다”고 밝히고, “새로운 출발은 지도부만의 출발에 되어서는 안되며, 지도부는 앞에서 끌고 당원은 뒤에서 밀고 진보정치의 새로운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일을 함께 해나가자”고 힘을 북돋았다. 심상정 대표는 “부족한 점, 아쉬운 점을 진보정당에 대한 부채로 간직하고 앞으로 그 빗을 갚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 날 경기지역 전국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출처: 진보신당]

임성규 “언젠가 하나 되겠다는 목표로”

이 날 당대회에서는 각 계의 축사도 이어졌다. 임성규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민주노총이 없이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진보정당의 통합을 강조했다.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전략과 내용, 실천 방침이 없었다”고 반성하고, “짧은 기간 동안 단초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으려 하니, 각자 다른 경로와 전략이 있지만 언젠가는 하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조직돼 있는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노총이 더욱 강화될 때만이 진보정당 운동도 함께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축사에 나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도 “진보신당 평당원 모두가 대표가 되어야 하며 진짜 진보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반딧불이 깜깜한 밤하늘을 날아가는 이유는 희망을 찾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힘을 주었다.

한편 경선으로 치러졌던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에는 신언직 씨가 60.76%의 지지를 받아 박창완 씨(39.24%)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전문] 노회찬 대표 취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지금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으로서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시합에서 우승하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로서 이 자리에 선 것도 아닙니다. 다시 돌아올 기약도 불확실한 전장으로 떠나는 장수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모험가의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제 60년이 넘는 대한민국의 역사 중 40여년은 전쟁과 독재의 공포로 신음하던 시기였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부터 시작된 나머지 20년 역시 우리가 손에 쥔 것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을 수 있는 자유와 나날이 늘어가는 빈부격차밖에 없었습니다. 이른바 민주화의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경제의 민주화는 단 하루, 단 한 시간도 이 나라에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조업단축으로 잔업, 특근이 없어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급여가 평시의 60%로 낮아져서 여전히 장시간 연장근로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여보다 더 낮아지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간 동네북이 되었던 대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이라는 것도 실은 미래의 생명을 담보로 건강을 돈으로 바꾼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장시간 노동으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는 피를 팔아 연명하던 매혈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계 13위라 자랑하는 국내총생산 역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결과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본주의는 여전히 노동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것으로만 자신을 연명해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중 비정규직이 60%에 육박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는 10% 미만인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임금의 50%만 주는 악덕 사업주 중엔 정부당국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 더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단지 경제의 위기만이 아닙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의 총체적 위기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수십조씩 깎아주고 줄어든 예산만큼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비용을 줄이는 사회에서 과연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을 했다고 해서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고 해서 현역 언론인이자 노조간부인 사람을 구속시키는 나라에서 과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존재하는 것입니까? 살인적인 강제철거에 맞선 용산철거민들이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다섯 분이나 사망하는 현실에서 헌법 제14조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무슨 의미를 갖습니까? 음식대금 80만원을 횡령한 중국집배달원이 징역 10월을 선고 받는 한편 공금을 횡령하여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재벌총수를 조사 한번 하지 않는 나라에서 누가 사법정의를! 운운할 수 있습니까?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예술 시설을 짓는다며 4,500억을 들이면서 월급 70만원씩 주어오던 오페라합창단을 집단해고 하는 대한민국의 문화는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문화입니까? 이 사회가 과연 존립할 가치가 있는 사회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오늘 한국사회 위기의 핵심은 경제입니다. 지난 5년간 백만장자 증가율이 전세계에서 7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한국의 부자경제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신장개업한 음식점 중 일 년 내에 폐업하는 경우가 80%에 이른다는 서민경제가 문제 핵심입니다. 지난 10년간 날로 심각해져가는 사회양극화는 교육양극화를 넘어 건강양극화로까지 치달으며 서민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탄시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가 바뀌기 위해서는 정치가 변해야 합니다. 서민이 다수인 나라에서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 다수당이 되지 않고서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없습니다. 저는 당대표로 취임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진보신당을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집권정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이 위대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다른 정치세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진보정당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으로부터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스스로를 변화시키라는 격언이야말로 지금 저와 이 땅의 진보세력들에게 요구되는 지상명령입니다. 그 첫 번째 과제는 바로 계승과 단절입니다.

진보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의 위기는 탄압보다도 스스로의 무능과 오판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어렵고 힘든 자들의 편에 서서 헌신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진보의 위기는 이들이 자초한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을 주도해온 사람들의 편협한 인식과 부족한 능력과 시대착오적인 낡은 노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일찍이 정체성 빼고는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소리 질렀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진보정당에 대해 가해진 뜨거운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혁신을 꾀하겠습니다. 서민을 위한다고 선언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민에게서 진정한 벗으로 인정받는 당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민주노총에게만 의존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소외된 더 낮은 곳의 노동자와 고용체계에서도 축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노동이 강한 나라여야만 서민들이 잘 살수 있다는 보편적 경험을 이 땅에서도 실현시키기 위해 노동과 정치의 기계적 분업구조를 극복하고 노동과 진보정당이라는 양날개를 동시에 강화시키는 일에 직접 나서겠습니다.

이중삼중의 차별과 억압구조 하에 있는 여성의 정당이 되겠습니다. 이론과 이념에 갖힌 여성주의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인정받는 여성주의 정당이 되겠습니다. 21세기 진보는 녹색진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과 생태를 수사학과 대선공약에서 해방시켜 살아있는 정책과 실천으로 녹여내겠습니다. 오늘날 진보와 많은 국민들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북한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됩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의 상식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적용을 유보하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보신당은 이번 4월 국회의원 재선거를 필두로 반드시 원내 의석을 확보하여 여러분들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방방곡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여러분들이 희망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 있다고 믿는 국민이 적듯이 여의도 국회가 물에 잠겨도 눈하나 꿈적하지 않을 국민이 대다수인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노동의 정치를 바로 세워 자본의 정치가 정치를 독점해온 역사를 청산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서민중심형 복지동맹으로 노동의 정치를 강화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책임질 일도 많고 부족하기까지 한 저에 대한 여러분들의 신뢰에 감사함과 더불어 무한한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신당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비록 비 한방울 오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있지만 저 대지의 깊은 곳에서 도도히 흐르는 지하수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마중물이 되어 땅 속에 갇힌 지하수를 광명천지의 큰 강으로 만들어 냅시다. 당과 당원을 우선시하며 어려운 결단을 한 심삼정대표, 또 한번 십자가를 멘 조승수, 염경석후보가 모두 민중의 힘을 지상으로 끌어낼 마중물들입니다. 지난 3월 1일 당대회에서 13건의 수정동의안을 낸 권병덕동지등도 마중물입니다. 모든 집행간부와 대의원들이 활동보고를 이메일로 당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서울시당 성동 당원협의회가 마중물입니다. 진보의 흑백 이미지를 칼라로 바꾼 칼라TV가 바로 마중물입니다. 이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신명나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당을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피곤해지는 당생활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생동감 있는 당문화를 펼쳐가겠습니다. 중학생에게도 당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할머니도 찾아오는 당을 만들겠습니다. 진보신당의 당원협의회가 마을회관으로 여겨질 때 대한민국은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인간이 왕국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