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지난 한해 전화 감청 8천여건

방통위 감청 발표...“통비법 개정은 국정원에 날개달기”

국가정보원이 지난 한해동안 전화번호 감청의 98.5%(8867건)를 독식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감청건수는 9004건 가운데 국정원이 8867건, 검찰 24건, 경찰 94건, 군 수사기관이 19건의 전화번호를 감청했다. 국정원은 검경의 감청건수를 합친 118건의 70배가 넘게 감청했다. 한 해 검청 건수가 9천건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08년 하반기 감청 협조,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08년 하반기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협조한 전체 일반감청은 07년 하반기에 비해 3.8% 늘었다. 국정원의 감찰 요청은 이보다 높은 5.7%의 증가율을 보였다. 경찰 증가율(2.4%)의 두 배가 넘는다.

감청 독식 여전한 국정원

특히 08년 하반기 통신감청에 협조한 전화번호(또는 ID) 건수는 33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가 증가했다. 이 자료에 빠진 ‘긴급감청’까지 포함하면 국정원의 전화 감청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긴급감청은 검사 지휘서서나 국정원장 승인서로 법원의 허가 없이 36시간 동안 감청할 수 있는 제도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감청제도는 국정원을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민가협,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등 정보인권 투쟁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는 7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의 통신 비밀이 극도로 침해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국정원의 감청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발의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인터넷과 휴대폰까지 감청을 확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개정안에서는 GPS를 이용한 위치추적도 감청 범위에 넣었으며, 불법 감청을 예방한다며 통신기관에 감청 위탁을 의무화 하는 ‘간접 감청’을 주로 하고 있으나 국정원은 외국인에 한해 ‘직접 감청’을 허용했다.

인권 침해에도 감청확대 법 개악 추진

장여경 활동가에 따르면 국정원이 직접 감청하겠다는 외국인의 경우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 장여경 활동가는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에게 감청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는 무한권력 무소불위 국정원의 재탄생을 목전에 둔 위기에 처했다”며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악된다면 통신 감청은 국정원의 손발로써 국민에 대한 전체주의적 감시통제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법에는 국정원의 역할을 군사기밀보호법이나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를 수사하거나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 수집으로 한정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인권사회단체들은 7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