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일제고사 선택권 보장 교사까지 또 ‘파면’

다시 쫓겨난 ‘학생·학부모 시험선택권’ … 해직 교사 13명으로 늘어

지난해 12월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시험 응시 여부를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하도록 보장한 교사가 끝내 ‘파면’됐다. ‘전국 연합 학업성취도평가’로 진행된 지난해 12월 일제고사에 교사가 해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일제고사와 관련해 학교에서 쫓겨난 교사는 서울 9명과 강원 4명 등 모두 13명으로 늘어났다.

서울 염광중학교(학교장 조중기)와 학교재단 염광재단은 지난 4일 오전 황철훈 교사에게 2차 징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 ‘파면’을 통보했다.

황철훈 교사는 지난해 12월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대상 일제고사가 치러질 당시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2학년2반 35명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담임편지로 시험선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5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시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했고 이들은 당시 시민단체가 진행한 체험학습에 참여했다.

학교와 재단은 이를 문제 삼았다. 황 교사의 행위를 ‘시험 거부 유도’로 인식하고 국가공무원법에 있는 성실의무, 복종의 의무 등 위반을 적용해 ‘파면’을 결정한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55조에 따르면 사립 교원의 복무규정은 국공립교원의 것을 준용한다.

동시에 꾸준히 민주적 인사위원회 운영을 요구해 온 황 교사의 행동도 학교와 재단은 ‘파면’ 이유로 끼워 넣었다.

이러한 학교측의 징계는 서울 북부교육청이 두 차례 감사를 벌인 뒤 지난 2월16일 경에 재단 쪽에 중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같은 이유로 ‘파면’된 김영승 교사(서울 세화여중)의 징계 과정과 동일하다.

황철훈 교사를 지지하는 단체를 즉각 반발했다. 34개 교육, 시민단체로 꾸려진 ‘염광중(학원) 황철훈 교사 부당징계 철회 및 일제고사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일제고사가 단순히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서열화와 학생 서열화’라는 본질이 가져올 엄청난 피해와 잔혹한 희생을 무관심으로 바라볼 수 없었던 황 교사는 착한 사마리아인으로 행동했다”며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였다는 이유로, 황철훈 교사를 징계하는 염광학원은 착한 사마리아인을 징계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지부장 변성호)는 “지난 해 12월 일제고사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임의로 실시한 시험으로 법적 근거가 없을뿐더러 당연히 그 선택권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있다”며 “일제고사 강행의 이명박 정권과 공정택 교육감의 작품이자 사학재단의 민주화 요구 교사에 대한 노골적 탄압의 합작품”이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6일 오후 6시 염광중학교 앞에서 ‘부당 파면 규탄 결의대회’를 열어 징계 철회와 일제고사 폐지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최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